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테크] 학습 회복의 열쇠, 교원 네트워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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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확산의 핵심은 예산이 아니라 교원 네트워크의 구조 아이겐벡터 중심성은 영향의 중심을 찾아 자원을 효율적으로 쓰는 기준 협력망을 관리하는 습관이 교육 회복의 속도와 지속성을 결정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 세계 개발도상국에서는 여전히 열 살 아동의 70%가 짧은 문장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이 현실이 모든 교육정책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교육의 핵심은 예산 규모가 아니라 학습이 퍼지는 속도와 범위, 그리고 지식이 교원 간에 어떻게 공유되는가에 있다. 자금은 교원 간의 협력망을 통해 수업 방법과 노하우가 실제로 전달될 때 의미가 생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도 예외가 아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OECD 평균 학업성취도는 수학 15점, 읽기 10점이 하락했다. 국가나 교육 모델의 차이를 넘어선 공통된 하락이었다. 이는 교육체계 내부의 확산 구조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네트워크의 중심에 있는 교원은 새로운 교수법을 빠르게 확산시키지만, 주변에 위치한 교원은 그 흐름에서 쉽게 소외된다.

중심성이 바꾸는 교육의 우선순위
한정된 자원은 가장 큰 파급효과를 낼 수 있는 교원과 학교에 집중돼야 한다. 아이겐벡터 중심성(eigenvector centrality)은 이러한 결정을 뒷받침하는 분석 도구다. 이는 복잡한 수학식이 아니라, 실제 학교 네트워크에서 영향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구조적으로 보여주는 개념이다. 핵심 원리는 명확하다. 영향력 있는 사람과 연결된 사람은 더 큰 영향력을 가진다.
여러 동료와 활발히 협력하는 교원은 소수와만 교류하는 경우보다 새로운 교수법을 빠르게 확산시킨다. 연수 현장이나 교무실에서 경험이 많은 교원이 논의를 이끌고, 모범 사례를 공유하면서 학교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모습이 그 예다. 같은 원리는 학교 간 협력에도 적용된다. 중심에 있는 교원에게 지원을 집중하면 그 효과가 주변 학교로 확산된다. 학교 간 연결이 유지될수록 정책과 도구의 확산 속도도 높아진다.
중심성 기반 접근의 필요성
교과 리더가 자료를 일방적으로 배포하는 구조처럼 방향성이 명확한 네트워크에는, 방향성과 확률적 이동을 함께 반영하는 모델인 ‘페이지랭크(PageRank)’가 적합하다. 반면 수업 설계나 멘토링처럼 상호 협력이 이루어지는 환경에서는 기본적인 아이겐벡터 중심성이 더 정확하다.
2022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는 OECD 교육체제 전반에서 전례 없는 성적 하락을 보여줬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회복의 속도가 멈춰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전 세계적인 교원 부족이 겹치고 있다. 2030년까지 초중등 교육의 보편화를 이루려면 약 4,400만 명의 교원이 새로 필요하다. 단순히 인력을 늘리는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각 교원의 전문성과 경험이 최대한 넓게 확산되도록 체계를 설계해야 한다. 아이겐벡터 중심성은 어떤 교원과 학교가 영향의 중심에 서 있는지, 또 어떤 연결이 추가로 필요할지를 보여주며 회복의 속도를 높인다.

주: 노드 번호(X축), 수용 시점(Y축)/실제 수용 시점(색상 원), 고유벡터 중심성 값(테두리 원)
연구가 입증한 확산 효과
최근의 연구들은 얼마나 많은 사람과 연결돼 있느냐보다 누구와 연결돼 있느냐가 성과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단순히 관계의 수를 세는 것보다 네트워크 안에서의 위치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학생 협력 연구에서는 중심성이 높은 학생이 정보를 빠르게 흡수하고 다른 학생에게 전파했다. 온라인과 혼합형 수업에서도 중심 학습자와 연결된 학생들이 새로운 도구를 더 빨리 익히고 도움을 더 자주 구했으며,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가 누적됐다. 교원 협력 연구에서도 중심 교원이 도입한 수업 방식이 주변부보다 훨씬 빠르게 학교 전반으로 확산됐다. 학습의 효과는 피드백과 신뢰가 네트워크를 따라 흐르기 때문에 나타난다.

주: 확산 속도(X축), 시드 전략(Y축)/확산 비율(진한 빨강), 평균 확산 라운드 수(연한 빨강)
중심성을 활용할 때 유의할 점
중심성 분석은 개인의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관계 구조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이다. 교원의 역량이 뛰어나더라도 근무 환경이나 지역 여건 때문에 네트워크에서 고립될 수 있다.
분석 결과는 반드시 현장 검증이 필요하다. 모델이 특정 교원이나 학교를 중심으로 제시했다면, 실제로 그들이 새로운 교수법이나 자료를 먼저 도입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예측과 현실이 다르다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에 주요 회의나 온라인 협업 채널이 포함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그러나 중심성이 높은 집단 안에서만 자원이 순환하면 오히려 격차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접근법의 한계가 아니라 네트워크 설계의 문제다. 과목별 회의 일정을 조정하거나, 수업 연구 책임자를 주기적으로 교체해 팀 간 교류를 늘리는 방식이 효과적이다. 농촌 지역 교원의 대면 모임에는 이동 지원을 제공하고, 지역 간 협력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정책과 프로그램의 확산은 연결의 밀도에 비례한다. 탄탄한 구조는 단기 효과를 넘어 지속 가능한 변화를 낳는다.
회복력 있는 네트워크 구축
교원이 이동하거나 시간표가 바뀌고 새로운 도구가 도입되면 네트워크 구조도 달라진다. 이를 반영하려면 일정 주기마다 협력망을 갱신할 필요가 있다. 한 교원이 다른 학교로 옮기면 해당 연결을 다시 설정하고, 활동이 중단된 협의체는 운영을 재개해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 교원들은 네트워크 중심에 있을수록 새로운 자료와 지원을 더 빨리 받는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이런 인식이 정착되면 정책 도입의 부담이 줄고, 교원 자신도 변화의 출발점을 구조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이는 체계가 스스로 학습하는 단계로 발전하는 과정이다.
지속 가능한 회복을 위한 조건
교육체제의 위기는 이미 수치로 드러났지만, 방향을 바꾸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다. 관건은 교원 협력망을 교육의 핵심 인프라로 인식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지원은 넓게 흩어지기보다 영향력이 큰 지점에 집중돼야 한다. 협력 구조를 점검하고, 중심 교원에게 우선 지원을 제공하며, 연결망을 정기적으로 보완하고 확산 정도를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 교육체제는 점차 회복력을 갖춘 구조로 전환된다. 변화는 대규모 개혁이 아니라 실행과 점검의 습관에서 시작된다. 지금 이 과정을 정착시킨다면, 다음 위기에서도 교육체제는 스스로 대응할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From Search Engines to Schools: Eigenvector Centrality in Educat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