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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최상위 대학 순위 하락, R&D 예산 삭감에 연구환경 개선도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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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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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대학평가에서 서울대·연세대·KAIST 순위 일제히 하락
中 대학이 '톱10' 절반 독식, 연구·교육환경에서 20~30점차
피인용횟수 등 연구의 질, 국제 연구 네트워크 부문 취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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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아시아 대학 평가 2024' 30위권 내 한국 대학 현황/출처=THE(Times Higher Education)

올해 영국의 대학평가기관 타임스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 THE)의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 한국 최상위 대학들 순위가 일제히 하락했다. 반면 중국과 일본 대학들은 약진했다. 한국 대학들은 특히 연구와 교육 부문에서 중·일 대학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으로 대학의 '연구비 보릿고개'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앞으로 대학의 경쟁력 확보에 더 큰 어려움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국 최상위 대학 뒷걸음질, 중국·일본 상위권 독식

지난달 30일(현지시각) THE가 발표한 'THE 아시아 대학 평가 2024'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대, 연세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국내 최상위 대학 3곳의 순위가 모두 전년 대비 하락했다. 서울대는 2022년 8위, 2023년 11위에서 올해 14위로 떨어지며 2년 연속 하락했다. 2022년 21위에서 2023년 13위로 8계단 상승했던 연세대도 올해는 17위로 4계단 떨어졌다. 2021년 13위, 2022년 14위, 2023년 17위였던 KAIST는 3년 연속 순위가 하락하면서 올해는 18위까지 내려앉았다.

반면 중국과 일본 최상위 대학들은 순위가 상승했다. 지난해 공동 9위를 기록했던 중국 상하이 교통대학교와 푸단대학교는 각각 7위와 8위로 올랐다. 지난해 12위였던 중국 저장대학교도 올해는 9위에 안착하며 10위권 내로 진입했다. 칭화대와 베이징대는 수년째 1위와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조사에서 10위권 내 중국 대학은 5곳으로 절반에 달했다. 일본 도쿄대학교도 지난해 8위에서 올해 5위로 3계단 상승했다.

올해 'THE 아시아 대학 평가'는 아시아 대학 739곳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연구품질 30% △연구환경 28% △교육환경 24.5% △산학협력 10% △국제화 7.5% 등 5개 지표의 합산 점수로 순위를 매겼다. 한국 대학들은 연구환경과 교육환경 부문에서 중국·일본 대학들과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 하위지표를 보면 연구환경 부문은 학계 내 연구 평판, 연구비 투자, 우수한 논문 수로 구성되며 교육환경 부문은 교육 평판, 학생 대비 교직원 비율, 박사학위 취득자 비율 등을 포함한다.

연구환경 부문에서 국내 대학은 60~70점대를 기록하면서 90점대인 중·일 대학과 많게는 30점 가까이 차이가 났다. 교육환경 부문에서도 한국 대학은 70점대, 중·일 대학은 90점대를 기록하면서 20점가량 격차가 벌어졌다. 앞서 올해 2월 한국을 방문한 필 베이티 THE 최고 글로벌 업무 책임자는 "한국의 경우 연구 논문의 양을 대단히 많지만, 평균적으로 품질이 별로 좋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산학협력 부문에서는 서울대와 KAIST가 100점, 연세대가 99.9점을 받아 중·일 대학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QS 평가'에서도 중국·일본 대학과의 격차 벌어져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Ququacquarelli Symonds)’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QS 아시아 대학 평가’에서도 중·일 대학과의 격차를 확인할 수 있다. 평가 결과 상위 20위권 내 한국 대학은 5곳으로 중국과 같은 수로 집계됐다. 하지만 100권 내로 범위를 넓혀 보면 한국 대학은 16곳으로 24곳이 진입한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별 세부 평가를 보면 한국 대학의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진다. 전체 857곳의 평가 대상 중 한국 대학은 87곳으로 이 중 13%만 전년보다 순위가 상승했고 9곳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나머지 72%는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표별로 살펴보면 한국 대학들은 연구의 양과 질이 모두 전년보다 하락했다. 교수 연구 활동을 보여주는 '교원당 논문 수' 지표에서는 GIST(광주과학기술원)가 5위에 오르며 유일하게 '톱 10'에 들어갔고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 KAIST,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이 50위 안에 포함됐다. 지난해보다 순위가 상승한 대학도 3곳에 불과했다. '논문당 피인용 수' 지표에서는 지난해보다 순위가 오른 대학은 4곳으로 집계됐다. 10위에 든 국내 대학도 UNIST(울산과학기술원)가 유일하다. 50위 내에는 세종대학교, 포스텍, DGIST, KASIT만이 이름을 올렸다. 반면 중국은 이 분야에서 50위 내에 24곳이 진입해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 대학들은 외국 대학과 공동 연구 등 국제화를 보여주는 '국제 연구 네트워크(International Research Network, IRN)' 지표에서도 고전했다. 해당 지표에서 상위 20위 내에 진입한 한국 대학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가장 높은 순위는 서울대가 기록한 25위다. 교육환경도 악화하는 추세다. 한국의 상위 대학 10곳 모두 '교원당 학생 수'가 전년보다 하락했다. '박사 학위 교원 비율'도 포스텍이 6위를 기록하는 등 3곳만 순위가 올랐고 7곳은 순위가 하락했다. 두 지표는 그동안 한국 대학이 QS 평가에서 강세를 보인 분야였지만 최근 중국, 인도 등이 대학 교육에 집중 투자하면서 한국 대학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학계 평판도' 부문에서는 한국 대학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해당 지표는 전 세계 학자 11만여 명에게 '전공 분야 최고 대학을 꼽아 달라'고 물어 순위를 매기는 방식으로 측정하는데 여기서 서울대는 아시아 4위, 포스텍은 9위를 차지했다. 졸업생이 취업한 기업 등이 평가한 '졸업생 평판도'에서도 서울대가 4위, 연세대가 7위에 올랐다. 고려대는 외국인 학생 수, 해외로 보낸 교환학생 수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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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경쟁력 강화 위해선 연구환경 개선 선행돼야

