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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시장 취업 경쟁 심화, 신규 변호사 31% 일자리 못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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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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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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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세상의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국내외 이슈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분석을 토대로 독자 여러분께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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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변시 합격자 1,700명 중 500명 제때 취업 못 해
'변호사 3만 명' 시대 진입, 취업 전망 여전히 어두워
법조 시장 확대, 리걸테크 성장세에도 수요는 여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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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변호사 시험(변시) 합격자 1,700여 명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500명 이상이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주관하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대상 연수 프로그램을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변호사가 됐지만 당장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서 일단 연수부터 받으려는 합격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 수도 10년 새 2배 이상 증가하면서 변호사 시장의 취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변호사 취업시장 '부익부 빈익빈', 억대 연봉은 옛말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변협의 합격자 연수 신청자가 533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합격자 1,745명의 31%에 해당하는 규모로 합격자 중 3분의 1이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셈이다. 2009년 로스쿨이 처음 도입된 후 정원이 2,000명으로 크게 늘면서 시장에 나오는 신규 변호사 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 능력에 따라 일자리를 골라 선택하는 변호사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변호사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변호사법 제21조의 2'에 따르면 변호사는 6개월 이상 국가기관과 법무법인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일한 경력이 있어야 단독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법무법인의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통상 매년 4월 변시 결과가 발표되면 합격자들은 5월부터 통상 법원, 검찰, 로펌 등 법무법인에 취업해 10월까지 경력을 쌓는다. 10대 대형 법무법인의 경우 우수한 인력을 우선 확보하기 위해 변시 합격자 발표 전 로스쿨 단계에서 미리 채용 연계형 인턴을 모집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합격자들은 취업을 준비하면서 커리어를 쌓기 위해 변협 연수를 들을 수밖에 없다. 6개월간 변협 연수를 수료하면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일한 것과 똑같이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연수 참가 비용이 110만원 수준으로 적지 않지만 취업하지 못한 합격자들이 늘면서 변협 연수 신청자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변협에 따르면 2021년 제10회 연수 신청자는 282명이었지만 이후 2022년 393명, 2023년 432명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500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변호사 3만 명 시대'에 진입하면서 변호사 취업 시장의 전망이 여전히 어둡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새내기 변호사들의 비현실적인 눈높이를 지적하기도 한다. 일부 신입 변호사들이 근무 지역, 급여 수준, 복지 등에 관해 현실적인 채용시장 기준이 아닌 주관적인 기준을 내세우면서 취업문을 스스로 좁히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변호사 1명당 연평균 매출은 1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국세청 자료와 변협의 관련 통계를 통해 추산한 결과 2012년 약 2억4,886만원 수준이던 변호사 1인당 연간 매출은 2022년 기준 2억4,632만원에 그쳤다. 절대적인 수치도 줄었지만 같은 기간 물가 인상률 등을 감안하면 실질 수입이 많이 감소했다. 변협 관계자는 "법률 시장이 전반적으로 어렵다 보니 신규 채용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전문직이라고 해서 예전처럼 억대 연봉을 벌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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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수 급증, 법조 시장은 확대

변호사 시장의 취업 경쟁이 심화한 원인으로는 로스쿨 도입 후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나타난 시장 변화가 꼽힌다. 실제로 매년 변시를 통해 1,7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신규 배출되면서 변호사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변시가 처음 시행된 2012년 등록 변호사는 1만4,534명이었지만 10여년 이 지난 2023년 3만4,672명으로 무려 138%나 증가했다.

앞서 지난 2007년 7월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 이른바 '로스쿨법'의 국회 의결을 앞두고 '로스쿨 정원'이 쟁점이 됐었다. 변호사단체들은 "함량 미달 변호사가 대량 배출돼 국민들이 질 떨어지는 서비스를 받을 것"이라며 로스쿨 정원 1,200명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계는 법률 서비스에 대한 국민 접근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원 3,000명을 주장하며 맞섰고 결국 양측의 의견을 조정해 정원 2,000명을 확정했다.

10년이 훌쩍 넘은 현재, 변호사단체들의 주장과 달리 변호사 수와 함께 법조 시장 자체가 크게 성장하면서 법률서비스의 품질이 오히려 좋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국세청이 집계한 2022년 '법무법인 및 개인 변호사 부가가치세 신고액' 기준 국내 법률시장의 규모는 8조1,861억원으로 집계됐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내 변호사 시장을 제외하고도 2012년 3조6,096억원과 비교해 127% 성장했다.

