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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집권당 수염 건드린 일론 머스크, 獨 정부는 X와 ‘거리두기’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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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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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정부 소통 채널에서 이름 내린 X
유럽 정치 간섭에 불편한 시각 대다수
머스크 AfD 지지 이후 총선 판도 급변
1월 15일 마지막 게시물이 올라온 독일 국방부 공식 X/사진=독일 국방부 X 캡처

독일 정부가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에게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머스크가 이끄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와의 단절을 선언하면서다. 머스크가 독일 주요 인사들을 향한 거침없는 언사를 내뱉은 데 이어 극우 성향의 야당 AfD를 공개 지지하고 나선 데 따른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X 대신 왓츠앱·블루스카이”

16일(이하 현지시각)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독일 외교부와 국방부는 전날 공식 소통 창구에서 X를 배제한다고 밝혔다. 독일 국방부 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최근 온라인 플랫폼에서 일어난 변화들에 점점 더 큰 불만을 느끼고 있다”면서 “앞으로 X를 통한 허위 정보에는 대응할 수 있지만, 공공 소통의 주요 채널은 왓츠앱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왓츠앱( WhatsApp)은 X의 경쟁사 메타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다.

독일 외교부 또한 같은 날 “우리는 우리가 활동하는 온라인 플랫폼과 그 주변을 둘러싼 논의를 지속적으로 전개해 왔다”며 “신생 플랫폼 블루스카이에서 활동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블루스카이(Bluesky)는 미국의 공익법인 블루스카이피비씨(Bluesky PBC.) 산하의 텍스트 중심 마이크로 블로그다.

이날 독일 국방부와 외교부는 머스크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최근 머스크가 X를 통해 독일을 포함한 유럽 각국 정치에 간섭하는 행보를 보인 것과 연관돼 있다는 게 로이터의 지적이다. 앞서 머스크는 지난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의 교체를 요구하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 대해서는 “무능한 바보”라고 비난하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내달 독일 총선 앞두고 덩달아 바빠져

이달 9일에는 극우 독일대안당(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와 대담에 나서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머스크는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종전 주장을 되풀이하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전 총리를 강력히 성토하고 나섰다. 그는 오는 2월 23일 예정된 총선과 관련해 “AfD를 지지하지 않으면 독일의 상황은 매우, 매우 악화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AfD는 극우 성향의 정책 때문에 좌파와 중도 진영으로부터 ‘히틀러의 후예’라는 비판을 받는다. 머스크는 AfD의 이미지에 히틀러를 덧씌우려는 일각의 시도에 반대하며 히틀러를 “사회주의 독재자”로 정의했다. 그러면서 “히틀러 시대에 독일은 미치광이처럼 산업을 국유화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히틀러가 가짜 우파였던 반면, AfD는 ‘진짜 우파’라는 게 머스크의 논조다.

머스크의 비판 대상은 독일의 관료주의로 옮겨갔다. 그는 베를린 인근 브란덴부르크에 위치한 테슬라 공장을 언급하며 “공장 건설 허가 신청서만 2만5,000페이지가 넘는다”며 “그것을 일일이 종이로 출력해 제출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전에도 그는 테슬라 브란덴부르크 공장을 세우며 겪은 어려움이 독일의 정치 개혁에 나서기로 결심한 원인이라고 공공연히 밝혀 왔다.

이후 12일에는 자신의 X 계정을 통해 AfD 전당대회를 생중계하며 지지에 힘을 더했다. 해당 생중계는 전 세계 720만 네티즌이 시청하며 머스크의 막강한 파급력을 드러냈다. 현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여당은 물론, 총선 지지율을 놓고 경쟁 중인 여타 야당 입장에서도 지지자들의 이탈 위기를 감지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머스크 등에 업고 집권당 지지율 앞선 AfD

우려는 일정 부분 현실이 됐다.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가 이달 6~10일 독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AfD 지지율은 22%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자, 직전 조사 대비 2%p 상승한 결과다. 나아가 제1야당인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30%)과 격차를 줄였음은 물론, 집권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16%)의 지지율을 크게 앞섰다.

독일 정치권 내 머스크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연일 뜨거워지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CSU 연합 대표는 머스크를 가리켜 “간섭적이고 고압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으며, 자스키아 에스켄 사민당 공동대표는 “우리의 민주주의는 돈으로 살 수 없음을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EU)도 머스크의 행보를 예의주시하며 바이델 공동대표와 대담이 EU 규정을 위반했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담 자체는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지만, 머스크가 X의 소유주인 만큼 해당 이를 일반 이용자들에게 과잉 노출했다면 디지털서비스법(DSA)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EU 집행부의 시각이다. 다만 EU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갈등을 우려해 머스크의 내정 간섭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유의미한 견제 조치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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