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지대 달리는 PRS, ‘자산이냐 부채냐’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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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 주식 담보로 만든 금융상품 ‘부채’ 주장에 불확실성 커져 국제 회계 기준서에 가이드라인 無

SK와 롯데, 한화, LG 등 주요 대기업의 자금 조달 수단인 ‘주가수익스와프(PRS·Price Return Swap)’를 둘러싼 회계 기준이 불확실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기존처럼 ‘자산(파생상품)’이 아닌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줘야 할 금융당국은 올해 안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지만, 결론을 내기 위해선 PRS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의 연결 여부, 우선매수권 등 PRS 계약 조건, 모자회사 간 지분율 등을 심도 있게 따져봐야 해 이른 시일 내에 논의가 끝나긴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신평사, 체계적 평가정책 마련
1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용평가사들은 기업들이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하는 PRS 거래의 관련 자료 축적과 사례 분석을 토대로 체계적인 평가 정책 마련에 착수했다. 대기업들이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대신 PRS를 통해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계정에 산입하는 꼼수를 쓰고 있어서다. PRS는 계약 만기 시 주가가 기준가보다 낮거나 높으면 서로 차익을 물어주는 파생상품으로, 기준가보다 주가가 오르면 매수자(금융사)가 매도자(기업)에게 상승분을 준다. 반대로 기준가 대비 주가가 내려가면 매도자가 매수자에게 손실 금액을 보전해야 한다. 총수익스와프(TRS)에서 진화한 방식이다.
기업들은 PRS 계약을 맺으면서 주로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매각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암묵적으로 다시 사들이기로 약속하고 있다. 증권사 등은 매각 대금 명목으로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회사채 금리보다 1~2%포인트 높은 이자를 받는다. 실질적으로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에 자금을 빌리는 구조지만 기업은 재무제표에 부채로 잡지 않아도 된다. 명목상 주식을 증권사에서 처분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이다. 계약 상대방인 증권사 입장에서도 PRS를 대출이 아니라 파생상품 지분 투자로 간주할 수 있어 건전성 규제를 비켜갈 수 있다.
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롯데케미칼, 이마트, SK이노베이션 등 대기업들이 PRS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5조8,000억원에 이른다. 시장에선 이 기간 PRS 전체 자금 조달 규모가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올해만 해도 효성화학이 지난 5월 베트남 자회사인 효성비나 지분을 담보로 4,000억원 규모 PRS 계약을 맺었고, 롯데지주는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을 활용해 1,300억원을 조달했다. 같은 기간 한화솔루션도 5,000억원 규모 PRS 계약을 체결했다. 가장 최근 거래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으로, LG화학은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의 일부 매도 대신 PRS를 활용해 2조원을 조달했고, SK이노베이션 역시 자회사 SK온의 지분을 기초로 메리츠증권과 2조원 규모의 PRS 계약을 맺었다.

"상환 부담 있다면 차입거래로 분류 타당"
신평사들은 공통적으로 실질적인 상환 부담이 있다면 차입거래로 분류하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재무 부담이 큰 기업이 주로 PRS 거래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이나 상환전환우선주(RCPS)에 적용되는 평가정책과의 일관성을 지닌다는 의견도 있다. 신종자본증권과 RCPS는 회계상 자본으로 잡히지만, 채무 성격을 반영해 자본인정비율을 산정한다. 발행 기업의 신용등급에서도 자본인정비율을 감안해 등급 평가가 이뤄진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도 회계상 자본이지만 100% 자본으로 보지 않는다. 보통 60%, 80% 수준으로 인정하며 과거에는 0%로 본 사례도 있었다"며 "PRS도 비슷한 맥락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회계기준원과 금융위원회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기준원과 금융위는 PRS가 자본인지 부채인지 해석하기 위해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내부적으로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논의는 금융위원장 인사 등 굵직한 현안 때문에 한 달 이상 사실상 멈췄던 상태인데, 최근 금융위의 과장급 인사까지 완료되며 재개할 여건이 갖춰졌다.
금융당국 및 회계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국제 회계 기준서에는 PRS가 자본인지 부채인지 해석하는 명확한 기준이 나와 있지 않다. 때문에 기준서상 조항들과 유기적으로 연결해 해석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게 당국과 기준원의 입장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해석을 놓고 사람마다 생각이 조금씩 다 다르다 보니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만 해도 기준원은 PRS를 부채로 인식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PRS 방식의 주식양수도 시 양수자 회계처리 관련 K-IFRS 신속처리질의’에서 기준원은 스와프프 매수자인 증권사가 해당 질의의 PRS 계약을 ‘대출’로 인식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증권사가 PRS 계약을 대출로 인식할 경우 스와프 매도자인 기업은 해당 거래를 차입으로 인식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PRS 거래의 회계 처리 방식은 계약 구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해석상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SPC ‘소속’ 등 따져봐야
실제 PRS가 자본인지 부채인지 해석하려면 가장 먼저 선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데, 바로 PRS를 위해 만든 SPC가 어디에 속하느냐다. PRS를 위해 설립한 SPC를 발행사의 연결 기준 자회사로 본다면 PRS 계약은 발행사가 끌어안는 모양새가 된다. 이 경우 발행사가 담보 용도로 넘겨준 주식은 그대로 발행사에 연결 기준으로 남아있고 외부에서 들어온 현금(차입금)만 남게 된다. 지분은 그대로 있고 현금만 들어오는 것이라 부채의 성격이 강해진다.
반대로 SPC가 발행사의 연결 자회사로 포함되지 않는다면, SPC를 재무제표에 반영해 부채로 인식할지 말지 따질 필요가 없어진다. 이 때문에 SPC의 연결 여부부터 결론 내야 그다음 문제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만약 SPC가 비연결이라면 그다음으로는 PRS 계약 조건들을 살펴야 자본·부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예를 들어 스왑 계약이 끝난 뒤 발행사가 주식을 먼저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이 있다면, 이건 주식 매도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즉 지분이 실질적으로 넘어갔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부채의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어떤 주식’을 담보로 걸었느냐도 쟁점이다. A사가 B사 지분을 C사에 넘기고 돈을 받는 형태의 PRS 계약을 체결했다고 가정할 때 A사의 B사에 대한 지분율이 50%냐 10%냐에 따라, 넘긴 지분이 자본이 될 수도 있고 부채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지분을 10%만 갖고 있는 회사의 주식을 담보로 넘길 경우 주가가 빠질 때 주식만 넘기고 끝낼 현실적인 선택지가 있다. 현금으로 갚아야만 하는 불가피한 의무가 없어 자본성을 주장할 여지가 커진다.
미러링 회계 처리를 반드시 해야 하는지 여부도 풀어야 할 숙제다. 미러링 회계 처리란 A가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처리했다면 상대방인 B는 매수했다고 처리해야 하는 걸 의미한다. 만약 PRS 계약을 증권사가 대출로 인식했다면, 발행사는 채무로 반영해야 하는 셈이다. 또 다른 금융당국 관계자는 “얼핏 보면 미러링 회계 처리가 자연스러워 보이지만 회계에서는 꼭 그게 자연스러운 건 아니다”라며 “한쪽에서는 주식을 매도하지 않았다고 부채로 처리하더라도 상대방은 주식을 매수한 걸로 처리할 수도 있다. 때문에 미러링 회계 처리가 반드시 수반돼야 하냐에 대해서도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며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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