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main content
자금 부족에 흔들리는 플라잉 택시의 꿈, 獨 릴리움 이어 볼로콥터도 파산
Picture

Member for

2 months 2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

수정

볼로콥터, 에어택시 출시 앞두고 자금난
경쟁사 獨 릴리움도 재정난에 파산 신청
자금 조달 위해 대출 나섰지만 실패
사진=볼로콥터

독일의 하늘을 나는 택시(에어 택시) 스타트업인 볼로콥터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파산 신청을 했다. 볼로콥터는 2인승 항공택시 '볼로시티(Volocity)'를 개발해 올해 시장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회사다.

볼로콥터, 자금난에 파산 신청 결정

2일(현지시간) DW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볼로콥터는 최근 카를스루에 지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이와 관련해 루시 프린츠 볼로콥터 인사담당 임원은 "당장은 직원 고용 상태에 변화가 없으며, 운영은 지속된다"고 밝혔다. 토비아스 발 임시 파산관재인 역시 "2월 말까지 구조조정 계획을 수립하고 투자자와 함께 이를 실행할 것"이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하지만 구조조정만으로는 회생을 장담하기 어렵다. 볼로콥터는 기술력 확보와 더불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만 한다. 볼로콥터는 올해 상업 시장 진출을 목표로 2인승 eVTOL '볼로시티' 개발에 매진해 왔으나 최근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으며 파산 신청에 이르게 됐다. 이는 eVTOL 산업 전반의 투자 심리 위축과도 무관하지 않다. 초기 투자금 회수(엑시트)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인증 절차와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볼로콥터의 회생 가능성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항공 전문가 하인리히 그로스봉가르트는 "투자자들이 점점 회의적이 되고 있으며, 볼로콥터가 EASA(유럽항공안전청) 인증을 빠르게 받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파리 올림픽에서 시험 비행을 취소했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볼로콥터는 인증 절차의 복잡성과 비용을 과소평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2인승 모델로는 수익성이 낮아, 최소 5~6인승 모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항공 택시 시장에서는 4인승 이상의 모델 개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볼로콥터가 2인승 모델에 집중한 것은 시장 트렌드를 제대로 읽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진=릴리움

독일 에어택시 유니콘 릴리움도 파산

볼로콥터의 경쟁사인 독일 항공우주 스타트업 릴리움도 재정난에 파산을 신청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릴리움은 미국 규제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자회사인 릴리움 GmbH와 릴리움 e에어크래프트 GmbH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에 충분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자회사 두 곳은 과도한 부채로 향후 며칠 내 기존 부채를 상환할 수 없거나 상환 불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간 릴리움은 독일 연방 정부를 설득해 정부의 지원을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릴리움은 주정부로부터 5,000만 유로(약 752억원)의 대출을 받을 생각이었지만 의원들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당초 릴리움은 전환사채를 통해 총 1억 유로의 자금을 조달하고자 했다. 독일 국영 개발은행인 KfW가 제안한 국가 지원은 KfW에서 발행하고, 바이에른주에서 최소 5,000만 유로 자금을 끌어모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릴리움은 “바이에른주와 원칙적으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자금조달에 실패했음을 밝혔다.

릴리움은 독일과 유럽 내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충분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지만 미국 행동주의 투자사 아이스버그 리서치는 다른 분석을 내놨다. 아이스버그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릴리움이 자금난을 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째, 자금 지원이 ‘임시방편’에 불과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릴리움이 조달하고자 한 1억 유로로는 반 년도 버티기 어려운 만큼, 만약 독일 정부로부터 대출보증을 받더라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자금을 요청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두 번째는 릴리움의 기술이 과장됐다는 점이다. 아이스버그는 “2022년부터 릴리움에 대한 수많은 보고서와 문서를 광범위하게 검토했다”며 “검토를 위해 항공우주 엔지니어까지 고용했다”고 밝혔다. 자체 조사 결과, 릴리움의 기술이 사기에 가깝다고 아이스버그는 주장했다. 아이스버그는 대표적으로 릴리움제트의 최신 비행시간을 지적했다. 비행시간을 살펴본 결과 승객이나 화물을 싣지 않은 상태에서의 비행시간이 5분 30초에 불과했다고 짚었다. 항공택시가 아닌 대형 단거리 드론 제작에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투입했다는 것이 아이스버그의 지적이다.

에어택시 현실화는 먼 미래 이야기

아울러 상용화에 대한 의구심도 내비쳤다. 에어택시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난제는 에어택시에서 나는 소음이다. 최신 기술을 적용한 에어택시의 소음 수준은 65㏈이다. 일반적인 공사장 소음이 60㏈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참을 만한 수준’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수십대의 에어택시가 동시에 하늘을 날아다닌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게다가 에어택시는 대형여객기보다 무게가 가볍기 때문에 악천후에 민감하다. 눈비가 오는 날은 물론 강풍이 심한 날에는 결항할 가능성이 높다. 안개와 미세먼지, 황사 등이 몰려왔을 때도 마찬가지다. 극심한 저온ㆍ고온도 에어택시의 기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위험요소로 분류한다. 한정적인 비행조건 탓에 에어택시는 이름만 택시일 뿐 실상은 ‘운 좋은 날’에만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에어택시를 운행하려면 공중도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선결과제가 있다. 하늘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길로 쓸 것인지 공역(空域)을 설정하고, 에어택시의 정류장인 버티포트(Vertiport)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위해 공역이 될 수 있는 동시에 버티포트의 설치가 가능한 장소부터 찾아야 하지만, 그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다. 에어택시가 날아다니기 위해선 공중에 장애물이 없어야 하며, 추락 위험에 대비해 아파트 단지ㆍ주택이 밀집한 주거지, 학교가 인접한 지역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혹시 모를 충돌 리스크 때문에 기존 대형여객기와 운항 경로가 겹쳐서도 안 된다. 보안 문제로 군사지역ㆍ비행금지구역 역시 하늘길 후보에서 배제한다. 그렇다고 허허벌판에 정류장을 짓고 무작정 길을 만들 수도 없다.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에어택시 수요를 창출할 수 있어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고속도로가 개통하려면 차선ㆍ교통신호 같은 각종 시설과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것처럼 공중도로에도 인프라가 필요하다. 수십ㆍ수백대의 에어택시가 동시에 비행하는 데 필요한 신호체계는 물론 관제ㆍ운행관리체제도 구축돼야 한다. 이렇듯 각 분야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기술적 난제를 감안하면 올해 에어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Picture

Member for

2 months 2 weeks
Real name
김민주
Position
기자
Bio
[email protected]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지금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표류하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만 골라 빠르게 전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