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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부지로 치솟는 원·달러 환율, 산업계·가계·통화 정책까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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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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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원대 고환율에 산업계 '희비교차'
물가 상승 압박 거세지며 가계 경제도 위기 직면
고환율 장기화 전망, 금통위 앞둔 한은 셈법 복잡

원-달러 환율이 장기간 1,400원대를 웃돌며 시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수출입 비중에 따라 각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리는 동시에, 가계 경제도 물가 상승 압박 속에서 신음하는 양상이다. 고환율 상황이 대내외적 불안 요소로 인해 한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당장 한국은행의 이번 달 금리 인하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환율 상승세 속 산업계 혼란 커져

1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전일 원-달러 환율은 1,431.0원으로 직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 대비 5.2원 오른 채 마감했다. 이는 정규장 종가 기준 지난 4월 29일(1,437.3원) 이후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 1,400원대로 올라선 환율이 원화 약세 환경 속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머무르고 있는 것이다.

고환율 상황을 직면한 산업계의 희비는 분야별로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우선 반도체 기업들의 경우 수출 중심의 수익 구조를 지니고 있고, 대부분 달러로 가격이 정해진다. 같은 물량을 같은 달러 가격으로 수출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1,300원에서 1,400원으로 상승하면 원화 환산 매출이 7.7%가량 늘어나는 구조다. 다만 설비나 장비, 그리고 일부 원자재 수입 등이 해외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있어 완전한 수혜를 보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업도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조선업은 전체 물량의 90%가량을 수출하고, 달러로 선박 수주 및 인도 대금을 지급받는다. 반면 인건비와 철판 등 국내 조달 비중이 높은 비용은 원화로 지출한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달러 수주 금액으로도 원화 환산 매출이 증가하고, 원화 비용은 상대적으로 하락하면서 영업이익률이 개선되는 식이다. 해외 발주처가 원화 약세로 인해 할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환율이 오르면 글로벌 선주가 같은 달러 가격을 제시해도 한국 조선사의 원화 수취액은 증가하고 선주의 체감 가격은 낮아진다.

이에 반해 에너지 및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업종들은 막대한 리스크를 직면했다. 우선 항공업의 경우 항공유, 항공기 리스료, 보험료 등을 대부분 달러로 결제하고 있으며, 수익 부문에서도 원화 비중이 높아 고환율에 특히 취약하다. 유통업과 식품업도 수입 단가 상승으로 인해 가중된 원가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전력 및 가스 관련 산업 역시 달러 결제 계약이 대부분이라 원화 약세 시 도입 단가가 상승하는데, 정부의 요금제 관리로 인해 가격에 상승분을 즉시 반영할 수 없어 마진이 악화하게 된다. 

민생·증시 등도 위기일발

민생 경제 역시 혼란에 빠진 것은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공급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 중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달러 기반으로 거래되는 석유 및 가스 가격이 뛰며 연료비와 교통비 부담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가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식료품비도 고환율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농수산물, 곡물, 식재료의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원재료 가격이 일제히 오르며 소비자의 지출 부담이 커진다.

부동산 시장도 영향권에 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연구 보고서 ‘환율 변동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적 시사점’에 따르면, 환율은 단기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주택 가격 변동에 상당한 수준의 영향을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환율이 자재비와 건설비 등 주택 공급 원가를 끌어올리고, 이로 인한 부담이 분양가나 매매 가격에 전가되는 구조다.

증시에서도 자금 유출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반적으로 고환율 상황 속에서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투자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 통계에 의하면 추석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3∼9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12억4,200만 달러(약 1조7,600억원)에 육박했다.

한은 금리 인하 늦춰질까

전문가들은 1,400원대 고환율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 의회의 예산안 처리 지연에 따라 연방정부 일부 기능이 멈춰서는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달러 강세 상황이 연출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정치적 불안은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한국 정부와 미국의 관세 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관련 불확실성도 환율 상승 압박을 더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한국에 3,500억 달러(약 490조원) 규모 투자금을 현금으로 선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만약 우리나라가 이 조건에 응할 경우 외환 시장은 막심한 충격을 받게 된다.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요구대로 대미 투자를 실행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마저 제기된다.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시 한국은행의 10월 기준금리 인하 명분 역시 옅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를 내리면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고, 경제와 금융 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는 탓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내부 시장 상황 점검 회의에서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가능성과 주요국 재정 이슈 등 글로벌 위험 요인이 증대된 모습”이라며 “대내외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시장 상황을 계속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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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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