기업의 리스크 관리 수요가 늘며 사내 변호사 시장도 급증했다. 한국사내변호사회 소속 회원은 2011년 570명에서 2022년 2,612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우수 인력이 지속해서 투입돼 경쟁을 벌임에 따라 조세·인수합병·지식재산권 등 법률 자문의 전문성이 강화된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법률서비스 시장을 전문인력 공급 증가가 시장을 성장시킨 대표 사례로 꼽는다. 실제로 대형 로펌들은 인력 확충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신사업에 진출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의 매출은 2012년 약 7,500억원에서 지난해 1조3,00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이 기간 소속 변호사는 446명에서 1,058명으로 늘었다. 2012년 1,000억원대 매출을 낸 태평양·광장·율촌·세종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다양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출 3,000억원대 로펌으로 발돋움했다.

중소 로펌도 세무·회생·중소기업 등 세분한 전문성을 앞세워 경쟁하며 법률시장 성장에 기여했다. 변협의 전문 분야 등록한 건수는 8,161건으로, 이 제도를 도입한 2010년 725건에서 10배 이상 늘었다. 로스쿨이 있는 지역이나 고향을 찾는 변호사가 많아지면서 법원·지원이 없는 지방 도시에서 개업하는 변호사도 늘었다. 2018년 6,732명이던 지방 변호사는 지난해 8,440명으로 2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울에 등록한 변호사 역시 1만9,106명에서 2만6,232명으로 37.2% 늘었다.

나홀로 소송 70%, 변호사 급증에도 법률 수요 변하지 않아

'나 홀로 소송'의 증가와 리걸테크의 확대 등 법률 시장의 변화 흐름도 변호사 시장의 수요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민사 사건의 70% 이상, 형사 사건의 45% 이상이 '나 홀로 재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사 사건에서 원고와 피고 중 한쪽만 변호사를 선임한 사건까지 포함하면 나 홀로 재판의 비율은 90%대로 훌쩍 뛴다. 변호사가 급증했음에도 변호사에 도움을 요청하는 법률 수요는 거의 변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나 홀로 소송'의 비율이 줄어들지 않는 주된 이유는 소송금액 3,000만 원 이하인 소액 민사 사건, 정식 재판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검찰의 약식기소 처분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나 홀로 소송' 정보를 세세하게 제공하고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송 후기들이 공유되면서 사건 당사자들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들이 공격적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점도 변호사들에겐 '양날의 칼'로 다가오고 있다. 법률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선임률은 올라가겠지만, 과도한 가격 경쟁으로 수임료와 상담료는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플랫폼 업체는 △2만원에 15분 상담 △무료 게시판 상담 등을 고객 유인책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나 홀로 소송'만 늘어날 뿐 변호사들에게 도움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AI 기반의 리걸테크 플랫폼들은 간단한 법률 상담은 물론 관련 판례 분석, 소송 가능성 진단, 소장 초안 작성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나 홀로 소송 당사자의 '이기는 소송' 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리걸테크 시장의 규모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은 약 7,486개로 투자 규모는 약 1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해당 기업 중 약 30%가 최근 2년 내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나면서 리걸테크 기업의 가파른 성장세를 확인할 수 있다.

국내 리걸테크 시장도 지난해 로톡과 변협의 갈등이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조금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설립된 BHSN은 자체 개발한 리걸 LLM(대형언어모델) 등 AI 엔진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솔루션에 탑재, AI 법률 자문 솔루션 '앨리비'를 제공하고 있다. 계약, 법령, 판례 등 다양한 법률 문서와 데이터를 학습한 AI가 계약서를 요약하고 추출하거나 기업 내부 지침에 어긋나는 조항을 식별해 사내 변호사가 계약서를 검토하는 시간을 단축해 준다. 로톡 역시 유사한 판례를 정확하게 검색할 수 있는 AI 기반 통합 법률정보 서비스 '빅케이스'를 제공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AI 기반의 변호사를 위한 B2B 서비스 '슈퍼로이어'를 출시해 단순 법률 서비스 플랫폼에서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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