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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터 먼지에 기침하는 정부 전산망, 대기업은 '만능약'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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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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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 대기업 공공 SW 사업 참여 제한 '1,000억원→700억원'
하드웨어 노후화·시스템 쪼개기로 구멍 뚫린 전산망, 공공 SW로 메꾼다고?
IT 업계 "얼렁뚱땅 대기업 끌어들인다고 해결될 문제 아니다" 비판
공공sw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 제한 금액을 기존 1,000억원에서 70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유력 검토한다. 최근 발생한 '전산망 먹통'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른 가운데,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의 기술력을 끌어들여 관련 역량을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전산망 먹통 사태가 보여준 '근본적인 문제'를 놓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기업 '공공 SW 사업' 참여 장벽 낮춘다

2013년 시행된 현행 소프트웨어진흥법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 집단)에 소속된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를 금액과 무관하게 제한하고 있다. 상황이 변한 것은 지난 6월부터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시스템 복잡도가 높고 기술적 난도가 높은 1,000억원 이상의 공공 SW 사업에 한해 대기업 참여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담은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선안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지난 28일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서울에서 간담회를 열고 “기존 대기업 공공 SW 사업 참여제한 금액인 1,000억원은 너무 높다는 의견이 있고, 시스템 전면 업그레이드 시에는 대기업 역량을 활용할 필요도 있다”며 공공 SW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제한 금액을 700억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700억원 이상의 대형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두겠다는 의미다.

박 차관은 “컨소시엄 비율 배점, 하도급 제한 등을 포함해 빠르면 이번 주 발표할 계획”이라며 “품질 좋은 SW를 개발할 수 있도록 행정안전부와 예산·대가 문제도 지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네트워크·SW 관련 주무 부처로서 공공 행정전산망 마비 사태에 대해 일종의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소프트웨어진흥법 개정안 초안은 다음 달 공개될 예정이다.

기기 노후로 발생한 문제, SW·대기업으로 푼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부가 전산망 마비 사태의 근원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의 관리 미흡으로 발생한 '전산망 펑크'를 대기업으로 메꾸려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행정 전산망 마비의 주요 원인은 SW가 아닌 HW(하드웨어)였다. 행안부 역시 전산망 마비 원인이 라우터 포트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장비는 지난 2019년 5월 단종돼 업데이트 등이 어려움에도, 정부는 지난해 1월 1일 국가정보통신망 내용연수 기준을 개정하며 사용 기한을 무리하게 늘렸다.

기기 노후화는 단순 라우터 포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에 따르면 행정망 서버를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본원의 인프라 장비 4,200여 개 중 약 25%가 내용연한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지난 10월 기준). 내용연한이 1년을 초과한 기기는 550여 개, 3년을 초과한 기기는 200여 개 수준이다. 7년 이상을 초과한 장비도 15개에 달했다. 결국 전산망 먹통 사태의 원인은 공공 SW 사업과 대기업이 아닌 노후 시스템의 안일한 방치에 있었다는 의미다.

현재 정부는 1,400여 개에 달하는 전산 시스템의 개발·운영을 수많은 외부 업체에 쪼개서 맡기고 있다. 사방팔방 흩어진 인프라는 컨트롤타워 하나 없이 중구난방 가동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장비 교체·시스템 개선 등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내놓는 대신,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을 끌어들이는 엉뚱한 전략을 발표했다. IT 업계에서는 정부가 대기업의 힘을 빌려 관리 미흡 및 역량 부족의 '빈틈'을 적당히 메꾸려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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