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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산 구조조정 공장 인수전 뛰어든 BYD·지리, 멕시코 거점 확보로 미국 진출 전략 재부상

닛산 구조조정 공장 인수전 뛰어든 BYD·지리, 멕시코 거점 확보로 미국 진출 전략 재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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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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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확대·미국 시장 진입 의지 반영
가격 경쟁력 기반 멕시코 시장 안착 성과
유럽 생산 모델 북미 재현 가능성에 촉각
멕시코 아구아스칼리엔테스에 위치한 닛산·메르세데스-벤츠 합작 콤파스 공장/사진=닛산

멕시코에 위치한 닛산과 메르세데스-벤츠의 합작 공장을 둘러싼 인수 경쟁이 치열한 모습이다. 연간 23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해당 공장이 매물로 나오면서 비야디(BYD)와 지리자동차 등 여러 업체가 북미 생산 거점을 확보하는 움직임에 돌입했다. 중국 업체들은 멕시코에서 거둔 판매 성과를 토대로 이 같은 전략을 검토하고 나섰지만, 실제 투자 단계에서는 미국의 통상 정책과 멕시코 정부의 입장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미 유럽에서 헝가리와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현지 생산 전략을 취해 온 중국 자동차 업계가 북미에서도 이를 재현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우회 생산 전략, ‘중국산’ 낙인 리스크 상존

12일(이하 현지시각) 전기차 전문 매체 디일렉트렉에 따르면 BYD와 지리자동차는 멕시코 아구아스칼리엔테스에 위치한 콤파스(COMPAS) 공장 인수를 두고 베트남 빈패스트와 경합 중이다. 연간 23만 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해당 공장은 닛산의 대규모 구조조정 과정에서 매물로 등장했다. 중국 기업들은 이를 지난 수년간 신규 공장 설립을 가로막았던 복잡한 규제와 승인 절차를 우회할 기회로 보고, 즉각적인 제조 기반 마련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이번 인수전은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해외 진출 전략이 ‘직접 건설’에서 ‘기존 자산 인수’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앞서 BYD는 멕시코를 대미 수출 허브로 삼기 위해 신규 공장 건설을 추진한 바 있으나, 중국 상무부의 기술 유출 우려와 미국 통상 압박을 의식한 멕시코 정부의 신중한 태도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반면 콤파스 공장은 기존 생산 라인과 숙련 인력을 갖춘 까닭에 신규 설비 투자 대비 시간과 비용을 동시에 절감할 수 있는 방안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시장 진입 기간을 단축시키고 정치적인 압박을 피할 수 있는 기회라는 설명이다.

중국 업체들이 멕시코에 주목하는 또 다른 배경은 멕시코 시장 자체의 판매량이다. 자동차 전문 시장조사기관 클린테크니카에 의하면 멕시코로 수입된 중국산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은 2021년 500대 미만에서 2025년 약 10만 대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BYD는 80% 이상을 차지했다. 대표 모델인 ‘돌핀 미니 EV’ 판매가를 약 2만1,000달러(약 3,000만원) 수준으로 책정하는 등 경쟁 차종 대비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데 따른 결과다. 이처럼 판매 기반이 이미 형성된 상황에서 현지 생산 거점까지 확보할 경우, 물류비 절감과 가격 전략 고도화가 동시에 가능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선거 유세 과정에서 “중국 자동차업체가 멕시코에 차린 공장에서 차를 생산해 미국으로 들여오면, 200% 이상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차례 반복했고, 당선 직후부터 관세 압박을 가하면서 멕시코 정부가 중국 자동차 회사들의 공장 건설을 승인해주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과 맞물린 사건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트럼프 정권 뿐만 아니라, 전임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산 전기차 수입에 100%의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멕시코가 중국 자동차의‘백도어’로 활용된다는 인식이 강해지면,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연장 국면과 맞물려 통상 압박이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판매는 돌풍, 투자는 제동?

2020년대 이후 줄곧 증가세를 보여 온 중국 업체들의 해외 투자가 최근 들어 돌연 주춤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별 기업의 중장기 전략은 여전히 투자 확대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실제 집행 단계에서는 지연과 취소 사례가 증가한 탓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로디움 그룹(Rhodium Group)이 발간한 보고서에 의하면 2014년부터 2025년 1분기까지 발표된 중국 전기차(EV) 제조사 및 협력업체의 해외 투자 프로젝트는 총 1,430억 달러(약 206조원) 규모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완료된 금액은 약 660억 달러(약 95조원) 수준에 그쳤다. 170억 달러(약 24조원) 상당의 프로젝트는 이미 취소됐으며, 나머지 상당수는 착공이나 자금 집행이 지연된 상태다. 

