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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위기 맞이한 K-배터리, 美·中 외풍 속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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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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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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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시장 성장에도 국내 업체들은 하락
중국 감산 및 기술 확장으로 커지는 리스크
기술 전환 지연 속 드러난 산업 취약성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던 이차전지 산업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주력 사업 부문인 전기차를 둘러싼 글로벌 환경이 녹록지 않은 데다, 중국 배터리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려 시장 점유율도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기술 전환 시점을 놓친 가운데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경쟁 구도 역시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공급 과잉 속 출혈 경쟁 치열

1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한·중·일 배터리 기업이 계획대로 공장을 완공하면 내년 글로벌 총생산능력은 실제 배터리 수요의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배터리 기업은 전기차 시장 성장률을 연 평균 30~40%로 잡았지만 현실에선 10%대에 머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같은 공급 과잉 시장에선 경쟁사 물량을 빼앗는 것 외에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중국 상황이 딱 그렇다. 중국은 전기차 핵심 시장인 유럽에서 한국 배터리 기업 물량을 조금씩 잠식하고 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 등 한국 배터리3사가 오랜 기간 공급해 온 유럽 고객사들이 중국 업체로 납품처를 바꾸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중국보다 한 발 빨리 유럽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기업은 폼팩터를 다양화하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비중을 높이는 전략으로 고객사 되찾기에 나선 상태다. 효율이 높은 지름 46㎜ 원통형 배터리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를 빠르게 상용화하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상당 부분을 중국에 잠식 당한 상태라 점유율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시장도 녹록지 않다. 중국 기업이 배제된 미국 시장에선 국내 배터리 3사 간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 올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 늘어나는 데 그쳐 사실상 ‘출혈 경쟁’ 양상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달부터 7,500달러(약 1,070만원)를 지급하는 전기차 보조금 제도까지 폐지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내년부터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이대로면 미국 전기차 점유율이 현재의 절반 이하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신차 판매량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10%가량인데, 이 수치가 5% 미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배터리 수요량으로 따지면 연간 100~200기가와트시(GWh)에 그친다. 250GWh인 미국 공장 생산 규모를 내년까지 약 600GWh로 늘리는 국내 배터리 3사는 공급 과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 됐다.

中 배터리 구조조정, 韓 기업에 비용 압박

중국 당국이 배터리 소재인 비철금속의 생산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한 점도 한국 배터리 3사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지난 9월 말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2025~2026 비철금속 성장 안정화 계획’을 공개하면서 10대 비철금속 생산의 연평균 증가율 목표를 1.5%로 제시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2023년 보고서에서 리튬과 니켈, 코발트와 구리 등 비철금속 생산량 증가율을 5%로 제시했는데 이번에 3.5%포인트 낮춘 것이다.

중국은 비철금속 대부분의 생산과 제련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이 과반에 이른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올해 1~8월 기준 10대 비철금속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3.1% 증가한 5,432만 톤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리튬과 니켈 등 배터리 소재 가격은 최근 수년 동안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저공비행했다. 특히 리튬 가격은 2022년 12월 최고점에서 최근 90%까지 폭락했다. 이 때문에 광산 문을 닫거나 도산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중국 정부가 비철금속 생산을 줄이겠다며 내부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다.

이는 한국 배터리 3사에 비용 상승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배터리 3사는 소재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가 높아 생산을 줄이면 고가의 비중국 광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비철금속협회가 9월 발간한 ‘비철금속 수출입 동향’에서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7월 비철금속은 금액 기준 3억2,720만 달러(약 4,600억원)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액에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16.8%로 가장 많아, 중국이 생산을 줄이면 한국 업체에 파장이 불가피하다.

이 경우 가뜩이나 점유율 하락으로 고전 중인 배터리업계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691.3GWh(기가와트시)로 작년 동기 대비 34.9% 증가했지만,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3.8%포인트 하락한 16.8%로 집계됐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 배터리 업체들의 성장세는 이어졌다.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31.9% 증가한 254.5GWh를 기록해 1위 자리를 유지했고, BYD는 50.3% 늘어난 124.8GWh로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2위를 기록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유럽에서의 BYD 배터리 사용량은 8.6GWh로 전년 동기 대비 263.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CALB(4위), 고션(7위), EVE(9위), SVOLT(10위)를 포함해 중국 업체 총 6개 기업이 점유율 10위 안에 들었다. 중국 정부가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조단위를 쏟아 붓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이 패권을 뒤집어 놓은 것이다.

석유·철강 이어 배터리도 ‘위태위태’, 기술 변화 예측 실패의 대가

전문가들은 한국 배터리업계의 가장 큰 패착으로 기술 변화의 예측 실패를 꼽는다. 그간 업계는 고성능인 삼원계(NCM) 방식이 시장의 주력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삼원계의 화재 위험은 전고체 전지 개발로 극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개발 과정은 예상보다 지연됐고, 기술 전환의 속도 역시 더뎠다. 그사이 중국은 LFP 이차전지를 개발했다. 저가·저성능이라고 얕잡아 보는 동안 LFP 성능은 급속히 향상됐고, 전기차에 충분히 탑재할 수 있게 됐다. 저렴하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LFP로 중국은 급성장하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시장까지 장악했다. 나아가 중국은 더 저렴하고 화재 위험이 없는 나트륨 배터리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LFP 양산 준비 단계다.

연구개발(R&D)의 효율성 저하도 산업 경쟁력 약화의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몇 해 전부터 이차전지 관련 예산이 대폭 확대되면서 다수의 연구기관이 참여했으나, 기술 성과가 실제 산업 현장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제한적이었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내세운 보도자료가 연일 쏟아졌지만, 기업의 상용화나 사업화로 연결된 사례는 드물었다. 정부의 지원 체계 역시 일관성이 부족했다. 5년 단위로 추진되던 미래 기술 선정이 최근 들어 매년 반복되면서 예산과 연구 역량이 분산되고 체계적 관리도 어려워졌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 산업 역량에 대한 오판이다. 국내 업계는 오랜 기간 중국 기업의 기술 수준을 과소평가해 왔다. 초기에는 조악한 품질을 이유로 경쟁 대상으로 보지 않았고, 일정 수준의 성능을 확보한 데 대해선 저가 전략으로 단순화해 해석했다. 이후 중국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상승하자 국내 기업은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며 직접 경쟁을 회피했고, 중국이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동시에 확보했을 때는 내구성·안정성을 문제 삼는 논리로 일관했다. 이는 결국 주력 시장 상당 부분을 중국에 내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미 중국은 가성비에 더해 기술력까지 빠르게 무장하며 저가 배터리만이 아닌 프리미엄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이 흐름이 계속된다면 K-배터리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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