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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단일 관문 런던에서 다극화된 유럽 거점으로, 브렉시트가 바꾼 금융 지형도

[딥파이낸셜] 단일 관문 런던에서 다극화된 유럽 거점으로, 브렉시트가 바꾼 금융 지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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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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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되지 않은 정보는 거칠기 마련입니다. 파편화된 정보를 정리해 사회 현장을 부드럽고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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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이후 런던 금융 기능 분산 재편
스위스 모델 한계 노출된 시장의 규제 선택
금융 경쟁력 좌우하는 제도적 예측 가능성

본 연구 기사는 유럽 경제 연구소 The Economy의 연구위원(Fellow)들이 작성한 The Economy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The Economy 또는 집필자의 소속 기관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수 천개의 금융 일자리가 런던을 떠나 유럽연합(EU)으로 이동했다. 수백 개 금융회사가 유럽 시장 영업을 지속하기 위해 법인과 자산, 인력의 일부를 EU 관할로 이전한 결과다. 당초 영국은 유연하고 고부가가치 중심의 대외 금융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터다. 정치적 비용은 줄이면서도 시장 접근성은 유지하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기대와 달랐다. 자본과 금융 서비스는 영국을 안정적 대안으로 인식하지 않았다. 금융 기능은 특정 도시로 집중되지 않고 더블린, 프랑크푸르트, 파리, 암스테르담 등으로 분산됐으며 일부는 스위스로 향했다. 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의 대응이 가시화된 것이다. 결국 예측 가능한 법적 체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자본은 제도적 안정성이 확인되는 지역을 택했다.

시장의 다극화 리스크 관리

브렉시트 이후 영국이 제시한 구상의 중심에는 이른바 ‘스위스 모델’이 있었다. 이는 EU 비회원국이면서도 양자 협정을 통해 단일시장과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을 뜻한다. 정치적 통합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시장 접근은 확보하는 실용적 자율성이 그 핵심이었다.

하지만 이 구상은 두 가지 전제에 기반하고 있었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영국이 핵심 주권을 유지한 채 지속적이고 예측 가능한 시장 접근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글로벌 금융사가 영국을 유럽 시장의 단일 관문으로 계속 신뢰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판단은 기업이 법적 확실성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시장 접근권이 더 이상 자동적으로 보장되지 않게 되자 기업의 판단 기준도 달라졌다. 기업은 규제가 적용되는 관할과 감독 체계, 계약이 보호받는 법적 기반을 먼저 검토한다. 이에 따라 현지 법인을 신설하고, 핵심 기능을 여러 도시로 분산하는 전략이 확산됐다. 자산 서비스는 더블린으로, 규제 기반 업무는 룩셈부르크로, 거래 인프라는 프랑크푸르트로, 프라이빗뱅킹은 스위스로 이동했다.

주: 2019년 이후 금융 허브 이동이 본격화된 뒤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거점 이전이 상시화됐음을 보여준다.

스위스의 의미와 구조적 한계

이 중 스위스는 방대한 민간 자산 기반과 안정적인 법체계, 오랜 중립성을 갖춘 금융 중심지다. 이러한 조건은 프라이빗뱅킹과 자산관리 분야에서 경쟁력을 형성해 왔다. 다만 EU 시장 접근이 핵심인 업무에서는 한계가 있다. 스위스는 EU와 양자 협정을 유지하고 있지만, 단일시장의 규제·감독 체계를 공동으로 형성하는 구조 안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환경에서 기업의 선택은 기능별 필요에 따라 달라졌다. EU의 한 회원국에서 인가를 받으면 다른 회원국에서도 추가 인가 없이 영업할 수 있는 권한인 패스포팅(Passporting)이 필요한 업무는 역내 내부 금융 중심지로 옮겨졌고, 안정적인 자산관리 환경이 중요한 분야는 스위스를 택했다. 실제로 2019년 이후 미국계 투자은행과 글로벌 자산운용사는 EU 주요 금융 중심지의 인력을 꾸준히 확대해 왔으며, 일부 기업은 수천 명 규모로 현지 인력을 늘렸다. 이는 규제 환경의 예측 가능성이 기업 전략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시사한다.

영국의 위상 변화

기업 차원의 재편과 거시 지표도 같은 흐름을 보였다. 싱크탱크 뉴파이낸셜(New Financial) 분석에 따르면 300개가 넘는 기업이 브렉시트 이후 EU 내 금융 중심지를 선택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EY 집계에서도 2022년 초 기준 약 7,000개의 금융 일자리가 런던에서 EU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 자산과 EU 관련 자금·거래 규모 역시 수천억 파운드 규모로 재배치된 것으로 추산된다.

이러한 수치는 금융 산업이 기능별로 나뉘어 운영되는 구조라는 점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거래, 청산, 자산 서비스, 펀드 설립 등은 각각 다른 규제 환경과 인프라를 필요로 하며, 이 같은 차이가 기능의 이동을 가능하게 했다. 그 결과 영국 금융은 급격한 붕괴라기보다 역할과 영역이 조정되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실제 런던은 자본 조달과 외환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위치를 유지하고 있으나, 과거처럼 광범위한 기능을 아우르는 중심지의 위상은 약화된 상태다.

주: 브렉시트 이후 금융 허브 이동은 여러 거점으로 분산됐으며 더블린과 룩셈부르크가 이동을 주도했지만, 런던을 완전히 대체할 단일 중심지는 형성되지 않았다.

정책 및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

이 같은 금융 기능의 분산은 기업 운영 방식을 복수 관할 체제로 바꿔 놨고, 교육과 정책 설계의 재조정도 불가피해졌다. 더 이상 런던을 유럽 자본의 유일한 관문으로 전제했던 접근은 현재의 시장 구조와 맞지 않는다. 이제 금융 인력은 국가 간 규제 준수(Compliance), 펀드 설립 구조의 차이, 법인 분할 과정에서의 거버넌스 판단 등 복수 관할 환경에서의 운영 역량을 갖춰야 한다. 행정과 전문 기관 역시 주요 금융 중심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규제 당국과 업계 전문가를 연계한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다극화된 시장에 대한 실무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다.

동시에 정책 차원에서는 기능 이전을 단순한 상징적 손실로만 해석하는 접근에서 벗어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자본의 이동은 환경 변화에 대한 기업의 대응이기 때문이다. 맞춤형 시장 접근을 지향한다면 법적 예측 가능성과 규제 체계의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 특히 규제 동등성 기준을 명확히 하고 감독 결과를 상호 인정하며, 인허가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하는 일은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직접적인 수단이다. 이러한 기반이 마련되지 않는 한, 효율성을 중시하는 기업의 거점 다변화 전략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브렉시트 이후 런던에서 EU 주요 금융 중심지로 이어진 자본과 인력의 이동은 제도 변화에 대한 시장의 구조적 대응이었다. 스위스 모델은 상징으로는 의미를 가졌지만, 실질적 대안으로 기능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이제 영국은 추상적 모델을 반복하기보다 다극화된 유럽 금융 환경에 맞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일관된 규제 원칙과 투명한 인허가 체계, 복수 관할을 운용할 수 있는 인력 양성이 정책의 중심이 돼야 할 시점이다. 금융 중심지의 경쟁력은 예측 가능한 제도에서 형성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Swiss Mirage: How “financial hub migration” reveals what Brexit really broke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The Economy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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