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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아시아 회장, 카카오와 ‘SM 주가조작’ 공모혐의 전면 부인 “경영상의 투자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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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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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의 세상에서 회색지대를 찾고 있습니다. 산업 현장을 취재한 경험을 통해 IT 기업들의 현재와 그 속에 담길 한국의 미래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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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SM엔터 주가조작 공모 혐의
쟁점은 카카오·사모펀드 간 '27분 통화'
원아시아“하이브 공개매수 전부터 매수”

카카오 법인 등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단 혐의로 열린 재판에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이 공모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하이브의 SM엔터 주식 공개매수 발표 전부터 시세차익 확보 목적으로 SM 주식을 매입해 왔으며, 이는 카카오의 SM엔터 주식 매수 요청과 무관하단 입장이다.

SM엔터 주식 매수 시점 두고 법정 공방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 제15부(부장판사 양환승)은 지난달 30일 카카오 법인 및 배재현 전 카카오투자총괄대표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관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쟁점은 2023년 2월 10일 지창배 회장과 배재현 전 대표 간 이뤄진 통화 내용이었다.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은 당시 지 회장과 배 전 대표의 통화를 연결해 준 인물이다. 그는 이날 지 회장과 점심 식사를 한 뒤, 배 전 대표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아 통화 하다가 곁에 있던 지 회장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 이 전 부문장의 연결로 지 회장과 배 전 대표가 통화한 사실까지는 세 인물 모두 부정하지 않는다.

검찰 측은 해당 통화를 통해 지 회장과 배 전 대표 간 SM엔터 투자계약이 이뤄졌다고 의심한다. 공소사실에 의하면 배 전 대표는 2023년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전, 경쟁 상대방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 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식 시세를 하이브 공개매수 가격(12만원) 이상으로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2023년 2월 16, 17일 하바나 제1호 펀드를 통한 SM엔터 주식 대량 매수 행위가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려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한 것이란 판단이다.

하바나 제1호는 원아시아가 결성한 투자펀드로, 고려아연이 1,016억원을 투입하고 조선내화가 나머지 금액을 대면서 두 곳의 출자자(LP)로 구성됐다. 2023년 2월 15일 고려아연과 조선내화에 캐피탈콜(자금 납입 요청)을 행사해 각각 496억1,900만원과 9,200만원을 투자받았다. 이후 2월 16일 하바나제1호는 SM엔터 투자를 위해 조성된 특수목적회사(SPC)인 헬리오스 제1호에 출자해 이날과 17일 양일간 SM엔터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방식의 시세조종성 매매를 했단 의혹을 받는다.

지 회장 "카카오와 전혀 상관 없는 투자"

이 가운데 지 회장은 증인신문에서 2월 16일과 17일 이뤄진 SM엔터 주식 매수는 ‘시세차익 확보’ 목적이었으며, 하이브의 SM엔터 공개매수 선언 전부터 같은 목적으로 SM엔터 주식을 샀다고 강조했다. 다른 엔터 기업 대비 저평가돼 있단 판단 때문이지, 카카오와 공모는 없었단 것이다. 지 회장은 “중장기적인 회사의 본질가치 개선은 예측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하이브의 공개매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SM 주가가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며 “주식을 최대한 빠르고 조용히, 저렴하게 많이 확보하란 정도의 방침을 세웠다”고 주장했다.

지 회장은 카카오의 대가 제안 의혹도 부인했다. 이 전 부문장에 따르면 배 전 대표는 지 회장에게 1,000억원 규모 주식 매집을 부탁하며 나중에 카카오가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되사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관해 지 회장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지 회장은 굿즈 사업권 대가 약속 의혹도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앞서 이 전 부문장은 증인신문에서 배 전 대표가 지 회장에게 SM 산하 브랜드 마케팅과 굿즈 등의 사업을 지분 매입에 대한 대가로 사모펀드에 줄 수 있다고 했단 내용을 폭로한 바 있다. 이에 지 회장은 "(SM엔터 굿즈 사업을 하는) SM브랜드마케팅이라는 회사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고려아연 "SM엔터 주식 하이브에 팔 수도 있다" 보고 받아

지 회장은 카카오와 원아시아가 주가조작을 공모한 배경이 양사가 경제적 공생관계기 때문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검찰은 원아시아가 2023년 사모투자 합작회사 8개를 세우고 5,000억원 규모 투자를 진행했는데, 이 중 3,000억원 규모가 카카오 그룹사에 대한 투자였다는 이유로 양사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다.

이에 지 회장 측은 "당시 카카오는 (공정거래위원회 지적에 따라) 계열사 수를 축소하는 중이었다"며 "서로의 이익이 맞아 투자를 검토하고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배 전 대표와 연락을 주고받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2019년 시작한 신생 펀드로서 사업 확장을 위한 결정이었을 뿐 카카오와 경제적 공생 관계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 회장 측은 카카오와 원아시아 측이 공모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고려아연 내부 이메일을 들었다. 해당 메일은 고려아연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원아시아 측과 회의를 한 뒤 '원아시아가 하이브에 보유한 SM엔터 지분을 팔 수도 있다'고 사장에게 보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 측 주장대로 카카오와 원아시아가 경제적 공생관계라면, 하이브에 SM엔터 지분을 넘길 계획을 세우지는 못했을 거라는 취지다. 지 회장 변호인 측은 "고려아연은 원아시아의 최대 투자자고, 해당 CFO는 중요 결정권자"라며 "운용사인 원아시아 측이 '하이브에 SM엔터 주식을 팔 수 있다'고 거짓말하긴 어려워 보이는데 회의 때 진실로 이렇게 말한 것이 맞냐"고 물었고, 이에 지 회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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