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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산업정책, 1970~80년대 개혁·개방 이후 고도성장 이끌어 2000년대 들어 경제적 목표와 실제 실행 역량 간의 격차 커져 기술력 기반의 산업정책으로 전환했지만 보조금 효과도 미비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40년간 중국은 고도성장을 거듭하며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중국을 '세계의 공장'으로 발전시킨 산업정책을 두고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대응이 엇갈린다. 선진국은 중국의 성장을 자국 기업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산업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하는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중국의 정책을 경제적 성공을 위한 청사진으로 받아들이고 고속성장을 위해 유사한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
中 발전 초기, 소련식 계획경제와 일본 산업정책에 영향
중국의 경제적 성공과 산업정책의 성과에 대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관점이 다를 수는 있지만 두 관점 모두 중국의 경이로운 성장에 산업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실제로 중국 산업정책의 역사는 주변국들에 귀중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초기 중국의 산업은 국가 주도의 소련식 계획경제 체제에서 운영됐다. 당시에는 정부나 권력자의 명령이 경제적 지침이 됐기 때문에 현대적인 의미의 산업정책은 부재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의 개혁·개방 시대에 이르러 산업정책이 국가 경제의 필수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소련식 계획경제와 일본의 산업정책이 중국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특히 이 시기 중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 눈부신 성장을 이뤄낸 일본의 경제 발전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일본의 기적(Japanese miracle)'을 이끈 핵심 요인을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의 경제 시스템은 정부의 절대적 통제 하에 운영됐다. 정부가 산업 전반에 개입하며 상품의 생산, 가격 책정, 유통의 주요 사항을 결정했고 이 과정에서 시장경제의 메커니즘은 배제했다. 중국이 채택한 새로운 발전 경로는 경제 발전 초기 '후진성의 이점(advantage of backwardness)'을 살려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 시기 중국의 산업정책은 순수한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볼 때 강압적이었음에도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 하에서는 경제 자유화를 향한 첫걸음이 됐다. 더욱이 당시 중국 경제는 자본, 기술, 숙련 근로자의 심각한 부족에 직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원의 흐름과 투입을 규제하더라도 경제 성장에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선진국을 따라잡는 데 집중하던 시기에는 일본의 산업정책이 귀중한 가이드라인이 됐다. 중국은 일본의 성공을 벤치마킹해 새로운 산업정책을 도입하는 한편 비효율적인 정책을 폐기함으로써 경제 시스템을 개선해 나갈 수 있었다.
2000년대 '후진성의 이점'이 사라져 생산성 저하에 직면
2006년 발표한 '국가 과학기술 발전 중장기 계획(Introduction of the Outline of National Medium- and Long-term Program for Science and Technology Development)'을 계기로 중국의 산업정책은 큰 전환점을 맞았다. 과학기술 발전 계획은 중국 최초로 국내 산업의 혁신을 주창한 공식적인 국가계획으로 자국 기업들이 최첨단 기술 역량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중국의 야망이 반영됐다. 이는 산업정책이라기보다는 산업의 혁신 발전과 기술의 자급자족을 목표로 제시한 국가 전략으로 이후 후속 산업정책인 '중국 제조 2025 이니셔티브(Made in China 2025 initiative)'로 발전했다.
이후 중국의 산업정책에서 혁신 주도 성장을 촉진하는 것은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후진성의 이점을 살려 경제 자유화의 이익을 누리면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지만 현재 중국 경제는 고령화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 투자 수익률 하락, 생산성 저하와 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한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경제 운영의 초점을 혁신 주도 성장으로 전환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산업정책이 경제 기조의 변화를 달성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 산업정책의 목표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 사이의 격차가 점점 더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한 산업정책의 기술적 목표가 높아지면서 정확한 방향을 설정하고 그 성과를 측정해야 하는 과제도 중요해졌다. 이렇듯 경제 시스템과 산업구조의 복잡성이 심화되면서 기업과 지방정부들도 다양한 전략과 실행 가능한 조치를 모색하고 있다.
보조금에 의존하는 산업정책은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커
슘페터 성장이론을 토대로 중국의 산업정책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통해서도 혁신을 강조한 중국의 산업정책이 되려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광웨이 리(Guangwei Li), 린이 차오(Linyi Cao), 헬루 지앙(Helu Jiang), 리쥔 주(Lijun Zhu)가 파괴적 혁신과 정부 보조금을 연구한 논문에서 급진적 혁신과 점진적 혁신간의 트레이드 오프에 초점을 두고 보조금의 경제성장 효과를 양적 지표와 질적 지표를 구분해 분석한 결과, 보조금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중 질적 지표의 마이너스 성과가 양적 지표의 플러스 성과보다 압도적으로 큰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이 기간 혁신 보조금의 경제성장 효과 중 총요소생산성(TFP) 증가율과 후생은 각각 0.19%p, 3.31%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보조금과 기업 생산성의 관계를 연구한 또 다른 논문에서도 산업정책이 TFP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장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이 TFP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정부가 특정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해 경제적 성과를 높이는 '승자 선택 효과'에 대한 근거는 확인할 수 없었다. 오히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 보조금과 기업의 예상 생산성은 음의 상관관계가 있으며 실제 생산성 성장에는 보조금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중국경제연구소(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가 발표한 워킹페이퍼에서도 상장기업에 더 많은 혁신 보조금이 지급되면 기업의 R&D(연구개발) 집약도는 증대됐지만 생산성, 특허, 수익성 개선에는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에는 혁신에 중점을 두는 중국의 산업정책이 실제 어떤 성과를 거뒀는지를 두고도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공급망 내 다른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도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파급효과가 큰 업스트림(upsream)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산업정책이 다운스트림(downstream) 부문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이는 중국의 산업정책이 동일한 공급망 네트워크 내에서 주변국의 다운스트림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또 다른 연구에서는 보조금이 수혜기업의 생산성에는 긍정적인 직접효과가 있지만 동일한 클러스터 내 비수혜기업에게는 부정적인 간접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이한 연구 결과로 인해 복잡성이 확대됐지만 최근에는 부정적인 간접효과가 우위를 보이고 있다. 이는 특정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혜택이 다른 산업이나 기업에 대한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러한 부정적 파급효과는 국경을 넘어 확장되고 있다는 산업정책의 불편한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원문의 저자는 광웨이 리(Guangwei Li)는 상하이공과대학(ShanghaiTech University) 경영학부 조교수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Winners and losers in China’s industrial policy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