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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스타트업 혁신 기술 보호·구제 방안' 발표
기술 탈취 처벌, 시정권고에서 시정명령으로 강화
특허법·중소기업기술보호법 등 관련법 개정 추진
정부가 스타트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혁신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기술 탈취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스타트업이 기술 탈취로 손해가 발생하면 양도·판매에 따른 실손해 외에 기술개발 비용까지 손해액으로 인정하고 기술 탈취에 대한 행정 조치는 시정권고에서 시정명령으로 강화된다. 또한 스타트업의 분쟁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법률 자문 서비스를 신설하고 스타트업 기술 탈취에 대한 조기 대응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대기업 기술 탈취 시 과징금 부과 등 제재 강화 추진
16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날 개최된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 보호와 기술 침해에 대한 구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스타트업 혁신 기술 보호·구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시장에 제품을 출현하지 않은 신기술도 개발비용을 손해액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손해액 산정 기준을 개선한다. 현재는 기술이 양도되거나 판매돼 실제 발생한 손해만 배상액으로 인정된다.
투자 협상·교섭 등 계약 이전 단계에서 발생한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해서도 최대 5배의 배상 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꿀 방침이다. 또 기존에 스타트업이 보유한 내부 핵심기술을 보호받으려면 별도의 비밀 관리 노력이 필요했으나 스타트업의 부족한 자금 상황 등을 고려해 이를 충족하지 못해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현재 수·위탁거래 관계에서만 의무인 비밀유지계약(NDA)도 협상·교섭과 같은 모든 양자 관계에서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구두 형태의 부당한 기술 요구를 막고 만일의 분쟁 발생 시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술은 반드시 서면으로만 요구하도록 하고 협상 종료 후 기술을 반환하거나 폐기하는 것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간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지적받아 온 기술 탈취에 대한 처벌도 대폭 강화한다. 중기부는 시정권고에 그치던 행정 조치 수준을 시정명령으로 강화하고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형벌(1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탈취 등 중대한 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부과와 같은 금전적 제재 수단 도입도 검토하기로 했다.
중기부는 또 스타트업의 기술 보호를 위해 '중소기업 기술 보호 바우처' 지원을 확대하고, 혁신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바우처 지원 한도와 보조율을 우대한다. 혁신 스타트업은 일본 중소기업 대비 지원 금액 한도가 1,000만원 높고 보조율은 10% 상향 조정된다. 이와 함께 스타트업의 분쟁 대응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 등과의 NDA 작성 과정에서 불리한 조항이 삭제되거나 독소 조항이 추가되는 등 계약이 무력화되지 않도록 스타트업 전용 법률 자문 서비스도 신설한다.
스타트업 기술 탈취에 대한 조기 대응 체계를 구축해 핵심 기술을 분석하고 유사한 특허의 출원 여부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정보를 제공하는 ‘핵심기술 모방 조기경보 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별도의 신고 없이도 직권조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정부의 권한을 강화하고 손해배상 소송에 앞서 피해 확산 방지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도록 금지 청구권도 도입한다. 금지 청구권은 침해의 금지, 예방과 함께 물건 폐기, 설비 제거 등을 가처분 형태로 법원에 청구하는 것이다.
중소기업 85%가 입증자료 부족, 법적 조치 못 해
정부의 이번 조치는 최근 스타트업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탈취하는 사례가 늘면서 기술 생태계를 훼손시킨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스타트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에 비해 자금력이 충분치 않은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의 경우 법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없어 현장의 고충도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조사 결과,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기술 침해 피해 건수는 280건, 총피해액은 2,827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술을 탈취당한 중소기업 중 75%가 입증자료 부족으로 법적 조치를 못 하는 상황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까지 간다고 해도 승소율이 낮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당사자계 특허심판 현황 결과 중소기업의 패소율은 2018년 50%에서 2021년 75%까지 늘어났다. 침해사실 및 손해액 산정에 대한 증거 대부분을 침해자인 대기업이 가지고 있어 증거 수집이 힘든 중소기업은 침해 입증에서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술 탈취는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타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혁신기술 스타트업의 경우 기술과 아이디어가 주요 자산이기에 기술 탈취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막심하다. 더욱이 스타트업은 대규모 자금을 조달받기 전인 경우가 많아, 기술 탈취에 대응할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스타트업에 대한 기술 탈취의 또 다른 특징은 계약 체결 전인 협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투자 등의 자금 유입이 필요한 스타트업은 사업 제안, 입찰, 공모 등에 참여해 아이디어를 언급할 수밖에 없는데 이 단계는 NDA가 의무화되기 전이라 아이디어를 탈취당할 경우 제대로 된 법적 도움을 받기가 어렵다. 올해 1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수탁기업이 위탁기업에 기술자료를 제공하는 경우에도 NDA를 체결해야 하도록 했지만 업계에서는 기술자료를 제공하기로 약정한 단계에서 NDA가 이뤄지는 만큼 협의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탈취당할 경우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특허법 개정해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 강화
이번 중기부 발표에 앞서 법령 개정이 추진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 8월 21일부터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과 '특허법'이 시행되면서 기술 탈취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가 3배에서 5배로 강화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가해자의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피해자의 실제 손해를 초과할 수 있는 것으로 5배 징벌 배상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일례로 기술 보호에 강경 대응 기조를 유지해 온 미국의 경우 징벌 배상을 최대 2배로 하고 있다.
또 아이디어 탈취 행위 등 부정경쟁 행위에 대해서는 특허청장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으며, 불이행 시 최대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더불어 영업비밀 침해행위, 부정경쟁행위를 억제하도록 법인의 벌금형을 행위자에게 부과된 벌금의 최대 3배까지 강화했다. 영업비밀 침해품뿐 아니라, 제조설비까지도 몰수할 수 있는 규정을 새로 도입해 침해품 재생산 등의 2차 피해도 사전에 차단한다.
지난 7월부터는 중소기업의 피해 입증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중소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법원은 중기부에 기술 탈취 행정조사 기록을 증거로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요구가 있을 경우 중기부는 이에 따라야 한다. 법원이 요구할 수 있는 기록은 △사건 관계인, 참고인 또는 감정인의 진술조서 △당사자가 제출했거나 현장 조사 과정에서 당사자로부터 확보한 기록 전체 목록 등으로 구체화했다.
다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기술 보호 관련 법률이 산재해 스타트업들이 각 법률의 개별 요건 등에 따른 행정 절차를 밟기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현재 기술 탈취를 당할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증소기업기술보호법, 상생협력법, 부정경쟁방지법, 특허법, 하도급법 등이 있다. 이 외에도 간접적 기술보호 법률로는 산업기술보호법, 지적재산기본법, 기술보호 관련 법령 등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