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잡아라" HBM 기술력 제고에 박차 가하는 삼성전자·마이크론, 경쟁 구도 뒤집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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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로직 다이 수율 대폭 제고하며 경쟁력 끌어올려 효율 극대화하는 방식 채택한 마이크론, 핀당 속도 11Gps 달성 주장 HBM4 상용화 목전, SK하이닉스의 시대 저물까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의 경쟁이 눈에 띄게 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독주 체제 속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기업이 빠르게 기술 수준을 제고하며 시장 재편 흐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의 HBM4 경쟁력
2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에서 생산하고 있는 로직 다이 4㎚(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수율이 90%를 상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직 다이 수율이 90%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은 대량 양산에 돌입해도 될 만큼 기술이 안정됐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부에서 엔비디아와 AMD 등 고객사에 공급하기 위한 HBM4 샘플을 대량 생산 중인 가운데, 파운드리 사업부도 로직 다이 생산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안정적인 수율은 ‘맞춤형 HBM’ 시대 개화를 앞둔 현시점 상당히 고무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시장은 7세대 HBM(HBM4E)부터 고객사가 탑재하고자 하는 AI 반도체의 응용처에 최적화된 HBM을 개발하는 사업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선 로직 다이에 고객사가 원하는 형태의 회로를 설계하고, 다변화된 수요에 맞춰 이를 생산할 수 있는 파운드리 공정 역량이 중요하다. 자체적으로 첨단 파운드리 공정을 보유 중인 삼성전자에 상당히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향후 관건은 삼성전자가 HBM 제품의 발열 문제를 잡을 수 있을지다. 고성능 연산 능력이 요구되는 시설에서는 HBM 메모리를 초고집적으로 쌓아 효율을 높여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력 소비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칩 발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더 높은 집적도와 성능 구현을 위해 활용되는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의 경우 열이 방출될 공간이 감소해 발열 문제 해결 난이도가 한층 올라간다. 현재 삼성전자는 하이브리드 본딩 상용화 경험이 상대적으로 늦어 아직 혼합 공정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이크론, 핀당 속도에 '자신감'
대표적 경쟁사인 마이크론의 기술 발전 속도 역시 변수다. 최근 마이크론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준하는 HBM4 핀당 속도(동작 속도)를 구현했다고 발표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HBM 후발주자로 꼽히는 마이크론의 HBM4 핀당 속도가 8Gbps(초당 기가비트)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를 훌쩍 뛰어넘는 11Gbps의 핀당 속도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마이크론은 설계 변경을 통해 핀당 속도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I/O(입출력) 인터페이스의 신호 품질을 강화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마이크론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진행된 2025 회계연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HBM의 I/O(신호 입출력) 회로를 칩 내부(베이스 다이)에 '더 똑똑하고 강하게' 넣었다고 밝힌 바 있다. 로직의 속도를 올리기보다 신호 품질을 극단적으로 높여 같은 주파수에서 나타나는 BER(비트에러율)을 낮췄다는 주장이다.
칩 내부의 시간 맞춤과 보정 기능도 강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온도·전압 변화에 따라 데이터와 클럭을 자동으로 재정렬하는 미세 트레이닝을 채널 단위로 적용, 링크 안정성을 끌어올리고 운영 구간에서의 오차 허용 폭을 넓혀 체감 처리량을 지키는 방식이다. 이 같은 과정이 선행되면 로직 다이 트랜지스터의 절대적인 속도가 빨라지지는 않지만, 연결된 D램 어레이(배열)의 신호 전파 지연이 짧아지고 부하가 적어지게 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마이크론의 주장이 아직까진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장 관계자는 "마이크론의 베이스 다이 이슈는 1~2달 만에 개선될 만한 사안이 아니다"며 "(실적 발표에서는) 일부 스펙이 잘 나온 샘플 기준으로 이야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시장 점유율 순위 재구성될 수 있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의 HBM 추격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곳곳에서는 HBM4 이후 SK하이닉스가 주도하던 시장이 '3강 체제'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62%로 1위, 마이크론이 21%로 2위, 삼성전자가 17%로 3위였다.
관련 업계는 삼성전자가 내년 엔비디아의 HBM4 공급망에서 마이크론을 제치고 점유율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상반기 물량은 SK하이닉스가 독점할 가능성이 높지만, 하반기부터는 경쟁 구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 HBM4 물량 점유율이 내년 상반기 100%에서 하반기 60%로 떨어지고, 동시에 삼성전자가 최대 30%, 마이크론이 10~15%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할 수 있을지는 향후 엔비디아의 HBM4 성능 평가(퀄 테스트) 결과에 달렸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내년 상반기 HBM4 물량을 놓고 상당 부분 협상을 끝낸 상태"라며 "SK하이닉스는 커스터머(CS) 샘플을 가장 먼저 제출한 만큼, HBM4 퀄 테스트 인증 완료도 연말에 완료될 가능성이 높아 상반기까지는 독점 체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잇따라 공급망에 진입하면서 구도가 완전히 뒤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