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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매각해 상속세 해결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 임시 주총 표심은 ‘오리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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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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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훈 대표 지분 9.27%→7.85% 축소
주주명부 폐쇄 완료, 의결권 유지
28일 임시 주총 앞두고 표심 확보 박차

경영권 분쟁을 빚고 있는 한미그룹 창업자 일가의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가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보유 주식 일부를 매각했다. 임 대표가 지분 매각의 배경으로 모친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의 미상환 대여금 문제를 거론한 가운데, 한미사이언스는 송 회장을 필두로 한 ‘3자 연합’을 고발하고 나서는 등 경영권 분쟁이 격화하는 모습이다.

341억원 규모 주식 블록딜로 처분

16일 한미사이언스에 따르면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주식 105만 주를 14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는 14일 한미사이언스 주식 종가인 3만2,500원을 기준으로 341억2,5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번 매각으로 임 대표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기존 9.27%에서 7.85%로 1.42%p 축소됐다. 다만 이번 매각에도 오는 28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임 대표의 의결권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사이언스의 주주총회 의결권을 결정하는 주주명부 폐쇄기한은 지난 10월 22일로, 임 대표가 주주명부 폐쇄기한 이후에 보유 주식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이번 주식 매각 사유로 한미그룹 송 회장의 미상환 대여금 문제를 언급했다. 임 대표가 2022년부터 올해까지 자녀의 주식까지 담보로 잡아 총 296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송 회장에게 대여했으나, 상환이 이뤄지지 않아 주식 매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한미사이언스는 “송 회장이 임 대표에게 갚을 돈 약 296억원을 변제하지 않아 보유 지분 매각이 발생했다”며 “최근 송 회장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일부 지분을 매각하는 등 대량의 자금이 발생했음에도 임 대표의 변제 요청을 외면했다”고 설명했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또 한미그룹 오너 일가가 국세청에 제출한 상속세 납부 기한을 연장하기 위한 결정이라고도 했다. 앞서 임 대표를 비롯한 상속인들(송영숙·임종윤·임주현)은 지난 5월 고(故) 임성기 한미그룹 전 회장이 남긴 주식에 대한 상속세 납부기한 연장을 신청하며 외부 투자자 유치를 통해 상속세를 해결할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상속세 재원 충당을 위해 ▲5월 말까지 투자자 협의 ▲6~8월 실사 및 계약 조건 협의 ▲9월 말까지 지분 매각 대금 수령 및 상속세 납부를 완료한다는 내용이다. 임 대표는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꼭 필요한 물량을 블록딜로 매각했다”며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지만, 주주들께 매우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극단 치닫는 경영권 분쟁

이런 가운데 한미사이언스는 송 회장, 신 회장,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등 3자 연합을 고발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이들 대주주 3인과 이들로부터 의결권 권유업무를 위임받아 대행하는 업체 대표 등이 허위 사실을 퍼트려 업무를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한미사이언스는 15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알리며 “3자 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업체와 공모해 거짓된 정보를 주주들에게 퍼뜨리고 있는 사례들이 속속 확인됐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한미사이언스는 “최근 3자 연합이 의결권 대리행사를 권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불법행위가 일어나고 있다고 판단해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며 “제보 내용에는 ‘국민연금이 3자 연합으로 돌아섰다’,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등 결정되거나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대거 존재했다”고 말했다. 3자 연합 측이 이같은 미확인 사실을 주주들에게 전달해 잘못된 판단을 종용하고 있다는 게 한미사이언스의 주장이다.

회사의 로고를 불법 도용했다는 점도 지적했다. 3자 연합 측 의결권 대리업체가 주주들을 방문하며 제공한 인쇄물과 명함 등에 한미사이언스의 로고가 버젓이 인쇄됐고, 확인된 대면 및 유선통화 내용에는 자사 경영진에 대한 명예훼손성 비방이 난무했다는 것이다. 한미사이언스는 3자 연합 측이 이같은 거짓 정보를 주주들이 믿도록 하기 위해 국민연금 등 공공기관까지 인용하고 있어 법적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에 3자 연합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고발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맞섰다. 회사 이사회 규정에 따라 중요한 소송의 제기는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 해당 규정을 따르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3자 연합 측은 한미사이언스의 보도자료 배포 이후 약 30분 뒤 반박 자료를 내고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 및 사내이사를 형사고발하는 행위는 당연히 중요한 소송의 제기에 해당하며, 이에 의결을 거쳐야 한다”고 짚으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데, 오로지 형제의 입김에 좌우돼 불법과 위법을 넘나드는 독재 경영의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앞에선 화합을, 뒤에서는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형제들의 민낯을 본 주주님들께서 이번 임시주총을 통해 꼭 심판해 달라”고 덧붙였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vs. “기업가치 제고”

이처럼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 일가의 분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시장의 눈은 오는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의 임시 주주총회에 쏠리고 있다. 이날 표결에 따라 형제 측(임 대표·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과 3자 연합의 경영권 확보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날 예정된 안건은 ▲이사회 인원을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정관 변경 건 ▲신동국 회장·임주현 부회장 2인의 이사 선임 건 등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회는 총 9명으로 형제 측 5명, 3자 연합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3자 연합 측은 이들 안건을 모두 통과시켜 11명 중 6명의 이사진을 확보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구성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글로벌 제약사 머크와 같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대주주는 이사회에서 회사를 지원하고, 전문경영인이 선두에서 사업을 이끌어 가는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3자 연합 측은 “28일 열리는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은 한미그룹이 한국에서는 유례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모범이 되는 초석을 다지는 자리”라며 “선진화된 지배구조를 통해 거버넌스 쇄신과 국내 경영계 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힘줘 말했다.

3자 연합에 맞선 형제 측은 대규모 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를 전면에 내세웠다. 임 대표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열고 8,150억원 투자 계획과 함께 ▲정신질환 및 신경계 관련 사업 확대 ▲R&D(연구·개발) 역량 개선 ▲헬스케어 밸류체인 사업 다각화 등 사업 전략을 공개했다. 2028년까지 연평균 주주환원율을 25%까지 올리는 동시에 연평균 현금배당을 20% 확대하겠다는 게 임 대표의 청사진이다.

주주들은 아직 표심을 확정하지 못한 분위기다.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는 이달 1일 3자 연합 공개지지를 선언했으나, 이튿날 곧바로 철회했다. 소액주주연대의 3자 연합 지지 선언이 시장에서 경영권 분쟁 재료 소멸로 해석되면서 주가하락으로 이어진 탓이다.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3자 연합 지지 선언이 나온 1일 종가 기준 3만6,250원을 기록, 전 거래일보다 24.1%(1만1,500원) 하락했다.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가 15일 장중 3만1,000원대까지 밀렸다.

형제 측의 불확실한 비전에 실망감을 표하는 주주도 적지 않다. 이들이 내세운 8,150억원 투자 계획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 이유다. 한미사이언스의 올 3분기 말 유동자산은 2,868억원으로, 이 가운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06억원에 그친다. 투자 규모인 8,150억원을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형제 측은 구체적인 투자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 다수의 투자자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구체적인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 없다.

이에 주주들은 어느 한쪽에 힘을 실어주지 않으며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한 주주는 “3자 연합을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형제 측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라면서도 “심사숙고해 이번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주주는 “3자 연합과 형제 측 모두 불필요한 갈등은 멈추고 주가 부양을 위해 공개매수를 서두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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