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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에 집중된 한국의 유럽 수출, 탄소국경조정제도 시행되면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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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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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연합(EU)이 입법을 완료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철강 산업 수출 감소가 전망되는 가운데 기후변화 대응기술을 통해 타격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회미래연구원(미래연)은 16일 발간한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영향과 중장기 대응전략’ 보고서를 통해 EU와 우리나라의 무역 현황을 비롯해 주요국의 탄소배출 규모를 살펴본 후 이같이 말했다.

미래연은 CBAM이 시행되면 탄소 배출량, EU와의 탄소 가격 차이 등이 국가별 수출액에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내다보며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한 예시로는 연구개발(R&D) 지원, 국내 제도의 정비, 해외 동향 모니터링 강화, 국제사회 논의 참여 등을 들었다.

"자국에서 안 낸 탄소세, EU에서라도 내야"

CBAM은 2015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서 제시된 ‘지구의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전 대비 1.5℃ 이하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면서 처음 논의되기 시작했다. 유럽 내에서는 배출권거래제(ETS), 탄소세(carbon tax) 등을 통해 기업에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해 탄소배출을 억제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했지만, 역내에만 해당 제도를 적용하면 역외 수입량이 증가하는 등 제도의 효과를 누릴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 때문에 EU와 수출국 간 탄소 가격의 차이만큼 비용을 부과하는 방안이 제시됐고, 그렇게 탄생한 제도가 CBAM이다.

해당 제도는 EU 내 ETS의 탄소 가격과 연동해 인증서 가격을 설정하고 역외 기업에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특정 기업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에 인증서 가격을 곱해 비용을 산정하고, 해당 기업이 자국에서 이미 부담한 탄소배출 비용은 제외하는 식이다. 대상 품목은 시멘트, 전기, 비료, 철강, 알루미늄, 수소, 철강 관련 일부 제품이며 EU는 오는 2026년부터 실제 비용 부과를 목표로 현재 제품별 탄소배출량 정보 수집에 주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EU 내 다수의 기업이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철강 등을 수입하고 있는 만큼 CBAM 시행으로 비용 부담이 늘면 수입의 상당 부분을 역내 교역으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의 EU 수출품, 1차 금속 제조업에 집중

국가별 무역 통계 기관 UN컴트레이드에 따르면 EU CBAM 대상 5개 품목은 모두 역내 교역액이 역외 수입액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2018년~2021년). 그 가운데 철강 제품군은 역내와 역외에서 각각 69.9%, 60.2%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우리나라의 EU 수출은 시멘트와 비료가 0%대의 낮은 비중을 보이는 반면 철강은 93.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의 철강 수출액은 EU 역내 교역 및 역외 수입액의 약 1.94%에 해당하며, 이는 전 세계에서 18번째로 큰 규모다. 알루미늄은 철강 수출 규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EU 내 교역 및 수입액의 약 0.48%를 차지하며 주요 품목으로 꼽혔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모두 1차 금속 제조업에 해당한다. EU가 수입한 1차 금속 제조업 제품에 포함된 탄소의 규모는 전반적으로 EU 국가들이 단위당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1차 금속 제조업 전체 탄소 배출량은 397만 톤으로 제품 백만 달러당 탄소배출량은 109톤이다.

출처=국회미래연구원

탄소 저감 R&D 지원으로 수출 감소 폭 줄일 수 있어

미래연은 CBAM 시행을 기점으로 EU 국가들의 역내 교역이 증가하고 비EU 국가들의 EU 수출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인도, 러시아, 튀르키예, 브라질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약 1.2%의 수출액 감소가 전망됐다. 이에 대해 미래연은 한국의 거래액 대비 탄소 배출량이 중국, 인도 등보다 낮고 EU와의 탄소 가격 차이 역시 이들 국가보다 작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미래연은 다양한 기후변화 대응 기술을 통해 탄소배출이 감소하면 제도의 시행으로 인한 타격을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탄소배출 저감을 위한 R&D 지원을 통해 기술개발에 대한 중장기적 지원을 통해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고, 기업이 ETS 등을 통해 국내에서 부담하는 탄소배출 비용이 EU의 인증서 가격 산정에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의 정비와 외교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향후 CBAM과 유사한 제도가 해외 주요국에서 시행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동향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해 6월부터 미국식 CBAM인 청정경쟁법(CCA) 입법을 추진 중이며, 유럽에서는 민간 영역에서도 탄소배출 관련 사항을 투자 및 공급망 결정에 고려하는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기후클럽 등 탄소배출 감축 관련 국제사회의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탄소중립 관련 협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적극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도 EU CBAM 시행에 맞춰 기업 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다각도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등은 지난 9월 26일 ‘EU CBAM 기업설명회’를 열어 참여 기업과 함께 EU CBAM 시행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가이드라인을 배포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일찌감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발표했으며, EU는 CBAM뿐 아니라 핵심원자재법(CRMA) 도입을 추진하는 등 글로벌 기후 통상환경이 급변하고 있다”고 밝히며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 강화, 수출 대상국 다변화를 위해 민관이 공동으로 우리 기업의 부담을 최소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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