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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발된 MSCI 선진국지수 편입, 외환시장 개방은 정말로 '만병통치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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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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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MSCI 관찰대상국 명단 등재 또 실패
외환시장 추가 개방 등 요구하는 MSCI
시장 변동성 커지며 혼란 가중될 위험도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DM) 지수 편입이 다시 한번 불발됐다. 정부가 내놓은 제도 개선 방안들이 시장에서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하며 관찰대상국(워치리스트) 등재에 실패한 것이다. MSCI는 향후 개선이 필요한 사항으로 △선배당·후투자 제도의 한계 △주식시장 데이터 활용 제한 △폐쇄적인 외환 시장 등을 지목했다.

높디높은 MSCI의 벽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MSCI가 이날 공개한 연례 시장 분류 검토 결과 보고서에서 한국 관련 지수 변경 사항은 없었다.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후보군인 관찰대상국 명단에도 우리나라는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은 1992년부터 MSCI로부터 신흥(EM) 시장으로 분류돼 오다 2008년 관찰대상국에 올랐으나, 시장 접근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한 차례 등재가 불발된 바 있다. 이후 2014년부터는 관찰대상국에서 제외됐다.

MSCI는 한국 금융당국이 각종 제도 개선에 나섰지만, 한국 증시의 시장 접근성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불법 공매도 등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금지 조항을 삭제하는 등 규제 및 기술적 개선이 이뤄졌다"면서도 "시장 활동은 회복됐지만 규정 준수에 따른 운영 부담과 갑작스러운 규제 변화의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이는 지난 3월 시행된 공매도 금지 전면 해제 조치를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MSCI는 향후 제도의 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계속해서 발전 상황을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이다.

배당 기준일 이전에 배당 여부와 그 규모를 확정할 수 있도록 한 ‘선배당 결정·후투자’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평가가 나왔다. 실제 해당 제도를 채택한 기업이 소수에 그쳐 유의미한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MSCI는 이어 “주식시장 데이터 사용에 대한 제한으로 인해 투자 상품도 한계가 있다”며 한국거래소의 데이터 개방도 요구했다.

외환시장 개선 필요성 제기

한국이 외환시장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환율 주권을 이유로 외환시장을 개방하지 않았지만,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원·달러 외환시장 운영시간을 기존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에서 오전 9시~새벽 2시로 연장했다. 아울러 외국인 투자자들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 영국 런던 현지 투자자들도 해외 외국환 업무 취급 기관(RFI)을 통해 역외 거래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이에 대해 MSCI는 일련의 개혁 조치가 시행됐다고 인정했으나 △외환시장 자유화 △투자자 등록 및 계정 설정 △청산 결제 △투자 상품 가용성 등의 항목에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 절차에 여전히 운영상의 어려움이 존재하고, 옴니버스 계좌 및 장외거래(OTC)의 활용이 제한적이어서 관련 조치의 효과가 제약을 받고 있다는 진단이다.

정부와 한국은행, 주요 금융회사들로 구성된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는 외국인이 국내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모든 과정에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외환시장 선진화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겠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투자자의 계좌 개설 요건을 완화하고, 주식통합 계좌의 활용도를 제고하는 것이 TF가 제시한 선진화 방안의 핵심이다. 외국환거래규정, 금융투자업규정 등 관련 고시의 추가 개정도 필요한 경우 병행하기로 했다.

'무조건 개방'이 능사는 아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성급한 외환시장 개방이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외환시장 유동성에는 글로벌 요인이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2024년 1월 한국은행이 2018년 10월 이후의 외환시장 고빈도(high frequency, 장중 10분 간격)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환시장의 유동성은 오전보다는 오후에, 특히 장 마감 무렵에 풍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종 글로벌 요인이 장중 외환시장 유동성을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장 직후에는 제한된 실수요 속에 시장 흐름을 탐색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후 오전 10시경 외국인 투자자들의 커스터디(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관리해 주는 서비스) 은행을 통한 주문이 본격화하고, 중국의 주식 및 외환시장이 개장하며 유동성이 점차 회복되기 시작한다. 장 마감 무렵에는 종가에 가까운 환율로 거래하려고 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문이 몰리면서 유동성이 또 한 번 크게 확대된다.

우리나라 시장이 대내외 위기 상황에 특히 취약하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 외환시장의 유동성은 코로나19 팬데믹 위기가 두드러졌던 시기와 2022년 4분기 환율 급등 시기에 급격하게 악화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래 금융 시장의 구조적 문제는 안정적일 때가 아닌 위험할 때 부각되는 것"이라며 "외부 충격에 민감한 우리나라 외환시장이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무조건 개방을 선택할 경우, 변동성이 확대되며 시장이 혼란에 빠지게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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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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