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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3선 조코 위도도 대통령 이은 차기 대통령 선거 실시 오랜 기간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으로 中과의 갈등 격화 中과의 관계에서 경제협력과 국가 안보 사이 균형있는 전략 필요
[동아시아포럼]은 EAST ASIA FORUM에서 전하는 동아시아 정책 동향을 담았습니다. EAST ASIA FORUM은 오스트레일리아 국립대학교(Australia National University) 크로퍼드 공공정책대학(Crawford School of Public Policy) 산하의 공공정책과 관련된 정치, 경제, 비즈니스, 법률, 안보, 국제관계에 대한 연구·분석 플랫폼입니다. 저희 폴리시코리아(The Policy Korea)와 영어 원문 공개 조건으로 콘텐츠 제휴가 진행 중입니다.
지난 14일 인도네시아 제8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대국인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이 10년 만에 바뀐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문민정부를 세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높은 지지율에도 불구하고 헌법이 정한 대통령 3선 금지 규정에 따라 출마하지 못한 가운데, 이번 대선은 아니스 바스웨단 전 자카르타 주지사, 프라보워 수비안토 현 국방부 장관, 간자르 프라보워 전 중부자바 주지사의 3파전으로 진행됐으며, 오는 3월경 당선자가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미·중 갈등 고조되면서 남중국해의 군사적 충돌 우려
지난달 7일 인도네시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외교정책과 국가 안보를 주제로 제3차 대선 후보자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의 최대 쟁점 중 하나는 영유권 분쟁지역인 남중국해 문제였다. 남중국해 분쟁은 중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6개국이 남중국해 상의 해양 지형물에 대한 영유권과 해양 관할권을 주장하는 다국가 간 해양영토 분쟁으로 인도네시아 안보에서 가장 주요한 현안 중 하나다.
최근에는 미·중 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남중국해에서의 관계국 간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필리핀 서부의 팔라완섬으로부터 약 200킬로미터 떨어진 세컨드 토마스 암초 근처에서 중국 해안경비대와 필리핀 보급선 간의 출동이 발생했고 이에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위협을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분쟁에서 미국과 함께 2강으로 꼽히는 중국의 영향력이 크다. 인도네시아는 중국을 경제성장을 위한 협력 파트너로서 봄과 동시에 안보적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어 차기 대통령이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앞으로 인도네시아 정부가 구사할 경제·외교 전략의 방향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토론회에서는 간자르 프라보워 후보에게 남중국해와 관련한 질문이 쏟아졌고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와 아니스 바스웨단 후보에게는 간자르 후보의 답변을 반박하거나 보완하는 방식으로 토론이 이뤄졌다.
간자르 후보, 분쟁 당사국이 아닌 조정자 입장 강조
이날 토론회에서 간자르 후보는 인도네시아가 영유권 분쟁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 인도네시아가 분쟁을 조정하는 데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잠재력과 역량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년간 남중국해와 관련한 협상에서 거의 진전이 없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근 '남중국해 당사국 행동선언(Declaration on the Conduct of Parties in the South China Sea, DoC)'과 '남중국해 행동규범(CoC, code of conduct)'에 대한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은 여전히 이 지역의 큰 이슈로 남아 있다.
