“자담대로 겨우 숨통 트나 싶었는데” 저축은행 규제 재차 손질하는 금융당국, 실효성 의문
“자담대로 겨우 숨통 트나 싶었는데” 저축은행 규제 재차 손질하는 금융당국,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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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규제 강화에 저축은행 자담대 취급 급증 "단기 수익 중심 구조 탈피해야" 금융당국, 규제 체계 대거 개편 불투명한 수익 대안·업황 불안 속 정책 효과 미지수

저축은행 업권에서 자동차담보대출(자담대) 취급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신용대출 관리 강도가 전반적으로 높아지며 금융 소비자들의 자담대 수요가 급증한 가운데, 대안 자산 모색이 절실한 저축은행들이 공급을 대폭 늘린 결과다. 다만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단기 수익 중심 영업 방식을 문제시하고 있는 만큼, 자담대가 업권의 장기적인 수익원으로 자리 잡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자담대 수요·공급 나란히 확대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수의 저축은행이 자담대를 취급 중이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취급 규모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중소형사들 역시 관련 상품 라인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규 취급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담보가 명확하고 회수 절차가 비교적 표준화된 자담대를 대안 자산 겸 포트폴리오 다변화 수단으로 채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담대 수요 역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금융권 신용대출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면서 상대적으로 심사 문턱이 낮은 자담대를 찾는 금융 소비자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자담대는 개인 신용 점수와 소유 중인 자동차의 담보 가치에 따라 대출 한도가 정해진다. 대출 이력이 존재해도 상대적으로 높은 한도로 대출이 가능하며, 담보물이 있어 대출 승인 확률도 높은 편이다.
이러한 흐름은 수치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핀테크 기업 핀다에 따르면, 핀다 앱 내 전체 대출 승인 한도 조회 중 자담대 조회 비중은 지난해 9월 22.19%, 10월 24.32%, 11월 25.72%, 12월 26.23%로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승인 한도 조회란 핀다 앱에서 금융사 심사를 거쳐 고객에게 실제 대출 가능 한도·금리 조건이 제시된 조회를 뜻한다. 실질적인 이용 잣대인 약정 관련 지표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자담대 약정 총액은 지난해 10월 이후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중이다. 작년 4분기 월평균 약정 규모는 1~9월 월평균 대비 약 27% 늘어났고, 지난달 기준 자담대 총약정 금액도 전년 동월 대비 25.2% 증가했다.
당국의 저축은행 발전 로드맵
다만 이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단기 수익 중심 영업 구조를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3일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 최고경영자(CEO) 정책간담회 모두발언에서 “부동산 경기 변동에 따른 부실 위험과 급격한 디지털 전환, 그리고 대형사와 소형사 간의 극심한 격차 등으로 인해 업권 전체의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이제는 눈앞의 단기 수익에 치중한 영업 방식에서 탈피해 실물경제와 지역사회를 뒷받침할 수 있도록 정체성을 다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이러한 당국의 의지가 담긴 '저축은행 건전 발전 방안'도 발표됐다. 금융위원회는 이를 통해 저축은행의 기업대출 주요 대상을 기존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까지 확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현행 상호저축은행법상 저축은행은 영업 구역 내 개인·중소기업 대상 여신 비율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데, 이 여신 비율에 중견기업 대상 대출까지 포함하겠다는 구상이다. 저축은행 예대율(원화대출금/원화예수금) 산정 시 수도권 영업구역 대출의 가중치를 100%에서 105%로 높이고, 비수도권 영업구역 대출의 가중치는 100%에서 95%로 낮춰 비수도권 여신을 우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연계투자 허용, 사잇돌대출 상품 분리 등을 통해 개인사업자·소상공인에 대한 여신 공급 기반도 확대된다.
