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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백악관이 2022년 10월 12일 ‘2022 국가안보전략’을 발표한 지 15일 후 ‘2022 국방전략’, ‘핵 태세 검토 보고서’, ‘미사일 방어 검토 보고서’를 연달아 공개하며 중국과 북한의 위협이 커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일본 역시 2022년 12월 안보 및 국방 관련 3대 문서를 공개했다. 국가안보전략, 국방전략, 핵 태세 검토, 미사일 방어 검토 등은 모두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방공미사일방어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도 북한이 핵 공격을 감행하면 "김정은 체제의 종말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도 이러한 안보 전략에 발맞춰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독자적인 '자유·평화·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발표했다.
미국이 최근 공개한 안보·국방전략 관련 문서
2022 국가안보전략(2022 National Security Strategy)
국가안보전략(National Security Strategy, NSS)은 미국 행정부가 정기적으로 작성한 문서로, 정부가 안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개요를 담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발표된 2022년 NSS는 미국이 초강대국과의 경쟁과 초국가적 도전이라고 밝힌 기후변화, 보건 문제 등 글로벌 이슈에서 냉전 이후 가장 강력한 전략적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 및 북한과의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경쟁과 협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에 지속적인 관심이 있지만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에 찬성하는 등 대만의 독립은 지지하지 않는다. 또한 미국은 인도-태평양 동맹국들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하고 그들의 군 현대화를 지지한다.
2022 국방전략(2022 National Defense Strategy)
국방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NDS)은 국가 안보를 위한 작전 및 전략 계획을 수립하고 미국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분석하는 미국의 핵심 군사 전략 지침이다. 2022년 10월 27일 발표된 2022 NDS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가장 포괄적이고 심각한 도전은 자국의 이익과 권위주의에 맞게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체제를 변화시키려는 중국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러시아를 '당면한 위협(acute threat)', 북한은 이란과 함께 '지속적인 위협들(persistent threats)'로 지칭했다. NDS는 주로 미국의 대중국 억제력 유지 및 강화, 미국의 동맹국 및 파트너와의 네트워크 및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 국방성은 중국의 최신 군사 전략 동향과 역량을 상세히 담은 ‘2022 중국 군사력 보고서(2022 China Military Power Report)’도 의회에 제출했다.
중국은 이 보고서에 대해 미국이 군사비 지출을 확대하기 위한 구실로 군사력을 과장하고 있으며 중국의 정당한 군사 개발을 악마화한다며 반발했다. NDS는 △중국의 도발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고 △동맹국과 파트너에 대한 전략적 공격을 억제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분쟁에서 승리할 준비를 하고 △유연한 국방 생태계를 구축하는 네 가지 국방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NDS는 동맹과 군사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국방부는 2023년 연구개발(R&D)과 시험평가를 위해 1,300억 달러 이상의 예산을 책정해 미 국방성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편성했다.
핵 태세 검토 보고서(Nuclear Posture Review, NPR)
NPR은 미국의 핵전략과 정책을 정리한 문서다. 2022년 NPR 보고서는 미국이나 동맹국,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을 미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를 사용하고 생존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없다고 경고했다. 북한은 중국이나 러시아 정도의 위협으로 여겨지지 않지만 꾸준한 핵실험과 첨단 핵 능력, 탄도미사일 도발, 화학무기 보유 등을 통해 군사력을 확대·다양화하는 등 미국 본토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국들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려고 하면 정권이 끝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어 북한의 핵 공격에 대한 견해를 같이한다. NPR은 미국이 W76-2 핵탄두와 F-35A, 장거리 스탠드오프 미사일 개발 등 중장기적으로 핵무기를 현대화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북한과 중국의 핵 위협에 대비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NPR은 또 미국과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이 더 강력한 통합억제체계를 구축하고, 일본, 호주, 한국과의 고도의 전략적 소통, 위기관리, 정보공유 등을 통해 더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사일 방어 검토 보고서(Missile Defense Review, MDR)
MDR은 미 국방성의 미사일 방어 전략 및 정책에 대한 지침과 방향을 제공하는 문서다. 국방 우선순위, 억제 목표, 통합 억제 구조 및 미사일 방어의 다면적 요소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미국이 미사일 방어를 동맹국 및 파트너와 통합하여 공유 위협에 대한 국제협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모색한다. 2022년 MDR 보고서는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비국가 행위자, 무인항공시스템을 첨단 공중 및 미사일 위협으로 지목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이 러시아산 방공망과 미사일 방어체계를 활용하면서 미사일 능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으며, 2019년 마지막 MDR이 공개된 이후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매우 커진 점에 주목하고 있다.
MDR은 이러한 위협을 억제하고 거부하기 위한 전략과 정책을 제시하며, 통합 억제의 틀 안에서 미사일 방어와 핵 능력을 보완한다. 미국은 지상 발사형 중간단계 방어(Ground-based Midcourse Defense, GMD) 체계의 능력과 신뢰성 향상에 전념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연합훈련과 지속적인 방공·미사일방어체계 투자를 통해 방어적 군사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미국은 또한 일본, 호주, 한국과 같은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성장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사일을 방어하고 다양한 증강된 공중 및 미사일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작전상의 위협 감지 및 추적의 중요한 영역을 포함한 통합방공미사일 방어(Integrated Air Missile Defence, IAMD) 기술의 공동 개발에 투자할 기회를 모색한다.
우리나라 정부 대응
한국 정부는 2022년 12월 경제와 안보를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역 전략에 초점을 맞춘 독자적인 '자유, 평화, 번영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과 관련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비경쟁이 심화하고 안보 취약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안보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항행과 상공 비행의 자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보호의 중요성을 재확인한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이 항행의 자유를 강조하고 일방적인 현상 변경에 반대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면서도 중국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번영과 평화를 이루는 '주요 파트너'로 규정하고 포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각국이 협력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는 데 더불어 힘써야 한다”라며 “배타적인 소그룹(exclusive coteries)에 의지하는 데에는 반대한다”라고 논평했다.
최근 한국에서 잠재적 침략자들, 특히 북한을 저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자체 핵무기를 개발할 가능성에 대한 대통령의 언급이 논란이 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실효적 확장 억제를 위해 미국과 핵에 대한 공동 기획, 공동 연습 개념을 논의하고 있고, 미국도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휴가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기자단으로부터 ‘지금 한국과 공동 핵 연습을 논의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아니다(No)’라고 답하여 논란이 일었다.
두 대통령의 발언이 상충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양국 정부가 해명에 나섰지만, 이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서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일부 의지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full denuclearization)가 목표인 미국 정부 사이의 의견 차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서명했고 핵무기를 개발하거나 획득하거나 보유하지 않기로 약속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게다가, 한국은 잠재적인 적들에 대한 억제책 역할을 하는 미국의 핵우산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한국 내 일부 집단은 핵무기 개발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한 국제적 비난과 한반도 긴장감을 고조시킬 수 있는 잠재적 결과를 고려할 때 한국이 이 일을 무리하게 추진해 얻게 될 실익은 없다. 미국은 핵무기 확산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견해도 분명히 해왔다. 일부 한국인들의 핵무기 보유에 대한 열망은 정부의 공식적인 견해가 아니며, 한국은 방어를 위해 미국의 핵우산에 의존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