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타격에 쓰러진 美 퍼스트브랜즈, 사적 신용시장 흔들며 금융불안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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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봉합 실패→손실 규모 확대
ABS 부실 확산, 금융 리스크로 전이
관세 여파에 자동차 산업 연쇄 타격 우려

미국 자동차 부품 제조사 퍼스트브랜즈 그룹(FBG)의 파산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채권단의 긴급 지원에도 현금 흐름이 마비된 가운데 복잡한 자산유동화(ABS) 구조가 드러나면서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한 것이다.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제조원가를 끌어미국 자동차 부품 제조사 퍼스트브랜즈그룹(FBG)의 파산이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채권단의 긴급 지원에도 현금 흐름이 마비된 가운데 복잡한 자산유동화(ABS) 구조가 드러나면서 투자자 손실이 현실화한 것이다.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제조원가를 끌어올려 부품업계의 부채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사적 신용(private credit) 시장 부실과 보호무역의 위험성이 맞물린 ‘정책 리스크’의 전조로 평가된다.올려 부품업계의 부채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는 사적 신용시장 부실과 보호무역의 위험성이 맞물린 ‘정책 리스크’의 전조로 평가된다.
채무 규모 최대 500억 달러
13일(이하 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말 법원에 접수된 FBG의 파산 여파에 일본의 대표 종합상사 미쓰이물산이 대주주인 합작 리스 회사 ‘JA미쓰이리스’를 비롯한 다수 금융기관의 위기관리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FBG는 지난 9월 말 연방 파산법 11조를 미국 법원에 신청했다. 자동차 소매점에 와이퍼 등 소모성 부품을 납품해 온 이 업체는 미회수 대금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를 반복하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후 FBG는 신용도 하락으로 자금 조달이 막히면서 유동성 위기를 버티지 못했다. FBG의 채무 규모는 최대 500억 달러(약 7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JA미쓰이리스는 미국 자회사를 통해 FBG 채권 14억 달러(약 1조9,000억원)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JA미쓰이리스 측은 지난 10일 해당 사실을 인정하며 “미국 법원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차분한 반응을 보였지만, 리스크 자산 거래 시장 전반에 불안이 번지며 일본 금융권이 긴장하는 모양새다.
미국 투자은행 제퍼리스 파이낸셜그룹 산하 펀드도 상당한 규모의 FBG 채권을 보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인베스팅닷컴에 의하면 제퍼리스의 FBG 관련 위험 노출액(익스포저) 규모는 7억1,500만 달러(약 1조원)에 달하며, 해당 자금이 일부 신용계약 조건을 위반했을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이 같은 여파에 제퍼리스 주가는 8일 프리마켓에서 3.4% 하락해 59.10달러로 밀리기도 했다. 이처럼 FBG 파산 여파가 다수의 글로벌 금융사로 번지며 FBG의 채권단 봉합 시도 또한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는 양상이다.
이중 담보 구조로 투자자 손실 가능성 급증
그간 FBG는 사업 전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직접 대출을 받는 대신 카나비 캐피탈홀딩스 산하의 특수목적법인(SPE)을 설립해 그 명의로 자금을 융통했다. 이렇게 조달된 자금은 실질적으로 본사 운영에 사용됐지만, 회계상 부채로 잡히지 않는 ‘재무제표 외(off-balance)’ 부채로 처리됐다. 문제는 이 SPE가 보유한 대출채권과 매출채권을 다시 자산유동화증권(ABS) 형태로 전환해 투자은행을 통해 시장에 판매했다는 점이다. 복잡한 다층 구조로 엮인 이 금융상품은 일종의 ‘부채의 유동화 피라미드’로, 부실이 누적될수록 파급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구조였다.
그럼에도 FBG와 연계된 ABS 상품은 투자자들에게 안정적 수익을 약속하며 판매됐다. 월가의 투자은행을 비롯해 다수의 소매 투자자까지 참여했지만, 올해 초 이미 부채 규모가 60억 달러(약 8조3,400억원)에 달한 상태였다. 특히 외상 매출채권을 담보로 현금을 선조달하는 ‘팩토링’ 방식이 남용되면서, 회수 불가능한 채권이 대거 누적됐다. 이 때문에 ABS의 담보 가치는 급락했고, 투자자 손실 우려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JP모건체이스와 피프스서드 등 주요 미국 투자은행들도 해당 ABS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은행은 “전체 자산 대비 비중이 미미하다”며 파급력을 축소했지만, 시장의 시각은 달랐다. 실제로 ABS 주관사였던 제퍼리스는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60억 달러(약 8조5,000억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마케팅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켰으나, 실제로는 재무제표 외 부채가 누적된 상태였다. 이번 사태에 금융시장 전반이 긴장 상태에 돌입하며 ‘2025년판 리먼브라더스’ 가능성마저 제기된 배경이다.

제조 원가·수출 경쟁력 부담 가중
FBG의 파산은 미국 산업정책의 이면을 드러내는 사건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제조 원가를 높여 부품업계 전반의 부담을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다. FBG 측은 법원 진술에서 “수입 부품에 부과된 관세가 원가를 급등시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FBG는 지난 10년간 15개에 달하는 경쟁사를 인수하며 적극적으로 외연을 확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누적된 차입금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 이처럼 과도한 레버리지는 관세 상승에 따른 원가 압박이 더해지며 치명적인 유동성 위기로 이어졌다.
그러나 법정에 참석한 채권단 변호인은 FBG의 회계를 '블랙박스'라고 지칭하며 “경영진이 구조적 부채 문제를 방치했다”고 일갈했다. 회사의 자산 중 23억 달러(약 3조2,000억원)가 사실상 사라진 상태인 데다, 실질 담보 자산은 3,000만 달러(약 430억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UBS가 약 5억 달러를 대출했으나 회수에 실패했고, 블랙록 역시 일부 대출을 주선했다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한 손실은 사적 신용 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을 노출시킨 사안으로 평가된다.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로 촉발한 비용 압박이 자금시장 위축과 맞물리며 기업의 신규 대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실제로 FBG의 파산에 앞서 지난 6월에는 자동차 부품 공급업체 마렐리와 앳홈그룹이 법원에 SOS를 쳤으며, 저신용자 대상 자동차 대출·판매 기업인 트라이컬러 또한 지난달 초 돌연 파산을 선언해 시장에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그동안 쌓아둔 재고로 버티던 수입업자들이 본격적으로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기 시작하며 그 여파 또한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는 형국이다.
이 같은 자동차 및 부품업계의 위기는 트럼프 행정부의 산업정책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될 전망이다. 자국 제조업 보호를 명분으로 한 관세정책이 결과적으로 국내 산업 붕괴를 자초하면서다. 부품업계의 투자 위축과 금융 불안이 동시에 확산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경기 침체 책임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관세 완화 등으로 산업 회복세를 유도한다면 향후 정책 전환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FBG의 파산은 개별 기업의 부실 문제를 넘어 트럼프식 보호무역이 낳은 정책 리스크의 현실적 경고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