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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주택 실수요자들 ‘전세 선호’
전세가 상승세의 또 다른 배경, ‘주택 공급물량 부족’
줄어든 주택 인허가 누적 실적에 향후 2~3년 내 주택 공급 부족 현실화 우려도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가 10월 내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혼조세인 매매시장 분위기에 더해 국토부 등 정부의 ‘주택 공급 부족론’이 재조명받으면서 실수요자들의 전세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올해 7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 누적 실적이 전년 대비 30% 가까이 감소한 가운데 향후 2~3년 뒤 주택 공급 부족이 심화될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지방의 미분양 주택 규모가 쌓이고 있는 만큼 전국적으로 공급 부족을 걱정할 만한 단계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10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가격 동향’ 조사 결과 발표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0.13% 상승했다. 이달 내내 상승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전국적으론 지난주(0.15%) 대비 상승폭이 줄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은 0.18%로 보합세였고, 수도권(0.26%→0.24%)과 비수도권(0.05%→0.03%)의 상승폭은 줄었다. 시도별로는 경기(0.31%), 대전(0.19%), 서울(0.18%), 세종(0.18%), 충북(0.11%), 인천(0.10%), 광주(0.05%) 등이 상승했고, 경북(0.00%)은 보합, 울산(-0.04%), 제주(-0.03%) 등은 하락했다.
서울은 매매시장의 불확실성 등으로 주택 실수요자들의 전세 선호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역세권 및 대단지 등 선호단지·지역 위주로 신혼부부 등 임차수요가 이어지면서 성동구(0.44%), 서대문구(0.32%), 은평구(0.26%), 광진구(0.24%), 용산구(0.22%), 양천구(0.30%), 강서구(0.26%), 구로구(0.21%), 영등포구(0.19%) 서초구(0.19%) 등이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편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주(0.07%) 대비 상승폭이 소폭 줄었다. 수도권(0.11%→0.08%)과 서울(0.09%→0.07%), 지방(0.03%→0.02%) 모두 상승폭이 축소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았던 지역과 단지 위주로 실수요 중심으로 거래가 이어지고 있으나, 거래희망가격 격차로 매수자 관망세가 나타나는 등 혼조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택 공급 부족 우려가 실수요자 자극
매매시장의 불확실성 외에도 향후 주택 공급물량 부족에 대한 우려도 전세가 상승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매매와 전세가격 모두 급등했던 2019년 부동시장에서도 주택 공급 부족이 전국 부동산 시장 상승기의 핵심 요소로 지목된 바 있다.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이슈는 당장 거주 공간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을 자극해 전세가를 끌어올린다. 이후 전세 수요가 과열돼 전세가가 급등하면 매매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실수요자가 늘면서 매매가격도 상승한다.
주택 공급 부족 여부는 아파트 입주 물량 수치를 이용해 판단한다. 국토부 조사에 따르면 1990년부터 올해까지 연간 아파트 입주물량의 평균치가 약 33만 호에 달하는 반면, 올해 입주물량은 37만 호가 예정되면서 평년보다 많은 입주물량으로 주택 공급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도 향후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지속 표명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건설업계가 신규 사업을 꺼리면서 인허가나 착공이 크게 줄었고, 이에 따라 앞으로 주택공급 물량이 부족해질 거란 주장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25일 인터뷰를 통해 “최근 인허가 물량이 예측보다 부진하다”면서 “LH를 필두로 한 공공주택 공급과 K-건설의 도약을 위한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떻게든 공급에 차질을 빚지 않을지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주택 공급 부족’에 대한 엇갈린 의견들
주택 공급 부족의 가장 큰 요인은 2020년 연말부터 급등한 원자재 가격 등 물가 상승에 있다. 아파트 건설의 주요 자재인 철근의 가격은 최근 3년간 45% 가까이 올랐고, 시멘트 가격도 50% 이상 상승했다. 이에 더해 인건비마저 인상되면서 전체 아파트 건설 비용이 증가했고, 수익성이 나빠진 건설사들은 신규 주택 건설 공사에 대한 수주를 줄이는 추세다.
이를 증명하듯 주택 인허가 물량도 크게 줄었다. 지난 3일 국토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전국 주택 인허가 누적 실적은 20만7,278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29.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착공 건수도 22만3,082가구에서 10만2,299가구로 54.1% 줄었다. 일반적으로 주택은 공급이 인허가 3~5년, 착공 2~3년 뒤 이뤄지는 걸 감안하면 올해 줄어든 인허가 실적으로 향후 2~3년 뒤 주택 공급 부족이 심화할 수 있다.
그러나 공급 부족 우려를 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에선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고, 비용이 크게 증가한 시점에서 건설사들이 신규 주택 건설을 서두르지 않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주장이다. 국내 S사 부동산연구소 대표는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로 건설사들이 어려웠기 때문에 인허가와 착공 물량이 줄었던 것”이라며 “아직 지방의 미분양 주택 규모가 상당한 만큼 전국적으로 공급 부족을 걱정할 만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장 큰 문제는 아니지만 공급 부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 분양시장 분위기가 지속 호전될 경우 앞으로 시장이 전반이 회복되면서 자연스럽게 공급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부도 미리 세워둔 공급 계획을 계속 추진해 시장 안정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