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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 감소에 악성재고만 1,700억? 위기 맞은 에코프로비엠, 증권가서도 목표주가 하향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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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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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비엠 재고자산 평가손실 급증, 전기차 수요 감소 영향
거듭되는 역성장에, 주가 프리미엄도 빠진다
재무건전성 악화 가능성↑, 날개 꺾인 에코프로비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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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에코프로비엠 주주총회에서 주재환 에코프로비엠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사진=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비엠의 재고자산 장기체화에 따른 평가손실이 1,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재 판가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과거에 비싸게 구매했던 원재료로 제품을 만들다 보니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전년 대비 15% 증가한 양극재 판매 목표를 세웠지만, 업계에선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기차 시장이 부진하면서 배터리 업황 자체가 하락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악성재고에 발목 잡힌 에코프로비엠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말 기준 재고자산은 1조1,088억원이다. 전년 동기 8,564억원 대비 29.5% 증가한 수준이다. 재고자산은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와 함께 대폭 늘었다. 2021년 말 3,394억원 수준이던 재고자산은 2022년 8,000억원을 넘어섰고, 작년에는 1조원을 돌파했다. 에코프로비엠이 전기차 시장 성장에 맞춰 선제적으로 원재료 등을 확보했던 영향으로 풀이된다. 에코프로비엠의 매출 역시 양극재 수요 증가로 ▲2021년 1조4,856억원 ▲2022년 5조3,576억원 ▲2023년 6조9,009억원 순으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엔 메탈 가격 하락과 단기 양극재 수요 부침을 겪으면서 이른바 '악성재고'로 불리는 장기체화재고에 따른 평가손실충당금을 1,729억원이나 적립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의 시가가 취득원가보다 하락할 경우 저가법을 적용해 재고자산의 장부금액을 결정하는데, 작년에만 재고평가손실로 1,653억원을 인식한 까닭이다.

눈에 띄는 점은 에코프로비엠의 재고평가손실이 1,000억원 이상 발생했던 것이 지난해가 처음이라는 점이다. 에코프로비엠의 재고평가손실은 ▲2019년 7억원 ▲2020년 14억원 ▲2021년 44억원 ▲2022년 76억원 등 작년을 제외하곤 100억원이 넘지 않았다. 반면 지난해에는 제품에서 1,094억원, 재공품에서 104억원, 원재료 및 저장품에서 531억원의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4분기 매출도 1조1,80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쪼그라들었고, 1,14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까지 했다.

증권가도 주가 거품 빼기, "올해도 역성장할 듯"

이렇다 보니 증권가는 에코프로비엠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추기 시작했다. 현재 에코프로비엠 주가에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이 지나치게 반영된 경향이 있다는 게 주요 이유였다. 올해 에코프로비엠이 역성장을 이룰 것이란 전망이 나온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시장은 에코프로비엠의 올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2% 감소한 5조3,000억원 선일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은 74% 증가한 2,660억원으로 내다봤지만, 지난해의 재고자산평가손실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는 역성장이라는 게 시장의 설명이다. 이 같은 추세에 하이투자증권도 앞서 지난 2월 초께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투자 의견 '보유(Hold)'를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27만원에서 2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당시 에코프로비엠의 주가는 23만원 선이었는데, 당일 주가보다 더 낮은 목표가를 제시한 건 사실상의 매도 사인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향 양극재 시장은 글로벌 고금리 기조와 더불어 캐즘 현상으로 인한 전방 수요 성장세 둔화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이라며 "현재의 양극재 판가는 리튬 가격이 추가적으로 하락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지난해 연평균 대비 이미 25%가량 낮은 것으로 추정되며, 하반기 동안 리튬 가격이 다소 반등하더라도 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로 인해 올해 판가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미, 유럽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 영향으로 올해 큰 폭의 출하량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고, 지난해 대비 판가 하락 폭이 커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현 주가는 2026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 34.1배 수준으로 글로벌 이차전지 셀, 소재 업종 평균 대비 이미 엄청난 프리미엄이 반영돼 있어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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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고자산회전율 둔화, 전기차 수요 감소가 '직격타'

이런 가운데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전년 대비 15% 증가한 양극재 판매 목표를 세우고 나섰다. 판매 실적 개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단 취지지만, 업계에선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에코프로비엠이 처한 역성장 기조의 근본 원인은 '전기차 수요 감소'라는 거시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또한 주요 고객사인 이차전지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 축소에 대응해 양극재 주문을 줄이면서 에코프로비엠의 재고가 제때 소진되지 못한 게 부진의 주요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에코프로비엠의 지난해 재고자산회전율은 8.1회에서 6.7회로 둔화했고, 재고자산회전일수도 45.1일에서 54.3일로 늘어났다. 즉 재고회전율이 감소하면서 45.1일이면 충분했던 에코프로비엠의 재고 소진 기간이 일주일 이상 길어졌단 의미다. 재고자산회전율이 재고 상품의 현금화까지 걸리는 시간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회전율이 낮을수록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재고 소진이 둔화할 경우 시간이 지날수록 해당 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손실이 발생해 원가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재고자산회전율 둔화는 에코프로비엠의 현금창출능력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에코프로비엠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마진율은 2022년 8%에서 지난해 4%로 거의 반토막 났다. EBITDA 역시 4,456억원에서 2,452억원으로 45% 감소했다. EBITDA는 이자와 세금, 감각상각비, 무형자산상각비 등을 차감하기 이전 이익으로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전기차 수요가 다시 회복되지 않는 이상 에코프로비엠의 날개는 여전히 꺾인 채 남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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