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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00곳 한식당에서 전국 모든 외식업에 적용
고용부·서울시, 9월부터 필리핀 가사관리사 투입
지난해 숙련기능인력 전문취업도 조선업 등 확대
극심한 일손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국내 외식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이른바 '고용허가제'로 불리는 '비전문취업(E-9) 비자' 외국인 근로자 채용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현재 적용하고 있는 업종과 지역, 업력의 제한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안으로. 외국인력정책위원회 의결을 거쳐 오는 9월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고용노동부와 서울시가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도 9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올해 4월, E-9 비자 음식점업 적용에 이어 업종 제한 등 완화
17일 노동계에 따르면 국무총리 소속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오는 19일 본 회의를 열어 '외국인 근로자 음식점업 채용 범위 확대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안건이 의결되면 3분기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 접수 때부터 적용돼 연말에는 본격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E-9 비자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는 농·축산업, 어업, 제조업, 건설업에서만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외식업계 자영업자들의 인력난이 심해지자,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음식점업에도 취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하지만 음식점업 시범 도입 이후에도 업종과 취업요건이 여전히 까다로워 외식업계에서는 인력난 해소 효과가 크지 않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E-9 비자를 가진 외국인 근로자가 일할 수 있는 음식점업은 최소 5년 이상의 업력을 가진 '한식업'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마저도 서울 종로구와 중구, 부산 중구 등 지정된 100개 기초자치단체에서만 취업할 수 있다. 인구가 1,300만 명이 넘는 경기도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를 한식 음식점에 고용할 수 있는 곳은 수원시, 고양시, 성남시 등 3개 지역에 불과하다.
이에 외국인력정책위원회는 이번 개선안을 통해 적용 업종을 한국표산업분류 상 '한식 음식점업'에서 '외국식 음식점업', '김밥 및 기타 간이 음식점업', '피자, 햄버거 및 치킨 전문점' 등 음식점업 전반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5년으로 제한된 고용 업주의 업력 기준은 아예 폐지되거나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적용 지역도 현행 100개 지역에서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와 서울시가 시범 사업으로 진행하는 '필리핀(외국인) 가사관리사' 사업도 17일부터 내달 6일까지 희망 가정을 접수한다. 선발된 필리핀 가사관리자 100명은 오는 9월부터 서울 시민의 가정에서 돌봄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이용 가정 부담액은 하루 4시간 기준 월 119만원으로 시급 기준으로는 시간당 1만3,500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최저임금 9,860원에 4대 사회보험 등 최소한의 간접비용을 추가한 금액이다.
외국인 늘려 '빈 일자리' 해소, 일각에선 일자리 잠식 논란도
정부는 올해 비전문취업 비자의 쿼터도 전년 대비 37.5% 늘어난 16만5,000명으로 확대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외국인 인력 유입이다. 업종별 쿼터를 보면 제조업이 9만5,000명으로 가장 많다. 축산업·서비스업·어업이 1만 명대로 뒤를 이었고 건설업과 조선업은 각각 6,000명과 5,000명이다. 정부는 근로자가 출국·재입국 과정 없이 10년 이상 한국에 머물면서 근무할 수 있는 장기근속 특례제도의 확대 등도 면밀히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내국인 일자리 잠식'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인력난 해소에만 치중해 '빈 일자리'를 외국인으로 메워버리면 청년 실업은 심화하고 일자리의 질은 낮아져 결국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지적이다. 특히 건설업계는 청년층의 유입이 감소하고 이 공백을 비숙련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는 과정에서 '숙련 기능 전수의 단절'로 이어져 시공 품질이 낮아지고, 나아가 건설생산 기반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최근 호황기를 맞은 조선업계 역시 코로나19 팬데믹과 업황 침체기에 현장을 떠난 숙련공의 빈 자리를 청년 기술 인재가 채우지 못하고 있다. 선박 건조 현장에서는 숙련공의 부재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으로 꼽혀온 고부가 친환경 선박 기술이 중국에 따라 잡힐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이러한 우려는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인력이 부족한 조선업에 채용돼 현장 교육을 받은 비숙련 인력에 대해 전문인력(E-7) 자격으로의 전환을 허용하기로 했는데, 인력난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정부가 E-7 자격 전환에 대한 문턱마저 낮춘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내국인 일자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관광숙박업종에도 외국인 근로자 도입을 허용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어 '일자리 잠식'의 문제가 단순한 기우만은 아니게 됐다.
감사원 "고용부 등 외국인 채용 정책 주먹구구" 시정 권고
외국인 근로자가 급증하면서 정부의 관리 체계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16일 감사원이 공개한 '외국인 인력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고용허가제 규모 산정 시 객관적 근거 없이 기초 자료를 조정하거나 임의로 전망치를 제시했다. 지난해 농림어업 부족 인원 통계치 확보가 어려워지자, 제조업 부족 인원에 임의의 숫자인 3%포인트를 더해 부족 인원을 산정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관계 부처로부터 도입 규모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고도 이를 반영하지 않았고 외부 자문도 받지 않았다. 그 결과 2016∼2022년 정부의 산정치가 산업계의 수요를 연간 2만∼10만 명씩 밑돌았다. 감사원은 또 정부가 건설·서비스업 등의 일용직 인력으로 활용되는 방문취업 체류자격 외국인 근로자의 감소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건설업·서비스업 등의 인력 공백과 외국인 인력이 국내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적 결정이 부재했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불법체류자 문제도 주먹구구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대학교수 등 전문직 근무를 위해 체류 중인 전문인력 체류자격 인원 가운데 상당수가 관련 법령을 위반해 근로 활동 중인데도 법무부는 실태 파악과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감사원은 법무부에 전문인력의 근로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해외 사례를 참조해 특정 국가의 불법 체류율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증가하면 사증면제 협정 일시 정지와 같은 대응체계를 마련하도록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