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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고려아연 '집중투표제' 찬성, 임시주총 전 남은 변수는 MBK의 가처분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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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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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지지받았지만 가처분 결과 '아직'
가처분 기각 시 MBK 이사회 장악 어려워
인용 땐 일반투표제로 표 대결, 최 회장 불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고려아연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를 앞둔 가운데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에 이어 핵심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이 집중투표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고려아연 입장에서는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남은 변수는 가처분 소송이다. MBK파트너스가 집중투표제 도입을 전제로 한 이사 선임을 막아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법원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결권 자문사 4곳 이어 국민연금도 찬성 결정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17일 회의를 통해 오는 23일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 삭제와 이사 수 상한 제한을 골자로 한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표를 던지기로 결정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 친화적 제도로, 복수의 이사를 선임할 때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소액주주들이 이사회 구성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이사 수를 19인 이하로 제한하는 안건 역시 최 회장 측에 유리하다. 해당 안건이 통과되면 MBK파트너스·영풍 연합이 추천한 14명 후보를 통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려는 계획이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도 국민연금의 결정을 뒷받침했다. 글래스루이스와 ISS 등 글로벌 자문사를 비롯해 한국ESG연구소, 한국ESG평가원 등 6대 자문사 모두 이사 수 상한 제한에 찬성 의견을 내놨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국민연금의 찬성은 주주총회의 승부처로 평가된다. 현재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은 40.97%, 최 회장 측 지분은 34%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4.51%의 지분은 사실상 캐스팅보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 국민연금과 다른 판단

반면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청(NBIM)은 고려아연 임시주총 의안에 대해 집중투표제 도입 반대와 함께 MBK·영풍 측 이사진 전원에 대한 지지 의사를 공식화했다. NBIM은 고려아연 이사회가 올린 이사후보 7명을 모두 반대하고, MBK·영풍이 추천한 이사후보 14명 전원에 찬성표를 행사하기로 했다. 노르웨이연금(GPFG)을 운용하는 NBIM은 현재 고려아연 의결권주식의 1.04%(약 18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특히 이번 임시주총에서 3% 의결권 제한 규정으로 인해 집중투표제 표결 시에는 실제 의결권 비중이 1.7%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목할 점은 NBIM이 단순히 집중투표제 반대를 넘어 현 경영진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는 것이다. NBIM은 이사회가 주주들의 요청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고, 주주 제안을 회피하려 했으며, 승인 없이 주주 권리를 제한했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했다고 알려졌다. 이는 최근 최 회장이 추진한 자사주 매입과 유상증자 시도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사태와 무관치 않다. NBIM은 자체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재무성과와 주주 대우” 등을 이사진 반대 사유로 명시하고 있다.

NBIM의 판단은 미국 주요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 캘리포니아교직원연금(CalSTRS)과 결을 같이 한다. 이들 연기금도 이번 고려아연 임시주총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에 반대했다.

가처분 소송 마지막 변수로

이에 임시 주총의 판세를 결정짓는 마지막 관건은 MBK와 영풍이 제기한 가처분 소송이 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의 경우 여러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과 국민연금의 지지를 받았지만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하게 될 경우 M&A를 막아내기 어렵다. MBK·영풍 역시 이번 가처분 소송에서 지면 그간 내세웠던 명분을 모두 잃게 되는 데다, 이사회 장악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되는 만큼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 판단이 갖는 의미가 상당하다는 얘기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는 지난 17일 영풍·MBK가 제기한 '의안상정금지 등 가처분' 첫 심문 기일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고려아연과 MBK·영풍 양측으로부터 집중투표제 도입 여부와 이를 전제로 한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입장을 들은 뒤 심문을 종결했지만, 후속 일정인 선고 기일을 확정 짓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당시 심문에서 양측 대리인단을 향해 "현재 날짜를 특정하기는 곤란한 측면이 있다"며 "다만 기록을 최대한 검토하고 21일 넘겨서 결정할 일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집중투표제 도입 취지와 절차적 적법성 등을 둘러싸고 양측 의견이 극명히 엇갈리는 만큼 신중하게 판결을 내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번 가처분 소송의 핵심 쟁점은 집중투표제와 관련한 상법 문구를 어떻게 해석할지 여부다. 상법에선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에 대해 집중투표의 방법으로 이사를 선임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고려아연은 일반적인 주주제안 요건에 따라 집중투표제 도입 제안이 이뤄졌고, 이미 판례상으로도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안건 상정이 인정되고 있는 만큼 집중투표에 의한 이사 선임은 아무런 법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영풍·MBK는 소수주주 제안이 이뤄졌을 당시 고려아연 정관에서는 집중투표를 허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있고, 정관 변경을 전제로 한 안건 상정 역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양측은 법적인 쟁점 외에도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놓고도 공방을 이어왔다. 재판부 역시 법리적 판단 외에도 그간 제기돼 온 여러 논의를 폭넓게 살펴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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