대표적인 세계 대학 랭킹 시스템인 THE와 QS 평가에서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결국 연구·교육환경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대학들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R&D 예산이 4조6,000억원 삭감된 데다 의과대학 인기 등으로 이공계 인재 쏠림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현재 순위를 유지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R&D 예산 삭감된 여파는 대학의 연구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그간 국가 R&D 과제를 주로 수주했던 국립대와 주요 이공계 대학에서는 '연구비 보릿고개'가 인력 이탈이나 실험 중단 등으로 현실화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서울대는 내부적으로 연구비 수입을 추계한 결과 R&D 예산이 전년 대비 20%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연구원 8,000여 명에게 지급할 인건비가 약 1,000억원에서 8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서울대는 사외이사를 겸하는 교수들로부터 기부금을 받아 연구비를 대는 자구책까지 검토하고 있다.

연구 환경의 악화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2,000명 늘린다는 정부 정책과 맞물려 '이공계 엑소더스'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의대 증원 규모 2,000명은 서울대 자연계열 정원 1,775명을 넘어서는 규모다. 실제로 서울대는 2024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자연계열 입학예정자 769명 중 16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는 정시 합격자의 21.3% 수준으로 지난해 이탈 인원 88명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여기에 의대 도전을 위해 반수를 택한 이공계 휴학생 수까지 더하면 이공계의 인재 유출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내년도 국가 R&D 예산을 원상 복구하겠다고는 했지만, 의대 증원과 맞물려 "이공계는 미래가 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서 결국 연구비 보릿고개의 상처가 더 길게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시아 대학 동반성장, 지표의 구조적 문제 지적도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 대학의 우려와 달리 아시아권 대학의 동반 상승하면서 한국 대학들이 상대적으로 순위가 하락했다는 분석도 있다. THE의 베이티 책임자는 "대학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연구와 교육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아시아 전역에서 대학 경쟁력이 향상되고 있다"며 "고등교육 중심축이 서구권에서 아시아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라고 총평했다. 한국에 대해서도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일부 최상위 대학의 순위가 하락했을 뿐 전반적으로 한국 대학들은 매우 강력한 성취를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해 'THE 아시아 대학 평가' 결과를 보면 서울대·연세대·KAIST의 평가점수 자체는 지난해 대비 소폭 상승했다. 특히 중위권 국내 대학들은 순위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251~300위권이었던 부산대학교는 93위를 차지해 100위권 내에 진입했고 이화여자대학교는 201~250위권에서 108위로 올랐고 가톨릭대학교는 무려 401~500위권에서 113위로 대폭 상승했다. DGIST와 부경대학교는 각각 58위, 401~500위권을 기록하며 새롭게 순위권에 진입했다. 한국 대학 총 39개교가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이 중 28개교는 지난해 대비 순위가 상승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영어권 대학에 유리하게 설계된 불공정한 평가체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KAIST 등 전국 52개 대학은 QS가 새로 도입한 평가 방식이 영어권 대학에 유리하게 설계돼 있어 불공정하다고 지적하면서 내년부터 평가에 불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52개 대학은 2023∼2024학년도 평가에 새로 생긴 △국제 연구 네트워크(IRN) △취업률 △지속가능성 등의 지표를 문제 삼았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된 지표는 해외 대학과의 연구협력 관계를 평가하는 IRN으로, 해당 지표는 '각 대학의 연구협력 국가 수'를 '연구협력 기관 수'로 나눠서 산출한다. 협력국의 수가 같더라도 협력기관 수가 더 적으면 높은 점수를 받는 이상한 결과가 나와 모순된 구조라는 지적이다. 취업률 또한 영미권에 유리하도록 점수 산출 방식이 짜여 있다. 52개 대학은 포브스 등 영미권 언론에 동문이 언급되면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아시아권 대학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속가능성 지표도 정의가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부 대학들은 세계대학평가 순위를 올리기 위해 QS에 광고비를 집행하거나, QS 컨설팅을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동안 QS는 대학평가의 주체면서도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컨설팅을 운영하고 있어 '대학평가를 구실로 장사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등 미국 대학들도 "QS의 컨설팅 서비스를 받는 대학은 순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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