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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국정감사가 지난 4일 시작되었다. 국감 시작 전부터 과연 국회에서 국내 ICT의 최전방주자인 네이버와 카카오의 창업자(네이버 이해진,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여론의 관심이 폭증한 바 있다.
말 많았던 네이버 관계자 소환, 정작 국감 현장에서는 감감무소식
네이버와 카카오는 올해 두 창업자 모두 서류상 국내 경영에서 물러났다. 네이버 이 창업자는 지난 2017년부터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GIO)으로 투자 전략을 담당하고 있고, 카카오 김 창업자도 올해 3월 카카오 의장직을 사임한 바 있다.
하지만 여야 일부 의원들은 창업자들이 국내 경영에서 물러났으며 네이버 최수연, 카카오 남궁훈으로 경영체계가 재편되었지만, 여전히 창업자들의 입김이 작용한다고 보았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 관련해서 플랫폼 불공정 논란 등의 이슈가 있기 때문에 두 창업자를 증인으로 소환해야 한다고 말했으며, 정무위원회 관계자도 관련 쟁점이 많아 소환은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이다.
이렇듯 국감 시작 전부터 네이버와 카카오의 핵심 경영진들을 증인으로 채택할 것이라는 목소리를 냈지만 정작 국감 현장에서 네이버의 핵심 경영진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판국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된 '성남FC 후원금 의혹’으로 최근 검찰이 네이버 사무실은 물론 직원들의 자택까지 수색을 벌였지만, 국회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회가 책임자들을 증언대에 세우지 않는 것을 두고 직무유기라는 비판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실제로 13일 국회와 정치권, 관가, 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하순 열리는 국감 종합감사 증인으로 채택된 네이버 경영진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일주일 전까지 당사자에게 출석 통보해야 한다는 국회 규정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이번 정기 국감에서 네이버 핵심 임원들을 증언대에서 만나기는 어려우리라 예측되기도 했다.
여야 책임 공방으로 얼룩진 네이버 증인 채택 불발
주무 상임위원회인 과기정통위는 네이버 관계자에 대한 증인 채택이 불발되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해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모두 출석해 올해 다시 부르기 부담되지 않았겠느냐고 분석했지만 여야 측은 이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국민의힘 과기정통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실은 "우리 당에서는 원칙적으로 의혹 해소에 필요한 관계자는 모두 부르자는 입장이지만, 당시 사건과 아무 관련도 없는 네이버 현직 임원만 부르자는 것이 민주당 입장”이라고 밝히며 야당에 책임을 넘겼다. 하지만 민주당 과기정통위 간사인 조승래 의원 측은 "네이버 관계자를 부르자고 했지만, 여당에서 전직 관계자만 채택해달라고 해 합의가 안 된 것"이라며 "지금 일어나는 문제들에 대해 답할 수 있는 현직이 출석해야 한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에서 증인으로 부르려 했던 네이버 관계자는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상헌, 김재욱 전 대표, 네이버가 성남FC에 우회 지원한 통로가 됐던 공익 법인 '희망살림' 후원 협약서에 서명했던 김진희 네이버 I&S 전 대표 등이다. 추가로 '희망살림' 대표를 맡았던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 제윤경 전 의원 등도 신청했지만 여당에 따르면 "민주당에서 '정치적인 사안과 관련된 증인은 부르지 말자고 반대해 채택이 안 됐다"고 전해졌다.
여야의 책임 공방이 불거지며 오는 21일과 24일 열리는 과기정통위 종합감사에서 네이버 관계자가 증인으로 추가 채택될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상임위에서도 네이버의 골목 상권 침해 여부, 문어발 확장 문제 등이 잇달아 지적되었지만, 증인 채택은 없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 6일 열렸던 중소벤처기업부 등 대상 국감에서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증인으로 신청했다가 철회했다. 산자위원들은 국회가 네이버 쇼핑의 일부 고율 배달료를 지적했지만, 네이버가 개선책을 마련해 적극 반영하겠다고 밝혀 증인 신청을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정무위 역시 지난 7일 네이버가 공정위원회의 동의의결 규제를 악용했다는 질의를 하기 위해 이 창업자를 부르려 했지만, 여야 협의에 실패했다. 일부에서는 골목상권 상생을 약속했던 이 창업자를 종합감사 증인으로 추가 신청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지만 결국 여야 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무조건적 증인 소환은 자제해야 하지만, 국회 의정활동은 제대로 해야
재계에서는 국감에서 기업 총수 증인 소환 문제에 드러내놓고 불만을 표하지는 못하지만, 불편한 기색은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실무진 차원에서 충분히 답변 변할 수 있는 사안에 무조건 총수와 사장을 부르는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으며, 다른 관계자는 "1분 1초가 아까운 기업인들이 국회에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큰 연관도 없는 사안으로 공개적으로 야단맞기도 한다"며 "이런 막무가내식 증인 소환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지난 23일 "재벌 기업 회장과 시중 은행장, 민간 기업인들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하고, 또 부르더라도 오랜 시간 대기하고 짧게 답변하고 돌아가는 이런 일은 국회가 갑질을 한 게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기업인 소환을 자제하자고 촉구했다.
네이버와 관련된 정치권의 논쟁이 단순히 이런 재계 총수들의 억지 증인 소환이라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후불결제 서비스인 BNPL과 관련해서 정무위가 제시한 서비스 규제 방식은 네이버 사장이나 총수가 아닌 실무진 입장에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정경유착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를 성남FC 사건이나 국감을 회피하기 위해 7개월이나 조사를 늦춘 ‘직장 내 괴롭힘 제보’ 관련 늑장 조사 등의 문제는 여야를 넘어 의정활동 측면에서 필요한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