대주주 정기 적격성 심사 체계도 개편한다. 최대주주·주요주주의 특수관계인 중 주식을 10% 미만으로 보유한 개인은 심사대상인 특수관계인에서 제외하는 식이다. 아울러 명시적인 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도 선제적인 자본 확충과 배당 제한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보완하고, 예수금 모니터링 시스템 및 유동성 비율 산정 방식을 합리화한다. 저축은행 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해 업권 차원의 부실채권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담보 회수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취득한 비업무용 부동산의 관리·처분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저축은행 업무 규율 체계는 은행 등 타 업권과 유사하게 고유·부수·겸영 업무 체계로 개편되며, 겸영 업무 범위는 시행령으로 구체화한다. 업권 인식 개선과 소비자 선택권 강화를 위해 방송광고 허용 범위도 확대한다.
저축은행의 규모와 역량 차이를 반영한 규제 체계 변화도 이뤄진다. 당국은 자산 5조원 이상의 대형 저축은행에 은행 수준의 BIS 자기자본비율을 적용하는 등 자본 규제를 단계적으로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대형 저축은행이 기업 여신의 신용 위험을 실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미래 채무상환능력(FLC)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을 도입하고,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대형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독자적인 직불·선불전자지급수단(체크카드·모바일 쿠폰) 취급 등 새로운 영업 기회를 부여한다. 대형사의 주식·집합투자증권 등 종목별 보유 한도는 2배로 늘어난다. 구체적으로 주식 보유 한도는 자기자본 50%에서 100%로, 비상장 주식·회사채는 자기자본 10%에서 20%로, 집합투자증권은 자기자본 20%에서 40%로 확대된다.
중대형 저축은행의 차주별 신용공여 한도도 일부 상향된다. 법인 대출은 현행 120억원에서 수도권 140억원, 비수도권 150억원으로 확대되고, 개인사업자 대출은 60억원에서 수도권 70억원, 비수도권 75억원으로 늘어난다. 다만 부동산 PF, 부동산업, 건설업 대출은 제외된다. 자산 1조원 이하 소형 저축은행의 경우 양호한 건전성을 전제로 외부감사인 수검 주기가 반기에서 분기로 변경된다. 지방은행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건전하고 투명한 소유·지배 구조를 구축하도록 자산 규모별 소유 규제를 반영할 예정이다.

체질 개선 전망 '불투명'
다만 시장은 이 같은 당국 계획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방안에서 저축은행 업권의 숙원인 '영업구역 제한 완화'가 완전히 배제됐기 때문이다. 저축은행은 지정된 영업 구역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대출을 의무적으로 취급해야 한다. 수도권(서울·인천·경기)의 경우 50% 이상, 그 외 지방일 경우 40% 이상이다. 금융권에서는 이로 인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저축은행 간의 격차가 확대되고, 지역금융 강화라는 정책 목표 실현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만 금융당국은 이번 방안을 발표하며 “영업구역 제한은 지역·서민금융기관으로서의 저축은행 정책성과 관련한 사항”이라며 “폐지는 불가능하며 완화 역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저축은행의 정체성에 반하는 소모적 논쟁보다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의 역할 수행을 위한 역량 제고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의 수익 기반 대안이 불명확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국은 업권에 단기 수익 중심 영업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했지만, 고금리 개인·기업대출과 부동산 PF 등 수익성이 높았던 기존 여신 영역 의존도를 줄인 뒤 어떤 사업으로 수익성을 보완할지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은 제시하지 않았다. 건전 발전 방안에 기업대출 대상 확대 등 일부 규제 조정안이 포함되기는 했지만, 이는 그저 영업 범위를 넓혀준 조치에 가깝다. 기업대출 시장의 치열한 금리 경쟁과 심사 역량 관리 부담을 고려하면 향후 수익성 개선 효과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거시 환경 부담도 여전하다. 부동산 경기 둔화와 PF 부실 정리 지연, 연체율 상승, 충당금 적립 부담 등 저축은행 업황을 좌우하는 변수들은 뚜렷한 개선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 변동과 업황 불안 속에 예금 유치를 위한 금리 경쟁이 이어지며 조달 비용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업권 전체가 수익성과 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압박에 짓눌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관련 업계에서는 제도 정비만으로 저축은행 업황 반전을 기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