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확대 속 성장세까지 꺾인 오픈AI, 저가 요금제로 ‘구독자 락인’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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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저가 요금제 확대 누적 적자 11조원 부담 이용자 이탈 속 방어 국면

오픈AI가 신흥국을 중심으로 월 5달러(약 6,300원) 상당의 저가 요금제를 내놓으며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표면적으로는 이용자 접근성을 넓히려는 시장 확대 전략이지만, 실상은 누적된 적자와 둔화된 성장세 속에서 현금흐름을 방어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잠재 구독자 많은 신흥 시장 공략
19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오픈AI의 저가 요금제 ‘챗GPT 고(go)’는 최근 태국,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네팔, 파키스탄,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 16개국에도 추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파키스탄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현지 통화 결제가 가능하며, 나머지 국가는 5달러 수준으로 미국 달러 결제를 지원한다.
오픈AI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챗GPT 고는 저렴한 가격으로 챗GPT의 주요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라며 “향후 점진적으로 모든 국가에 해당 요금제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챗GPT 고는 챗GPT 무료 버전 대비 응답 처리 한도, 이미지 생성 횟수, 파일 업로드 횟수, 데이터 분석 횟수 등이 더 높고 메모리 용량도 2배 많다.
AI업계에서는 오픈AI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가성비 요금제를 내놨다고 분석하고 있다. 선진국 대비 소득 수준이 낮은 신흥국에서는 비용 부담 때문에 챗GPT 유료 구독자가 좀처럼 늘지 않자, 구독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5달러짜리 요금제를 출시했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AI 경쟁이 치열해지는 환경에서 빠르게 유료 구독자를 확보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구독자를 플랫폼에 묶어두는 락인(lock-in)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다. 실제 챗GPT 고 출시 이후 인도 사용자가 증가하자, 챗GPT 주간 활성 사용자도 8월 기준 7억 명에서 지난달 8억 명까지 늘었다.
오픈AI 적자 11조원 육박
현재 오픈AI는 기업가치가 5,000억 달러(약 700조원)에 육박하지만, AI 인프라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여전히 적자를 기록 중이다. 오픈AI는 올해 상반기 43억 달러(약 6조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지난해 전체 매출을 16% 넘어섰으나, 연구개발(R&D)과 운영 비용 등으로 78억 달러(약 11조원)를 지출해 상당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엔 챗GPT 등 제품 운영을 위한 엔비디아 서버 임대 비용 25억 달러(약 3조5,000억원)가 포함되는데, 이 비용이 지난해 대비 2배가량 늘었다. 또한 현금 지출은 아니지만, 상반기 주식 기반 보상에만 25억 달러를 지출했다. 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2배에 달하는 수치로, 치열해진 인재 시장 경쟁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픈AI는 연간 130억 달러(약 18조원) 매출에 85억 달러(약 12조원)의 현금 소모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됐다. 오픈AI는 2030년까지 연간 매출 2,000억 달러(약 280조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올해부터 2030년 말까지 서버 비용만 누적 4,500억 달러(약 633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오픈AI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 조달을 잇달아 추진 중으로,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1,000억 달러의 투자를 받기로 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용자 수 증가 둔화, 이용 시간도 22% 감소
이런 상황 속 성장세도 주춤하다. 앱 분석 플랫폼 앱토피아(Apptopia)에 따르면, 챗GPT 모바일 앱의 신규 다운로드 증가율은 최근 뚜렷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글로벌 월간 다운로드 증가율은 전월 대비 8.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단순 누적 설치 수는 여전히 수백만 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 속도는 확실히 꺾인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일간활성이용자(DAU)당 평균 이용 시간이 7월 이후 22.5% 줄었고, 사용자 1인당 평균 세션 수도 20.7% 감소했다. 구글 ‘제미나이’ 등 경쟁사의 급성장과 GPT-5 모델 특성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오픈AI는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GPT-5를 내놨지만, 오히려 성과 과장 논란으로 망신살만 샀다. 앞서 케빈 웨일 오픈AI 부사장은 19일 소셜미디어(SNS)에 “GPT-5가 수십 년간 풀리지 않았던 ‘에르되시 문제(Erdős problems)’ 10개를 해결했다”고 발표했지만, 수학자 토머스 블룸은 “극적인 오해”라며 반박했다. 블룸은 자신이 관리하는 웹사이트에서 ‘미해결(open)’로 표시된 항목은 단지 본인이 논문을 확인하지 못했을 뿐이라며 “GPT-5가 새로운 해법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기존 논문을 찾아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르되시 문제는 헝가리 수학자 폴 에르되시가 제시한 조합론·수론 분야의 미해결 과제로, 일부는 수십 년간 해답이 나오지 않은 난제다.
논란은 빠르게 확산됐다. 얀 르쿤 메타 수석 AI 과학자는 “스스로 만든 환상에 취했다”고 비판했고,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도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이에 세바스티앙 부벡 오픈AI 연구원이 “문헌에 존재하는 해법만 찾았다”고 인정하면서 GPT-5의 ‘과학적 발견’ 주장은 사실상 해프닝으로 끝났다.
앞서 GPT-5 발표 과정에서도 잡음이 이어졌다. 지난 8월 초 진행된 공개 방송에서 GPT-5의 성능을 보여주려던 비교 차트가 실제 수치와 비례하지 않게 제작돼 논란이 일었다. 일부 막대그래프가 실제 수치보다 과장돼 표시된 탓에 ‘차트 조작’ 비판이 쏟아졌고, 샘 올트먼 CEO가 직접 나서 해명했다. 그는 “늦은 밤까지 작업하던 직원의 단순 실수”라고 설명했지만, 성과 부풀리기 의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연이은 실책과 논란 속에 오픈AI는 ‘금단의 선택’을 꺼내 들었다. 샘 올트먼 CEO는 오는 12월부터 성인 인증을 마친 사용자에 한해 ‘에로티카(성애물)’ 콘텐츠 생성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성인 사용자는 성인답게 대우해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와 정신건강의 균형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했다. 이 조치는 둔화된 성장세를 되살리기 위한 일종의 ‘이용자 락인(lock-in)’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전 필터와 검열 규제가 이용자 불만으로 이어지자, 오픈AI가 그 수요를 공식 서비스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실제로 해외 커뮤니티에서는 이미 검열 회피용 프롬프트가 공유되고, 일부 이용자는 캐릭터AI나 그록(Grok) 등 대체 챗봇으로 옮겨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