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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압박에도 증가세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 6개월 연속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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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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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주담대 잔액 약 3조 증가, 신용대출마저 6천억 가까이 늘어
여전히 식지 않는 ‘부동산 시장’ 열기, 주담대 수요 늘어난 주요 원인으로 꼽혀
다만 전체 대출 잔액 증가 주범이었던 ‘인터넷은행’ 잔액 증가폭은 둔화 추세
출처=각 은행

정부와 금융당국의 은행권 대출 조이기 압박에도 10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오히려 늘어났다. 이에 따라 전체 가계대출 규모도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문가들은 이미 50년 만기 주담대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등 대출 상품 판매가 중단됐음에도 대출 잔액이 오히려 늘어난 원인으로 식지 않은 부동산 시장 수요를 꼽았다. 향후 공급 부족을 이유로 집값 상승을 전망하는 투자자가 늘면서 대출 수요가 줄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늘어난 주담대와 신용대출에 전체 가계대출 규모 약 685조원 육박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NH농협·하나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전월 대비 3조1,273억원 늘어난 520조9,861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가세가 둔화됐던 신용대출도 올 들어 월별 기준 처음으로 증가세를 보이며 전월 대비 6,081억원 늘어난 107조9,49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담대와 신용대출이 늘어나자 전체 가계대출 규모도 685조7,820억원으로 전월 대비 3조4,526억원 증가했다. 사살상 금융당국이 내놓은 대출 수요 억제 정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 증가세에 은행들은 줄줄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오는 3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우대금리 조정 방식으로 0.2~0.3%포인트(p) 인상할 계획이며, 전세자금대출 금리도 금리조정 주기에 따라 0.2~0.3%p 인상할 예정이다. 신한, 하나, 국민은행 등도 지난달부터 주담대 금리를 0.1~0.2%p 올리거나, 주담대 상품의 금리감면율을 0.15%p 정도 축소해 왔다.

은행권의 연이은 금리 인상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지난해 4분기 판매됐던 정기예금 상품의 만기가 돌아오면서 정기예금 금리 인상 등 은행권이 수신경쟁을 벌인 것도 한몫했다. 최근 5대 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4.05% 수준으로, 지난달 5대 은행의 정기예금은 전월 대비 14조원 가까이 늘었다.

당국 압박에도 가계부채 증가세 꺾이지 않는 이유는?

올해 정부와 금융당국은 줄곧 가계대출에 대한 우려를 표출해 왔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과도한 가계부채는 잠재성장률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 비율을 (국내총생산 대비) 100% 이하로 낮추는 것을 정책 1순위로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영끌 투자’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가계 부채 위기가 발생하면 과거 IMF 외환위기의 몇십 배 위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지난 7월 가계대출이 연중 최대폭인 5조4,000억원으로 증가하자 결국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의 주범으로 꼽히는 주담대 수요를 막기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축소하고, 부부합산 연 소득 1억원 초과 차주에게 제공하는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취급을 중단하는 등 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다만 대책을 꺼낸 후에도 유의미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을 부동산 시장의 여전한 열기에 더해 향후 경기 전망 등 복합적인 요인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국내 금융권 관계자는 “50년 만기 주담대나 특례보금자리론 일반형 등 대출 상품 판매가 중단되면서 일부 가계대출 수요가 줄 수 있지만, 부동산 시장 내에선 단기적으로 불투명한 주택 공급에 따라 집값이 상승할 거란 기대감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올해 말과 내년 경기침체 우려로 인해 기존 주택을 담보로 미리 대출에 나선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아파트 단지

주담대 금리 빠르게 올려 진입 장벽 높인 ‘인터넷은행’

정부의 대응이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앞서 당국이 가계부채 급증의 요인으로 주담대 증가세를 꼽으며 주목했던 인터넷은행 비대면 대출의 경우 같은 기간 증가폭 둔화세가 두드러졌다.

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가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3사의 9월 말 기준 주담대(전월세 대출 포함) 잔액은 전달보다 7,125억원 늘어난 29조95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인터넷은행 주담대 잔액의 월간 증가폭은 지난 1월부터 6월까지 1조7,505억까지 큰 폭으로 확대됐지만, 7월 이후 증가폭 감소가 시작된 이후 9월까지 2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인터넷은행들 가운데 주담대 잔액이 가장 많았던 카카오뱅크의 9월 말 주담대 잔액은 19조8,673억원으로 전월보다 5,499억원이 늘어났지만, 올해 최대 증가폭을 보였던 6월(1조4,818억원)과 비교하면 1/3 토막으로 줄었다. 케이뱅크 역시 9월 말 주담대 잔액이 4조2,171억원으로 전달보다 1,516억원 늘었지만, 올해 4월(3,240억원) 증가폭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잔액이 줄어든 것은 금리를 빠르게 올려 진입 장벽을 높인 결과다. 카카오뱅크의 금리는 7월 4.16%에서 9월에는 4.39%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케이뱅크의 금리도 4.17%에서 4.27%로 상승했다.

인터넷은행들은 주담대 진입을 강화하는 동시에 중저신용자를 위한 포용금융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지난달에만 두 차례 중신용자 대출 금리를 낮췄으며, 올해 연말까지 중·저신용자, 금융 이력 부족자 등 금융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대출 공급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고금리 여건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신용도가 낮은 고객의 이자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지속할 예정”이라며 “경쟁력 있는 금리와 편의성을 바탕으로 포용금융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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