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수정
12일 서울시는 유망 청년 창업자를 대상으로 ‘사업 아이템 발굴·검증-창업팀 조직-사업자 등록’까지 기술창업 전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글로벌창업인재허브’에서 팀을 구하지 못해 창업을 머뭇거리거나 시장분석에 한계를 느끼고 투자처 확보에 난항을 겪는 다양한 예비·초기 창업가들을 위한 지원을 전담할 예정이다.
청년 창업 지원 위해, 서울시 글로벌창업인재허브 가동한다
글로벌창업인재허브는 서울특별시 용산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교육·액셀러레이팅·멘토링·컨설팅·창업 행사·네트워크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해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다. 또 그간의 서울시 창업 노하우를 고스란히 녹여내 청년 창업가들이 국내 창업생태계에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초기창업가’를 위한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며, 그 모든 과정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기업이 시장 안착에 성공할 수 있도록 민간 역량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본적으로는 창업팀 구성, 사업 아이템 발굴·검증, 멘토링과 전문교육, 투자유치 지원, 사업자등록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며, 팀마다 진행 상황이 다른 점을 고려해 개별 컨설팅을 주어 팀별 맞춤형 성장 전략을 유동적으로 지원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운영 중인 창업지원 시설과 가장 큰 차이점은 ‘팀빌딩 지원’ 프로그램의 유무이다. 팀빌딩 지원은 기존 창업기업의 부족한 전략을 보강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거나, 혁신 아이디어는 있지만 창업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예비 창업자를 중심으로 재무·기술개발·판로 담당 등에 적합한 인재를 연결해 ‘창업기업’을 만들어주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서울시는 유망 창업 아이템에 맞는 ‘팀빌딩 프로그램’이 더 이상 지인 중심의 창업이 아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창업문화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해당 프로그램의 참여자를 2월 28일까지 모집하고, 선발을 거쳐 4월에 본격적인 팀빌딩 과정을 진행할 방침이다. 글로벌창업인재허브에서 총 30팀을 구성하고 10팀이 올해 11월 내 ‘사업자 등록’까지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고 밝혔다. 후속지원 사업으로는 해외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을 센터 내 글로벌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 참여시켜 글로벌 스타트업으로 육성시키는 방안이나, 서울 창업펀드와 연계하여 글로벌창업인재허브 내 유망 스타트업을 운용사에게 추천하는 매칭도 지원할 예정이다.
송호재 서울시 경제일자리기획관은 “국내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초기 스타트업 발굴 및 육성이 중요하다”며 “이번 사업이 청년 창업자에게 큰 부담이 되었던 투자처 확보, 창업팀 구성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울의 창업생태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실제 창업에 도움 안 되는 교육 허다, 구조 자체가 문제
2020년 기준 국내 연간 창업자 수는 150만 명에 달했으며, 2021년 창업지원 예산은 1.5조원으로, 그중 창업 교육에만 828억원이 배정되었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 교육에 비해서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019년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에 따르면 한국은 정부 지원 부문에서 6.14 점으로 54개국 중 5위를 차지한 반면, 창업 교육 부문은 4.36 점으로 37위에 머물렀다.
국내 언론사 <더 퍼스트 미디어>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창업 교육을 수강한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교육의 질적인 측면이나 과정, 효과성등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대다수 창업자는 창업 교육 프로그램이 교육보다는 지원금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양질의 교육은커녕 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 자체가 부재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창업 3년 차인 AI 스타트업의 대표 A씨는 “한 푼이 아쉬운 초기 스타트업에게 자금 지원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기관에서 하는 상당수의 교육이 예산 소진을 위해 적당히 채워 넣어 만들어진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A씨가 수강한 AI 교육은 매번 다른 강사가 강의를 맡았으며 교육 시간의 절반가량을 AI 기초 이론에 할애하는 등 창업에 관련된 내용이 현저히 적었다.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 대표 B씨는 예비창업패키지를 수강한 뒤 “사업자 혹은 법인 등록 방법은 가르치면서 정작 세금계산서 발행 같은 기초적인 방법론에 대한 교육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나중에 사업을 하면서 세무사를 통해 이런저런 것들을 깨닫고 난 뒤에 아찔했던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창업 이후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데이터사이언스 관련 기업 대표 C씨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교육을 권해 수강했지만, 정부 지원 사업 신청하는 방법, 조달청 프로젝트 신청 방법 등 실제 사업에 관련된 교육이 아닌 곁다리 교육만 받아 시간만 낭비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번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팀빌딩 지원’ 프로그램은 사업자등록증 발급까지 지원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자등록증은 신분증, 사업자등록 신청서, 임대차계약서 사본으로 각 지역 세무서에서 손쉽게 신청이 가능하며, 국세청 홈택스 사이트를 통해 온라인으로도 신청이 가능하다. 이처럼 컴퓨터만 사용할 줄 알면 쉽게 신청해 받을 수 있는 사업자등록증을 정부에서 발급까지 지원해준다는 사실 또한 교육의 질에 대해 의문을 갖게 만든다.
