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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생존경쟁] OTT-지상파의 경계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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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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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지상파의 경계가 무너졌다. 콘텐츠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거대 플랫폼으로 향하고, 제작자는 글로벌 인기를 기대한다. TV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는 드라마, 예능은 사라진다. 벽은 무너졌고 진정한 무한 경쟁 시대가 펼쳐진다.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피지컬: 100>이 최근 글로벌 TOP10 TV쇼 부문(비영어권) 1위에 올랐다. 공개 3주 만에 4,161만 시청시간을 기록, 78개국에서 10위권 순위에 진입하며 전 세계적 인기를 누리고 있다.

국내 콘텐츠시장은 독특한 태생의 <피지컬: 100>에 주목하고 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작을 맡은 장호기 PD는 MBC 시사교양부 소속이다. 지상파 소속 PD와 글로벌 OTT가 손을 잡고 글로벌 히트작을 만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시작은 장 PD의 이메일이다. 넷플릭스에 먼저 기획안을 보내 제작을 요청했다. 넷플릭스 측은 명확한 기획의도와 새로운 톤과 분위기의 서바이벌에 끌려 2주 만에 100% 제작 투자를 결정했다.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였다.

왜 넷플릭스였을까? 장 PD는 "이왕이면 가장 높은 곳의 문을 두드리고 싶었다"고 속내를 밝혔다. 글로벌 흥행에 성공한 한국 콘텐츠를 살펴보면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등 모두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다. 지난해 하반기를 휩쓴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또한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 동시 방영되며 시선을 끌었다.

사진=넷플릭스

"아무리 잘 만든 프로그램이라도 '와서 보세요'가 아니라 '어디든 좋은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했다."

방송국의 맞은편에 서 있던 글로벌 OTT 플랫폼은 '지상파의 위기' 극복을 위한 돌파구가 됐다. 장 PD는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거대 서바이벌 프로그램 제작 노하우를 지닌 외부 제작사인 루이 웍스미디어와 협업했고, MBC도 적극 협조했다.

<피지컬: 100>이 글로벌 히트작에 등극한 건 우연이 아니다. 제작 단계부터 전 세계 시청자를 염두하고 자막 전달과 정서적 문제 등을 고민했다. 국내 서바이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참가자에 대한 과잉 정보나 감수성 유발 장치가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기존 제작 환경과 달랐던 부분은 사전제작으로 확정된 방송날짜가 없어 시간에 쫓기지 않고, 화질과 음질에 대한 높은 기준이다. 즉 최상의 퀄리티를 위한 준비의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지난해 지상파 3사(MBC, KBS, SBS)는 드라마, 예능 콘텐츠를 통한 뚜렷한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OTT 오리지널 콘텐츠 혹은 OTT 전달 콘텐츠에 인기나 화제성을 뺏기게 된 것. 인재 유출도 이어졌다. 각 방송사를 대표했던 나영석-신원호(KBS), 김태호(MBC) 등이 종합편성-케이블 채널로의 이동을 거쳐 콘텐츠 제작사로 최종 이적했다.

팬데믹 시기 OTT 플랫폼 부흥에 이어 콘텐츠시장에는 또 한 번 큰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PD들의 이동을 넘어 지상파가 OTT 플랫폼에 콘텐츠를 납품하는 제작사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지상파-OTT 협업과 융합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지난 1월 27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예능 <만찢남> 연출은 MBC 예능 스튜디오 M드로메다 소속 황재석 PD가 담당했다. SBS는 올해 상반기 공개 예정인 티빙 오리지널 예능 <브로마블>(가제)을 기획-제작하고,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배정훈 PD는 오는 3월 3일 공개되는 웨이브 오리지널 탐사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로 첫 OTT 연출을 맡았다.

또 지난 2021년 MBC에서 방송된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은 웨이브 오리지널로 시즌2를 공개하고,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위기의 X>는 MBC, <약한영웅 Class 1>은 채널S를 통해 TV로 볼 수 있게 된다. CJ ENM 산하의 OTT 플랫폼 티빙은 일찍부터 오리지널 콘텐츠를 tvN을 통해 공개했던 바 있다.

OTT는 방송국보다 창작의 자유가 보장되며 까다로운 방송 심의나 정해진 방송 시간 등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창작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소재와 형식을 보장받을 수 있는 OTT 플랫폼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

전문가들은 좋은 콘텐츠가 거대 글로벌 OTT로 쏠리는 현상을 우려했다. 막대한 제작투자 비용을 지불하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을 독점하게 되면 실질적인 수익은 제작사(방송국)가 아닌 플랫폼으로 향하게 되기 때문.

그러나 각 방송국이 스튜디오 체제로 돌아서고, OTT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는 만큼 지상파-OTT의 협업과 융합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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