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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ESG’ 사업체가 주목받고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한 단어로, 기업 경영에서 지속 가능성을 달성하기 위한 3가지 핵심 요소다. ESG 경영을 통한 기업 가치 향상 및 지속 가능한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며, 많은 기업이 ESG 경영 강화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소비자 역시 기업의 ESG 경영에 주목하는 추세다. 2021년 실시 대한상의 조사에 따르면, 60% 이상의 소비자가 제품 구매 시 기업의 ESG 활동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ESG 활동이 미흡한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도 70%에 달했다. 실제 최근 산업재해, 여성, 장애인 등에 대한 기업의 불평등한 대우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소비자 사이 불매운동이 발생한 사례도 있다. 이처럼 ESG 경영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며, 국내 ESG 스타트업들도 점차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다.
100% 천연원료 다회용 식기 제조 '자연동화'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식당, 카페 등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한 바 있다. 이에 다수의 업체가 친환경 다회용품으로 이를 대체했으나, 이 중 100% 친환경 제품은 그리 많지 않다. 원료에 소량의 플라스틱이 첨가되어 있거나, 소각할 때 다이옥신 등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친환경 제품이 많기 때문이다. 종이 빨대 등 일부 친환경 제품은 내구성 및 내열성 부족으로 인해 소비자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환경친화적이면서도 견고한 식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100% 친환경 다회용 식기를 제조하는 한 기업이 주목받고 있다. 경상남도 김해시에 위치한 '자연동화'다. 자연동화는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곡물로 식기를 제작하는 친환경 스타트업으로, 2021년 다회용 식기 제품 '곡물도자기'를 출시했다. 곡물도자기는 옥수수 전분, 단백질, 셀룰로스 등 100% 천연 원료로 제조한 식기로, 곡물 전분을 고온·고압에서 원하는 모형을 만든 후 응고시켜 만든다. 기존 플라스틱 용기만큼 단단한 내구성과 내열성을 지녀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천연물질로 만들어져 플라스틱과 달리 인체에 무해하며, 소각 과정에서 유해 물질 발생 없이 자연 분해된다.
자연동화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재·부품·장비 스타트업 100' 지원 사업에 선정되면서 곡물도자기의 성능 실험을 실시했다. 주관기관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로부터 약 2억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곡물도자기 신제품 2종을 출시했으며, 곡물 기반 식기 제조 기술에 대한 특허도 출원했다. 이에 더해 2020년 조달청의 벤처창업혁신조달상품에 지정되고, 2021년에는 중기부의 기술개발제품시범구매에 선정되며 공공기관에 곡물도자기 컵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후 매출은 1년 만에 2배가량 뛰었다. 최근엔 국내 중견기업과 납품 계약을 추진하는 등 민간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추세다.
'화이자 박스' 제조 에스랩아시아, 폐플라스틱 재활용에 초점
스티로폼을 대체하는 콜드체인 다회용기 '그리니 에코 박스'를 제조하는 에스랩아시아도 ESG 기업체로서 주목받고 있다. 그리니 에코 박스는 롯데슈퍼,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 신선식품 배송 용기로 사용되고 있으며, 코로나19 데믹 속 '백신 박스'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당시 화이자 백신이 100% 그리니 에코 메디박스로 운송되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리니 메디박스를 통해 접종된 백신은 약 7,000만 회분(1·2차 포함)에 달한다.
그리니 에코 박스는 플라스틱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으며, 스티로폼에 비해 단열 성능이 우수하고 신선도 유지 효과도 뛰어나다. 또한 살균 세척 후 최대 5년까지 재사용이 가능해 플라스틱 폐기물 절감 효과가 있다. 현재 그리니 에코 박스는 제조 시 폐플라스틱 30% 이상을 활용하고 있으며, 상반기 중 글로벌 리사이클 인증(GRS)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플라스틱세가 또 다른 무역장벽으로 떠오른 만큼, 에스랩아시아는 차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유럽연합(EU)은 2021년 1월부터 재활용된 플라스틱을 제하고 남은 폐기물에 ㎏당 0.8유로(한화 약 1,000원)를 부과할 예정이다. EU는 현재 신순환 경제 실행 계획을 통해 제품 '생산→소비→폐기물 관리→재활용' 순환 경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발 ESG 규제화, 국내 수출기업들 '비상'
EU(유럽연합)가 그린 택소노미, 공급망 실사법 등 글로벌 ‘ESG 규제화’를 본격 추진하기 시작하며, 국내 수출기업들은 대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녹색 분류체계’라는 의미의 그린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의 범위를 정하는 법안이다. 공급망 실사법으로 불리는 '기업 지속 가능성 실사 지침(Directive on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은 대상 기업의 전 공급망에 걸친 환경, 노동·인권, 지배 구조 등 ESG 요인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는 지침이다.
공급망 실사법은 EU 의회 통과 이후 2024년 공식 발효될 예정이다. 이 경우 2024년부터 대기업부터 법안을 적용받으며, 2026년에는 중견기업까지 법안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EU 27개 회원국은 올해부터 각 국가의 실정에 적합한 관련법을 의무적으로 제정해야 한다. 실제 독일 국회는 2021년 인권 및 환경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공급망 실사법을 통과시켰으며, 올해부터 근로자 3,000명 이상인 기업에 해당 법안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공급망 실사 의무를 위반한 기업에는 최대 800만 유로 또는 연 매출 2%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한국 기업들도 EU의 공급망 실사법 적용을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공급망 실사법의 직접적인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대기업 납품 등 공급망을 통한 간접적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의 경우 친환경 원료·용기, 보건위생, 인권·복지가, 제약·바이오와 화장품 산업의 경우 탄소 배출과 반부패, 생물 다양성이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물류 부문에서는 배송 거리 단축(CO2 감소), 다회용 보냉팩(폐기물 감축), 친환경 포장재, 고객정보 보호, 산업안전 등에 적극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코앞까지 닥친 유럽발 ESG 규제는 국내 수출기업의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국내 수출기업 30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수출기업의 공급망 ESG 실사 대응 현황과 과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2.2%가 향후 공급망 내 ESG 경영 수준 미흡으로 고객사(원청기업)로부터 계약·수주가 파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응답했다.
원청기업이 ESG 실사를 시행할 경우에 대한 대비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ESG 실사 대비 수준’에 대한 질문에 ‘낮다’라고 응답한 비율 77.2%에 달했으며, ‘높다’는 응답은 22.8%에 그쳤다. 구체적으로 ‘실사 단계별 대응 수준’을 묻는 질문에는 ‘대응체계 없음’이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58.1%)이었다. 차후 규제로 인한 국내 수출기업 성장 저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ESG 경영 정착 및 발전을 위한 지원이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