일각에서는 창업 교육 자체가 무의미하며, 결국 창업의 성공 여부는 상품에 있다고 강조했다. 상품이 뛰어나고 상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가 붙을 수밖에 없으며, 정부에서 제공하는 교육으로는 상품성을 높일 수도 없기 때문에 애초에 교육으로 상품성을 기른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 제공하는 창업 교육은 2019년 기준 이론형 강좌의 비중이 78.6%로 실습형 강좌의 21.4%에 비해 월등히 높아 실제 창업 활동에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학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 들어 창업캠프, 창업동아리, 실전 창업대회, 창업기업에서의 현장실습 등 다양한 유형의 실전형 창업강좌 및 프로그램이 소개되고 있지만 정작 교육과 창업에 필요한 인프라가 부족해 여전히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청년 실업 대안으로 부상한 청년 창업 지원, 차라리 유망기업 지원으로 방향 돌려야
한편 고용노동부는 2021년 1월 만 19~34세 청년 1,02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청년의 74.6%가 “올해 취업·이직 또는 창업 준비 의향이 있다”는 응답을 했다고 밝혔다. 2020년 초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로 인해 각종 기업의 채용이 감소해 청년 고용에 한파가 몰아친 것이다. 역대 정부는 청년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청년 창업 활성화’를 주요 일자리 정책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전 정부 역시 청년 창업 기업에 5년간 법인세 · 소득세를 감면해 주고 연간 최대 1만 3,000명의 창업자에게 융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벌였다. 박근혜 전 정부도 창조 경제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여러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수천억원을 투입하는 ‘청년 창업 지원’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정권 초장기부터 청년 문제와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취업부터 창업까지 더 꼼꼼히 지원합니다”라는 슬로건 아래 △현장 실무 경험 기회를 확대 △첨단산업·신기술 실무인재 양성을 위한 AI·빅데이터 등 훈련 과정 확대 △민간 주도형 청년창업사관학교 확대 △청년 창업펀드 확대 △청년 창업기업 우대 보증지원 확대 등을 통한 청년 맞춤형 고용서비스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창업은 충분한 교육과 준비 없이 도전할 경우 고객 관계와 유통채널, 수익모델, 비용의 지출 등 창업을 위해 갖추어야 할 성공적 요소를 관리하지 못해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창업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오히려 예비 창업자들을 경직시킬 수 있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한국생산관리학회에서 2019년 발표한 ‘창업 교육 수준이 경영성과에 미치는 영향’보고서는 창업기업이 경영성과를 높여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생존과 경쟁우위를 가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창업 교육 시간과 실습 교육 기회 마련, 높은 교육 만족도가 중요하다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창업 교육 이수 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나 지자체 주도로 시행되는 다양한 창업 교육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청년 실업 문제를 청년 창업 지원으로 풀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금을 통해 청년들이 개인의 돈과 시간을 들여 우후죽순으로 창업해도 상품성이 떨어져 투자가 중단되면 폐업하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면 간절히 창업하고 싶은 청년들을 모아 정보 부족이나 자금난으로 벌어지는 사소한 문제들을 전문적으로 해결해주는 프로그램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 실업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창업은 뛰어난 소수의 인재와 뛰어난 상품이 만나야 성공할 수 있다. 서울시에서 대학생을 포함한 청년들에게 창업을 지원하는 사실 자체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그보다는 차라리 유망 스타트업들을 집중적으로 발굴해, 자금이 경색된 시장 속에서 돌파구가 되어주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