멕시코는 이러한 ‘확대'와 '정체’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BYD는 올해 멕시코에서 약 8만 대의 판매량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며 최대 80개에 달하는 딜러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생산 투자 단계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연출되는 형국이다. 스텔라 리 BYD 부사장은 지난해 말 브라질 카마사리 전기차 공장 준공식에서 “미주 지역 확장에 여전히 관심이 있지만, 현재로선 구체적인 신규 투자 일정이 없다”며 “지정학적 이슈가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 상황이 더 명확해질 때까지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이에 업계에서는 BYD가 멕시코 북부 3곳을 후보지로 선정해 1만 명 고용·연 15만 대 생산을 목표로 추진했던 계획이 백지화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멕시코 정부 역시 “USMCA의 틀 안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최우선시하겠다”며 공공용지 매각, 세제 감면, 보조금 등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기로 하면서 이 같은 관측에 무게를 실었다. 중국 전기차 업체로서는 판매 측면에서 수입·유통 인프라를 통해 빠르게 존재감을 확대하면서도 생산 거점 구축 단계에서는 전혀 다른 변수 앞에 무너진 셈이다. 

멕시코 입장에서도 대미 수출 비중이 83%에 달하는 상황에서 중국 전기차 공장 유치는 통상 협상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에 따라 중국 업체들은 직접 설립 대신 현지 기업과의 공동 생산이나 기존 라인 활용 등 우회 전략을 병행하고 나섰다. 지리자동차는 프랑스 르노와 협력해 브라질 내 르노 공장의 일부 생산라인을 공동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체리자동차도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에서 합작 방식을 모색 중이다. 이처럼 판매 확대와 투자 유보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흐름은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해외 전략이 국제 정치·통상 변수에 의해 재조정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저임금 국가 생산→관세 장벽 우회 시도

그간 중국 업체들은 헝가리와 튀르키예 등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낮은 지역에 생산 거점을 구축해 유로존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취해 왔다. 이달 초 시험 가동에 들어간 헝가리 세게드 공장은 BYD가 유럽에 건설한 첫 번째 승용차 전용 생산 기지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지닌다. BYD는 이곳에서 현지 생산을 통해 지난해 10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기 시작한 고율 관세를 피할 수 있게 된다. 본격 양산 시점은 올해 2분기로 예정됐으며, 연간 생산량은 단계적으로 확대해 20만 대를 목표로 잡았다. 

BYD는 지금까지 세게드 공장에 960명을 채용했고, 이 가운데 70%를 헝가리 현지 인력으로 채웠다. 이에 앞선 지난해 하반기에는 유럽 본사와 지능형 주행 기술 연구를 담당하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기도 했으며, 지난 2016년부터는 코마롬(Komárom)에서 전기버스 공장을 운영 중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생산 확대 전략에 힘입어 BYD는 지난해 헝가리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2,412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생산 거점과 R&D, 판매 네트워크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유럽 내 입지를 다진 모양새다. 

다만 헝가리 공장의 연간 생산량은 당분간 15만 대에 그칠 전망이다. 초기 2~3년은 낮은 가동률로 운영하며 시장 반응을 살핀 뒤 점진적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BYD 관계자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설비 확장은 중장기적인 목표 아래 계획대로 추진되고 있다”면서 “헝가리 공장의 연간 최대 생산능력은 20만 대로 설정됐고, 해당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유럽 내 약 150개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납품 자격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부연했다. 

튀르키예 신규 공장도 가동 준비 단계에 들어갔다. 해당 공장은 연간 생산 역량이 50만 대 수준으로 예정된 만큼 헝가리와 함께 BYD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거론된다. 이러한 유럽 전략은 관세 환경을 고려해 생산지를 선택하고, 단계적으로 물량을 배분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멕시코를 통한 북미 접근 구상과 같은 맥락에 놓인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구조를 현지 생산으로 전환하고, 공급망과 시장 반응 등 변수에 따라 조정이 이뤄지는 식이다. 다만 북미의 통상 압력은 유럽과는 다른 상황인 만큼, 기존 전략이 동일한 형태로 적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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