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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거품에 무역 분쟁·전쟁까지" 가라앉는 세계 경제, IMF 본격 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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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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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글로벌 시장, 위험 요인 속 과도하게 안주 중" 
美·유럽 등 주요국들, 재정 적자와 부채에 짓눌려
무역 갈등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위기 가중

국제통화기금(IMF)이 오는 2029년까지 전 세계 정부 부채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년 사이 각 주요국의 재정 적자 및 채무 부담이 급속도로 확대될 수 있다는 비관적 예측을 내놓은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이 등장한 배경으로는 과도한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 열풍, 미국 관세발(發) 무역 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꼽힌다.

IMF,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 드러내

14일(현지시간) IMF는 ‘세계 금융안정보고서(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를 발표하고 “글로벌 시장이 무역 전쟁, 지정학적 긴장, 재정 적자 확대 등 복합적 위험 요인에 과도하게 안주하고 있다”며 “자산 가격이 실제 가치보다 높게 형성돼 있어 ‘무질서한 시장 조정(disorderly market correction)’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IMF는 "최근 주요국 증시가 AI 관련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급등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시장 집중도를 보이고 있다"며 “기술주 열풍이 실물 경제 펀더멘털을 크게 상회하고 있으며, 기대 이익이 실현되지 않을 경우 급격한 가격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경고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투자 심리가 흔들린 직후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해당 발언 이후 미 증시는 급락했고,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가격도 눈에 띄게 미끄러졌다.

각국의 재정 적자 및 채무 부담 확대도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됐다. IMF는 2029년 GDP 대비 전 세계 일반정부채무(General Government Gross Debt·D2) 비율이 100%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했다. D2는 각국이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개념인 국가채무(D1: 중앙정부+지방정부·교육 지자체 부채)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를 더한 광의의 정부 채무로, 흔히 국제사회에서 정부 간 비교를 할 때 쓰인다. 보고서는 "이러한 전망치는 팬데믹 이전에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높고 더 가파른 증가 경로를 반영한다"고 경고했다.

극단적 관세 정책에 발등 찍힌 美

현재 재정 적자로 인해 신음하는 가장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 재무부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2025 회계연도 재정 적자는 1조7,750억 달러(약 2,522조6,300억원)로 1년 전 대비 약 410억 달러(약 58조2,000억원) 감소했다. 교육 지출이 삭감되고,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세수가 확대되며 의료·연금 프로그램 및 국채 이자 비용 증가분이 일부 상쇄된 결과다.

다만 IMF는 이 같은 흐름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 보고 있다. 미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총재정수지(General Government Overall Balance) 비율이 2025년 -7.4%에서 2026년 -7.9%, 2027년 -8.0%, 2028년 -8.1%, 2029년 -7.7% 등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전망치는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7개국 중에서도 특히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IMF는 미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채무 비율도 2025년 125.0%에서 2029년 140.1%까지 대폭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망 악화의 근본적 원인은 극도로 불안정한 글로벌 무역 시장 환경이다. 미국이 촉발한 관세 전쟁 이후 전 세계 무역 질서는 혼란에 휩싸였다. 특히 봉합되지 않는 중국과 미국의 갈등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양국은 최근에도 서로에 대한 무역 제재 수위를 높였다. 중국은 반도체·휴대전화·풍력 터빈 등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 금속 수출을 대폭 제한하기로 했고, 미국은 대중국 100%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하며 맞불을 놨다. 서로의 선박에 항만 입항 수수료를 인상하는 보복 조치도 양국 모두 단행했다.

이들의 무역 갈등은 전 세계적 ‘편 가르기’로 번졌다. 세계 각국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례로 세계 최대 중국산 자동차 수입국 중 하나인 멕시코는 미국의 강력한 로비 이후 중국산 자동차에 50%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반면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자 중국과의 관계 복원에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8월 7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해 안보·경제 회의에 참석하며 “인도에는 미국 외에도 많은 동맹이 있다”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주요국 줄줄이 비상" EU의 침몰

성장 정체와 재정 부담 속에 휘청이는 것은 유럽 주요국들도 마찬가지다. 무역 리스크에 복지 비용 지출 확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겹치며 경제 위기가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일례로 독일은 2023년 -0.9%, 지난해 -0.5%로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올 1분기에는 0.3% 반짝 성장하기도 했으나, 2분기 재차 -0.3%로 추락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 지출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국방·인프라뿐 아니라 전기요금 인하 등 기업 지원에도 재정을 투입했지만, 대부분이 연금·의료·사회복지 보전에 흡수돼 경기 부양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고령화로 늘어나는 구조적 비용을 메우는 데 재정 지출이 집중되며 경제 여건이 빠르게 악화한 것이다.

영국 역시 위기에 빠졌다. 영국의 2024년 말 기준 재정적자는 GDP 대비 5.7%에 육박한다. 이는 유럽 28개 선진국 중 3번째, 전 세계 36개 선진국 중 5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정부 부채는 GDP 대비 94%에 달해 일본·그리스·이탈리아·프랑스·미국에 이어 6번째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에너지 위기 대응 과정에서 재정 지출이 폭증한 가운데, 관대한 기업·가계 지원책을 펼치며 막대한 빚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증세·지출 삭감 계획은 번번이 무산됐고, 결국 영국은 미래 충격에 대응할 재정 여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재정 위기가 가장 심각한 나라로 꼽힌다. 코로나19 팬데믹, 고령화로 인한 연금 부담, 사회 보장 지출 확대, 에너지 전환 비용, 우크라이나 전쟁발 에너지 위기 등 악재가 속속 누적되며 재정 적자는 이미 통제 불능 상태에 접어들었다. 재정 위기 해법으로 내놓은 긴축안은 오히려 정치적 불안을 증폭시켰고, 1년 동안 4차례 총리가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를 낳았다. 지속되는 불안 속 결국 글로벌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피치는 지난 9월 12일 프랑스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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