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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Memo] 국경을 넘어 일하는 시대, AI가 바꾸는 노동의 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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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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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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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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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는 세계 무역과 국경 없는 AI 노동의 부상
신흥국에 열린 기회와 함께 확산되는 취약한 노동 환경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공정 기준·투명 관리·교육 개혁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Research Memo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계 서비스 무역의 구조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2023년 기준,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된 디지털 서비스 무역 규모는 약 4조5,000억 달러(약 6,100조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개발도상국의 수출액이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350조원)를 넘어섰으며, 전체 서비스 무역의 절반 이상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무역의 중심축이 상품과 물류에서 데이터와 알고리즘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이 변화의 핵심에는 국경 없는 인공지능(AI) 노동이 있다. 데이터 라벨링, 콘텐츠 검수, 소프트웨어 개발, 번역, 자문, 교육 등 다양한 업무가 국경을 넘어 온라인상에서 수행되고 있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발전과 저비용 협업 도구의 확산은 이러한 흐름을 가속했다. 기업들은 시차를 초월한 분산형 인력을 신속히 조직하고, 알고리즘 기반 관리 체계로 운영하며, 전 세계 단위의 임금 지급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제 쟁점은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느냐가 아니라, AI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노동 질서를 누가 설계하고 각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있다.

확산되는 AI 노동 시장

AI의 확산은 노동 구조의 변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2025년 조사에 따르면 40% 이상의 기업이 일부 업무를 자동화해 인력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많은 기업이 AI를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며 새로운 기술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9,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대신 1억7,0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즉, 일의 성격이 이동하고 인재 전략이 재편되는 과정이 이미 진행 중이다.

채용 방식도 달라졌다. 주요 플랫폼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재택근무와 국경 간 채용이 많이 증가했다. 한 글로벌 플랫폼에서는 전체 공고의 80% 이상이 재택근무 형태였으며, 해외 인재 채용은 전년 대비 42% 늘었다. 미국에서는 전체 노동자의 38%에 해당하는 6,400만 명이 프리랜서로 활동했고, 상당수는 대면 접촉 없이 해외 기업과 협업했다. 이 같은 변화는 국경 없는 AI 노동이 이미 규모와 속도를 갖춘 시장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2023년 미국 노동력 구성
주: 프리랜서(62%), 비(非) 프리랜서(38%)

기회와 위험이 공존하는 시장

AI가 만들어낸 노동 시장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20억 명 이상 노동자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이들은 AI 기술을 활용해 더 높은 소득과 안정적 일자리를 얻을 가능성을 갖고 있다. AI가 사람과 일을 연결하고 개인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드러내면서 근무 지역보다 실적이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2023년 디지털 방식으로 제공된 서비스 수출액(단위: 조 달러)
주: 경제 구분-세계 전체, 개발도상국, 선진국(X축), 수출액(Y축)

하지만 그 이면에는 구조적 위험이 존재한다. AI 산업의 생산망은 케냐, 필리핀, 가나, 콜롬비아 등 여러 개발도상국의 데이터 라벨링·콘텐츠 검수 노동자에게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낮은 임금, 불투명한 계약, 정신적 피해 사례가 잇따라 보고됐다. 특히 영어권 외 지역에서는 자동 검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노동자가 유해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 문제는 글로벌 노동을 축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임금과 안전, 정신건강을 보장하는 국제 기준을 세워 해결해야 한다. 자동화가 일부 업무를 대체할 수는 있지만,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노동 환경은 기술로 대신할 수 없다.

또 다른 위험은 AI에 의한 업무 관리다. 인공지능이 업무를 배정하고 성과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확산되면서, 평가 기준이 불투명해 공정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여러 국가의 인력이 함께 일하는 온라인 협업 환경에서는 이러한 불균형이 더 심화될 수 있다. 업무 배정과 평가 과정이 검증 가능한 구조로 운영돼야 하며, 노동자가 부당한 평가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

노동의 디지털화는 도시 경제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온라인 근무 확대로 사무실 수요가 급감했고, 미국의 경우 2024년 말 기준 공실률이 20%에 달했다. 부동산 부실 규모는 520억 달러(약 70조원)에 이르렀다. 이는 도시의 쇠퇴가 아니라, 산업의 중심이 물리적 공간에서 디지털 인프라와 인재 중심 구조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의 전환, 새로운 인재 전략

AI가 주도하는 노동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지역 중심의 전통적 교육에서 벗어나 실제 과제를 해결하며 역량을 증명하는 과제 중심 학습 모델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학교는 언어와 인공지능을 함께 이해하는 AI 활용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학생들은 번역, 요약, 코딩, 데이터 분석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 도구를 다루는 능력을 배우고, 결과를 검증하며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를 함께 학습해야 한다.
또한 시차와 문화가 다른 외부 기관이나 학생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 협업 능력과 신뢰 구축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플랫폼 경제에 대한 이해도 필수적이다. 향후 많은 청년이 한 조직에만 속하지 않고 여러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일을 병행하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서비스 계약, 분쟁 해결 절차, 평가 기준, 국제 세금 규정 등 플랫폼 구조를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학습의 결과물은 공개 포트폴리오 형태로 축적돼야 하며, 성과와 분석 자료, 협업 경험을 체계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자격 체계는 단일 인증이 아닌 단계적으로 쌓을 수 있는 구조로 전환돼야 한다.

AI 관련 업무가 확대되면서 정신적 부담을 동반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학교는 유해 콘텐츠 노출에 대비한 정신건강 지원 체계를 마련하고, 자동 필터링과 다단계 검수 등 안전한 작업 설계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자, 빠르게 성장하는 AI 노동 시장 속에서 스스로를 관리하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교육의 역할이다.

선택의 기로에 선 AI 노동

세계는 이미 새로운 노동 질서 속에 들어섰다. 인공지능이 업무를 조직하고 네트워크가 거래를 중개하는 국경 없는 노동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니다. 일의 구조와 평가 방식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노동과 교육, 산업의 경계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이 흐름이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공정한 노동 기준, 투명한 관리 체계, 디지털 인프라 강화, 실질적 교육 개혁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 기술이 만든 변화의 방향은 사회가 어떤 제도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Borderless AI Labor Is Changing Work and School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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