이에 대해 간자르 후보는 인도네시아가 분쟁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 '임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언급한 임시 조치가 무엇이며 어떻게 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UNCLOS)은 경계미획정수역(undelimited maritime areas)에 대한 임시 조치로 잠정 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제공한다. 실제 UNCLOS는 다른 지역의 해양분쟁에서 천연 자원의 탐사, 개발, 보존을 위한 양자간 혹은 다자간 잠정 협정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간자르 후보가 제안한 임시 조치가 어떤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지,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행동규범과는 어떻게 차별화될 수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어 간자르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 인도네시아가 북나투나해(North Natuna Sea)의 채굴권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나투나해는 북쪽으론 남중국해, 동쪽으로는 칼리만탄, 서쪽으로는 싱가포르 해협에 둘러싸인 바다로 어족이 풍부해 '황금어장'으로 불린다. 해저에는 천연가스전도 있어 인도네시아 정부는 베트남과 배타적경제수역(EEZ) 협정을 맺고 대규모 가스전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 정부가 30억7,000만 달러(약 3조9,000억원)을 투입한 튜나가스전 개발과 관련해 중국이 해당 수역을 구단선의 일부라고 주장하면서 중국과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스 후보, 개별 국가보다 ASEAN 차원의 대응 필요
간자르 후보의 발언에 대해 아니스 후보는 강하게 반박하며 남중국해의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ASEAN(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이 어떻게 신뢰를 형성하고 파트너십을 구축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니스 후보는 ASEAN 차원에서 남중국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관되고 단합된 입장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ASEAN과 중국 간의 관계는 중국과 밀접한 파트너십을 유지 해온 라오스나 미얀마 등의 국가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그동안 남중국해에서 ASEAN의 입장과 역할이 명확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이 강대국인 중국을 상대할 때 개별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기 보다는 ASEAN을 창구로 활용함으로써 보다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ASEAN은 남중국해의 분쟁을 해결하는 데 있어 항상 이견을 보여온 만큼 ASEAN에만 의존해서는 남중국해 문제에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일례로 지난 2012년 ASEAN의 의장국인 캄보디아는 ASEAN 성명에 남중국해 분쟁 중재판결과 관련한 어떠한 내용도 포함되지 않도록 막았고, 결국 외교장관회담 공동성명 자체가 무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ASEAN은 11년이 지난 2023년 12월이 돼서야 이 문제에 대한 확고한 성명을 발표했다.
프라보워 후보, 해군·해안경비대 방위역량 강화해야
이날 토론회에서 현 국방장관인 프라보워 후보는 인도네시아가 남중국해에서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방법이나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북나투나해를 지키기 위해 인도네시아 해군과 해안경비대가 강력한 방위역량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본 개표 결과, 당선이 유력한 프라보워 후보가 집권에 성공할 경우 다른 후보에 비해 북나투나해에서 보다 적극적인 군사전략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군사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분쟁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도네시아가 ASEAN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이익만을 우선해서는 안 된다. 특히 남중국해에서의 분쟁이 더욱 확대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각 후보들은 이날 공약집 등 캠페인 홍보물을 통해 자신들의 비전과 미션을 공개했다. 간자르 후보는 유일하게 나투나 제도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고, 아니스 후보는 나투나 제도의 주권 보장, 국가 안보 강화, 해양 자원 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프라보워 후보는 인도네시아가 직면한 전략적 도전 과제 중 하나로 남중국해를 언급했다. 프라보워 후보는 남중국해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초강대국 사이에서 분쟁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인도네시아는 미래의 분쟁 가능성을 예상하고 잠재적 위협을 완화할 수 있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중국해는 인도네시아의 가장 주요한 안보 위협 중 하나인 만큼, 차기 대통령의 대응 전략과 리더십은 인도네시아 영토 주권을 지키고 나아가 ASEAN 지역의 잠재적 위협을 해소하는 데 중대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14일 실시된 대선 표본 개표에서는 현 국방장관인 프라보워 후보가 58%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간자르 후보와 아니스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16%, 26%에 머물렀다. 인도네시아는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0%를 넘고 전국 38개 주 중 과반에서 20% 이상 득표하면 결선 투표 없이 대통령으로 확정된다. 다만 공식적인 선거 결과는 한 달 넘게 개표가 진행된 뒤 오는 3월 20일 발표되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결과가 이대로 확정될 경우, 오는 10월 프라보워 후보는 제8대 인도네시아 대통령에 취임하게 된다.
원문의 저자는 아리스티요 리즈카 다르마완(Aristyo Rizka Darmawan) 인도네시아대학교(Universitas Indonesia, UI) 국제법 강사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Assessing Indonesia’s potential presidents’ South China Sea strategies | East Asia Forum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