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과 3자 통화 스와프 추진하는 中, 트럼프 압박에 맞서며 '위안화 국제화' 속도
입력
수정
中, 韓·日과 3자 통화 스와프 가능성 논의 중 트럼프發 고율 관세 위기 속 금융 안정 꾀했나 준기축통화국 日, 中 요청에 응할지 주목

중국이 한국, 일본과 3자 통화 스와프 체결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3국이 나란히 수출에 타격을 입은 가운데, 통화 스와프를 통해 동아시아 지역 내 금융 협력을 도모하는 양상이다. 시장은 준기축통화국인 일본의 협력 여부 등 3국을 둘러싼 각종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동아시아 3국 경제 협력 현실화할까
2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최근 한국, 일본과 3자 통화 스와프 가능성에 대해 논의 중이다. 중국인민은행(PBOC) 판공성 총재가 지난주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례 회의와 별도로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와 일본은행 우에다 가즈오 총재와 함께 이 문제를 언급했다는 전언이다.
한국은 이미 양국과 모두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상태다. 한중 통화스와프는 2002년 20억 달러(약 2조8,600억원) 규모로 처음 체결된 이후 2005년 40억 달러(약 5조7,200억원), 2008년 300억 달러(약 42조9,200억원), 2011년 560억 달러(약 80조1,200억원)로 점차 확대됐다. 2017년에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갈등으로 합의 과정에서 난항이 빚어졌으나 같은 규모로 3년 연장됐다. 이후 지난 2020년 양국은 기존 560억 달러에서 590억 달러(약 70조원)로 규모를 확대하고, 계약 기간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려 통화 스와프를 연장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이달 만료됐다.
한일 통화 스와프는 지난 2023년 달러 스와프 형식으로 체결됐다. 일반적인 통화 스와프는 해당국 통화를 직접 교환하지만 ‘달러 스와프’는 달러를 매개로 진행된다. 만약 한국이 원화를 빌려줄 경우 일본은 달러를 제공하고, 일본이 엔화를 빌려줄 경우 한국은 달러를 제공하는 식이다. 엔화 가치 평가 절하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이 환율 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일종의 보험을 마련한 셈이다. 일본이 한국에 엔화를 빌려주고 달러를 받게 된다면 일본 내 달러 공급이 많아지고 엔화 공급이 줄며 엔-달러 환율 상승세가 제어될 수 있다.
中이 통화 스와프 카드 꺼낸 이유는?
중국이 단순 한국과 통화 스와프를 다시 체결하는 것을 넘어 일본에도 손을 뻗은 것은 위안화 해외 사용 확대를 도모해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지난달 말 기준 이미 32개국 중앙은행과 통화 스와프를 맺은 상태로, 총규모는 4조5,000억 위안(약 904조4,550억원)에 달한다. 세계 곳곳에서 위안화의 존재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 역시 유사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 국제금융 전문가는 "미국의 고율 관세로 한·중·일 모두 수출에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내 금융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며 "특히 달러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통화를 사용한 결제를 확대하며 위안화 국제화를 추진하는 중국의 전략과도 맞아떨어진다"고 짚었다.
다만 한국-중국-일본 통화 협정이 어떤 형태로 성립될지, 그리고 2000년 5월 동남아시아 10개국을 포함해 체결된 다자간 통화 스와프 협정 '치앙마이 이니셔티브'에 해당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논의는 다가오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및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화 스와프의 근본적 장벽
준기축통화국인 일본이 선뜻 중국의 통화 스와프 체결 요청에 응할지도 주목된다. 자국 통화의 국제 영향력이 큰 국가의 경우 굳이 스와프를 통해 신용을 확장할 필요가 없다. 그만큼 스와프 체결 대상과 조건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같은 경향은 최근 미국이 한국의 통화 스와프 체결 요청에 난색을 표한 사례를 살펴보면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한국과 미국은 지난 7월 구두 합의를 통해 미국이 한국에 부과한 관세율을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 달러(약 약 497조원) 규모 대미 투자 등의 조치를 이행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해 왔다. 다만 이 같은 무역 합의 내용은 아직까지 문서화되지 못했다. 현금으로 투자를 단행하기에는 한국의 외환 보유액이 여유롭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1조8,697억 달러(약 2,608조4,200억원), 외환보유액은 4,156억 달러(약 579조8,000억원)로 GDP 대비 외환보유액 비율이 22.2%에 불과하다. 이는 여타 아시아 주요국 대비 눈에 띄게 낮은 수준이다.
이에 한국 측에서는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대미 투자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했다. 반면 미국은 당초 일본과의 합의 사례를 예로 들며 ‘투자 백지수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양국 간 견해차가 상당히 큰 셈이다. 해당 사안과 관련해 지난 16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통화 스와프 관련 논의는) 별로 진전이 없다"며 "통화 스와프는 우리가 제안했고 미국이 이를 검토했지만, 미국 측에서 수용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통화 스와프가 성사되더라도 이는 '필요조건'일 뿐, 다른 '충분조건'이 있어야 한다"며, 재무부를 통한 통화 스와프에 큰 의미를 두거나 기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