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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삼성전자 ‘中 EDA’ 퇴출시키나, 미‧중 관세전쟁 속 고민 깊어지는 K-반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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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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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SW 적절성 검토 진행
中 EDA 사용 전면 중단할 듯
반도체 설계 비용 증가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 가능성이 한국 반도체 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부터 중국산 전자설계자동화(EDA) 소프트웨어 사용 중단을 검토 중이며, 삼성전자도 곧 이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SK하이닉스와 삼성의 선택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축소판으로 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업의 기술 선택 문제지만, 실질적으로는 기술 자주성, 공급망 안보, 지정학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변화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싼값에 中 DEA 썼지만 美 제재 직면

4일 중국 IT 전문매체 EET-차이나에 따르면 최근 SK하이닉스는 미국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중국산 EDA 소프트웨어 사용 여부를 긴급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에 있던 스마트폰 위탁생산(JDM) 거점을 인도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을 활용해 인도를 새로운 스마트폰 생산 허브로 육성하고, 기존에 베트남에 집중된 생산 체계를 인도로 분산해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화대구천(华大九天), 개륜전자(概伦电子) 등 중국 EDA 제품을 채택했다. 이들 제품은 주로 아날로그 회로 설계와 소자 모델링 분야에 활용됐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EDA 핵심 공급업체는 6개사며, 이 중 약 3분의 1인 2개사가 중국 기업이다. 여기에 개륜전자를 추가하면 총 7개사 중 3개사가 중국 기업으로, 전체 핵심 공급업체의 약 43%를 차지하게 된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출시한 2세대 10나노급(1ynm) DDR5 D램/사진=SK하이닉스

美 압박과 기술 의존성의 딜레마

중국은 다양한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EDA다. EDA는 반도체 집적회로(IC) 디자인을 설계·검증할 때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로, 이를 통해 칩을 만들기 전 다양한 회로 설계를 시뮬레이션하고 결과를 예측한다. 최근에는 1,000억 개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하나의 칩에 집적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EDA는 필수적인 기술로 자리 잡고 있다.

중국 EDA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시장 점유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이는 글로벌 EDA 시장을 장악한 미국의 신시스템즈(Synopsys), 케이던스(Cadence), 독일의 지멘스 EDA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2024년 기준 글로벌 EDA 시장에서 신시스템즈는 32%, 케이던스는 29%, 지멘스 EDA는 13%의 점유율을 보이며 전체 시장의 74%를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성숙 공정부터 3㎚(나노미터·10억분의 1m), 2㎚까지 전 공정 단계를 지원하는 기술력을 갖추고 있어 한국 기업들은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특히 지난해 말 미국 정부는 화대구천의 한국 자회사를 수출통제 대상인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포함시키며 중국 반도체 기업에 대한 압박을 강화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미국 '반도체 법안'에 따라 인디애나주 공장 건설을 위한 수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은 상태로, 미국의 기술 통제 정책에 협조해야 하는 입장이다.

中 EDA 사용 중단 시 설계비용 상승 불가피

이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면서 EDA 기술의 중요성은 점점 부각되는 추세다. 미국이 중국 업체가 자국 EDA를 쓰는 것을 막자 현지 반도체 생태계가 올스톱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후 주요국은 EDA를 반도체 전쟁의 전략 무기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EDA 사용 조건을 까다롭게 제한하고 비용도 높이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업계에서도 미국 EDA 가격이 중국 제품보다 두 배 이상 비싼 만큼, 중국 EDA 사용 중단 시 반도체 설계 비용이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는 국내 팹리스 기업이 글로벌 대중국 반도체 규제 이후 훌쩍 뛴 EDA 비용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악재가 아닐 수 없다. EDA 가격은 용도에 따라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수준으로, 초기 스타트업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국내 팹리스에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급망이 미국으로 일원화될 경우 이러한 비용 부담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또 주목할 점은 삼성의 웨이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이 중국 고객의 국산 EDA 도구 사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이다. 중국 EDA 전면 중단 시 일부 파운드리 주문을 잃을 가능성도 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외부 봉쇄는 오히려 자주 혁신 가속화를 부채질할 공산이 크다. 실제 중국 EDA 기술 수준은 빠르게 향상되고 있다. 개륜전자는 작년 말 고성능 병렬 시뮬레이터 '나노스파이스(NanoSpice)'가 삼성 파운드리의 3/4나노미터 공정 기술 인증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업의 소자 모델링 소프트웨어는 대만 TSMC의 5㎚ 생산라인에도 채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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