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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한·미 금리 동조화, 장기물 기준으로 여전히 강해 정부부채 부담 높아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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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3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올 하반기부터 한국과 미국 간 국채금리 동조화 현상에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0년물 등 장기 한국 국고채금리는 여전히 미국 국채금리를 따라가지만 국내 통화정책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는 1·3년물 등 단기물의 경우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에선 국내 대출금리나 은행채·회사채금리가 장기 금리와 연계된 점을 두고 미국과의 장기 금리 동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은, ‘한·미 금리 동조화 현황과 평가실증 분석 결과 발표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한-미 금리 동조화 현황과 평가’ 이슈노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국고채금리는 지난해 시작된 미국의 금리 인상기 때부터 미국 국채금리와 동조화 현상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미국 국채금리 영향을 실증 분석한 결과 급격한 금리 인상이 있었던 지난해 한·미 10년물 금리의 상관계수는 0.96, 1년물과 3년물은 각각 0.98, 0.97을 기록했다.

반면 올해 10년물은 0.93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나 1년물 이하 단기물은 0.64로 큰 폭 하락했다. 1·3년물 등 단기물의 동조화 현상이 사라진 이유는 단기물이 국내 통화정책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크게 받기 때문이다. 지난 2월 한은이 정책금리를 동결한 후 현재 한·미 정책금리 격차는 100bp 가까이 확대됐다. 또 국내와 달리 양호한 성장과 물가 재상승 위험 등을 바탕으로 정책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 미국의 상황도 단기물 디커플링에 영향을 준 것을 보인다.

한은 관계자는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 변화로 미국 국채금리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국내 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 있는 만큼 미 국채금리 움직임에 따른 영향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높은 장기 금리, 가계부채 부담 높여 결국 경기둔화까지 초래할 우려

미국 재무부는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3분기부터 국채 장기물 발행 규모를 대거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투자자들이 장기물 국채 매도에 나서면서 최근 미국 채권 금리가 장기물 중심으로 상승했다. 앞으로도 미국 장기물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장기금리의 동조화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최강욱 한은 채권시장팀 차장은 “두 나라 간 물가 및 성장, 통화정책 방향의 차이를 반영해 중단기적으로는 금리가 다소 엇갈리는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기적 시계에선 수렴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국내 장기금리의 경우 여전히 동조성이 높은 만큼 미 국채 금리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국내 영향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시장이 미국과의 장기 금리 동조화를 우려하는 이유는 국내 대출금리나 은행채·회사채금리 등이 장기 금리와 연계돼 움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재의 높은 장기 금리가 지속될 경우 주택담보대출금리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고, 이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이 지속되면서 궁극적으론 경기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정부가 10년물 국채 금리를 조달금리로 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부담도 커질 우려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한 신흥국들은 코로나19 이후 큰 폭으로 증가한 정부부채 및 재정적자로 인해 금리상승에 따른 이자 지급 부담 및 차환리스크가 높은 상황이다.

미국 금리의 한국 금리에 대한 영향력/출처=한국은행

미국 장기채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 울상

미국 장기 금리가 상승하면서 일부 투자자들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올해 초 미국 정책금리가 하향 안정화할 것이란 전망에 장기채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4%대에 머물렀던 미국 장기채 금리(10년물 기준)는 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이 예상됨에 따라 올해 초 3.8%대로 떨어졌다. 당시 국내 투자자들은 향후 통화 긴축 전환에 따른 채권 금리의 추세적 하락을 예상하고 미국 장기채 투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채권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의 특성상 향후 금리가 하락에 따른 채권 가격 상승으로 매매차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초부터 지난달 22일까지 국내 해외주식 투자처 1위와 3~4위는 모두 미국 장기채 ETF였다. 이 기간 국내 투자자들은 20년물 이상 국채에 투자하는 ETF인 '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ETF(TLT)'를 2억2,274만 달러(약 2조9,553억원) 사들였다. 특히 20년물 이상 미국 국채 3배 레버리지 ETF인 '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S ETF(TMF)'를 8억8,512만 달러(약 11조7,400억원) 순매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초 전망과 달리 장기채 금리가 지속 상승하자 장기채 ETF의 손실이 쌓이기 시작했다. 연초 이후 TLT의 수익률은 -7.66%, TMF는 무려 -27.65%를 기록 중이다. 문제는 미국 국채 금리 향방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노동시장이 식어가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견고한 상황”이라며 “특히 일부 물가지표가 반등하는 등 인플레이션 고착화 조짐까지 나타남에 따라 미 연준이 통화긴축 전환에 신중을 기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장기 금리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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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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