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첫 여성 총리 선출 확실시” 다카이치 내각, ‘경제’가 성패 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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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회, 각외협력 형태로 연정 참여 의원 감축·오사카 부수도 등 유신회 요구 사항 수용 전망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일본 첫 여성 총리에 오를 전망이다. 자민당과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가 연립 정권 수립에 사실상 합의하고, 다른 야당들이 분열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총리 선임 무산이라는 거대한 산은 넘게 됐지만, 유신회가 요구한 ‘의원 정수 감축’과 ‘부수도 구상’ 등 굵직한 정책적 조건들을 이행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여기에 외교 리스크와 경제 침체, 재정 악화라는 삼중고도 다카이치 총재를 기다리고 있다.
'자·공' 시대 가고 '자·유' 연립 정권
20일 닛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와 요시무라 히로후미 유신회 공동대표는 이날 연립정권 합의서에 서명한다. 다카이치 총재는 지난 4일 자민당 수장이 됐지만 총리 지명 선거에 필요한 안정적인 의석수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연립정권을 구성했던 공명당이 이탈한 가운데 입헌민주당·일본유신회·국민민주당 등 야3당이 협력하고 나서면서 총리 선임마저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이 같은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자민당은 야3당을 대상으로 추가 연정 확대에 나섰다. 정치 이념이 다른 입헌민주당과 최대 지지 기반인 렌고(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가 반대하는 국민민주당과는 초반에 협상이 결렬됐다. 반면 12개의 정책 조항을 내건 일본유신회와는 쟁점 협상을 상당 부분 마치며 연정으로 이어가게 됐다.
자민·유신회 연립정권 출범으로 21일 예정된 총리 지명선거에서 양당은 과반수(233석)에 2석 모자란 231석의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야당 협력이 무산된 상황이라 무소속 의원(6석)이나 보수 성향의 참정당(3석)이 협력해 준다면 결선투표 없이 1차에서 다카이치 총재가 무난히 총리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결선투표로 가더라도 다카이치 총재의 선출이 유력시된다. 지난해 여소야대 국면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도 결선투표를 거쳐 총리로 선출됐다.
큰 산 넘었지만 앞날은 안갯속
다만 다카이치 총재의 앞날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연립 정권을 이끌어내기 위해 내건 정책 합의 이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유신당의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다카이치 총재와의 회동에서 연립 합의의 절대 조건으로 '의원 정수 10% 감축'을 내세웠다. 중의원(하원)의 경우 50석, 참의원(상원)은 20석 정도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일본유신회를 연정에 끌어들이면서 자민당은 이들이 요구한 조항을 추진해야 할 책임도 지게 됐다. 기업·단체의 후원금 폐지와 함께 부수도 구상 등이 포함된다. 부수도는 수도인 도쿄에 집중된 상황을 시정해 백업 기능을 두는 것이다. 일부 중앙부처 등의 이전도 필요하다. 또 수도권과는 다른 경제권을 만들어 일본의 성장잠재력을 추가하는 것도 포함된다. 장소는 유신회의 발상지인 오사카가 유력하다.
외교적 파열음도 숙제로 남아 있다. 다카이치 총재는 작년과 올해 일본 패전일인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찾은 바 있다. 존중하는 마음으로 감사 혹은 애도의 뜻을 표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이 다카이치 총재 입장이었다. 야스쿠니신사에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도 합사돼 있는 만큼 애도 대상에는 이들도 포함돼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는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 총리로 취임하면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국내 언론들은 이를 두고 다카이치 총재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일본인이 마땅히 해야 할 행위라고 느끼는 듯하다고 평했다.
이는 최근 협력 기조를 이어온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일본의 우경화를 심화하는 요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한국은 물론 일본 내에서도 우려가 컸다. 다만 이를 의식한 듯 다카이치 총재는 최근 태도를 바꿔 "적절히 판단하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지금까지는 (다카이치 총재가) 보수층을 의식해 각료 재임 중에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다"며 "총리 지명 선거에서 총리 선출이 확실시되는 정세가 되면서 한국과 중국의 반발 등 외교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 국채금리 등 폭탄 산적
더 큰 과제는 경기침체 타개다. 전문가들은 다카이치 내각의 성패가 경제에서 판가름 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총재는 경제안보상 장관 경험을 바탕으로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처럼 재정확장, 금융완화 노선을 펼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회의론이 적지 않다. 아베 전 총리 취임 당시와 달리 일본의 재정과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금융완화는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국면에서 물가 상승 대책과 상충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카이치는 물가 상승 대책 재원으로 필요하면 적자 국채 발행도 불가피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는데, 재정 악화 우려는 국채 금리를 끌어올린다. 가와무라 사유리 일본종합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차기 정권이 재정 확대 노선을 취하면 영국 리즈 트러스 정부 때처럼 채권 금리가 폭등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적자 국채 발행을 용인하겠다는 다카이치의 발언이 나오자 일본 재무성 관계자는 “재정의 현실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우려된다”고 반응했다. IMF(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일본의 국가 부채는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250%에 달한다. 주요 선진국 중 단연 최고 수준이며 그리스가 재정 위기에 직면했던 2009년의 127%보다 훨씬 높다. 2026년 예산 기준으로 일본의 국채 이자 지불액만 13조 엔(약 12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는 일본 전체 예산의 10%를 웃도는 규모다. 다카이치 정권이 추가 국채를 발행하면 금리 급등과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단 얘기다.
내수 경기도 악화일로다. 지난해 일본의 개인파산 신청은 7만6,000건으로, 2012년(8만3,000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중채무 문제가 사회적 파문을 일으키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2003년 24만 건에 비하면 3분의 1 수준에 그치지만, 10여 년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개인파산 신청은 올해 들어서도 지난 6월까지의 누적(속보치)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8% 증가했다.
일본의 개인파산은 개정 대부업법이 전면 시행된 2010년 전후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개정 대부업법은 대출 한도를 총소득의 3분의 1 이하로 제한하는 ‘총량규제’를 도입해 무분별한 대출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임금상승률을 앞지르며 소액 소비자대출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후생노동성 월간 근로통계조사(종업원 5명 이상)에 따르면 일본의 실질임금은 2024회계연도까지 3년 연속 감소했다. 이에 따라 식료품 등 필수지출 부담이 커져 신용카드 리볼빙이나 소비자금융을 통한 일시적인 차입이 일반화하고 있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