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에 번지는 'AI 거품론', 수익 모델 없는 투자 경쟁에 위험 신호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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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AI 투자 광풍에 시장 조정 가능성 경고 JP모건 CEO “AI 주식 이미 버블 영역 진입해” 오픈AI·앤트로픽·xAI 등에 막대한 자금 집중

최근 인공지능(AI) 투자 열풍이 과열 조짐을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최고경영자(CEO)가 AI 주식이 이미 버블 영역에 진입했다고 경고한 데 이어, 국제통화기금(IMF)도 AI 대형주의 집중과 기술주 급락 가능성을 우려하고 나섰다. 특히 오픈AI와 일부 스타트업으로 쏠린 과도한 투자와 수익성 부진이 2000년대 초반 발생한 닷컴 버블을 떠올리게 하면서 투자자 사이에서는 시장 조정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IMF "AI 대형주에 대한 시총 집중 과도"
21일(이하 현지시각)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최근 AI 낙관론이 극단으로 치달으면서 월가의 불안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 다이먼 CEO는 이달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자산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AI 주식이 버블 영역에 진입했다”며 “가격이 오르면 결국 조정이 불가피한데 이는 곧 손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발표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설문에서도 응답자들은 AI 주식 버블을 세계 최대의 위험으로 꼽았다. 조사에 참여한 200여 명의 펀드매니저는 평균 현금 보유율이 3.8%로 떨어졌다고 답했는데, 이는 위험 선호가 극단으로 높을 때 관측되는 수준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AI는 투자와 활용 모두 ‘3회 초’ 정도에 있다”고 반박했지만, 이번에는 IMF가 AI 거품론에 가세했다. IMF는 지난 14일 발표한 세계금융안정보고서에서 "AI 대형주의 시가총액 집중도가 과도하다"며 “기술주의 수익이 높은 가치를 정당화하지 못하면 급격하고 날카로운 조정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높은 부채 수준과 주요국 금융정책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술주가 급격한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경우 세계 경제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AI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단기적으로는 시장을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AI 기업 매출로는 컴퓨팅 성능 확보 어려워
AI 거품론은 이미 연초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4분기 들어 그 내용이 달라졌다. 올해 중반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중심이었으나, 최근에는 수천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오픈AI, xAI, 앤스로픽 등 일부 AI 스타트업에 자금이 몰리는 것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결국 이들 소수 기업의 수요를 맞추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일부 스타트업과 클라우드 공급 업체의 투자 상황이 증시 전체를 이끌어간다는 사실에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현재 미국 증시를 이끄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주식이 예상 이익치의 약 23배에 거래된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10년간 평균인 18.7배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로, 거품으로 여겨지는 수준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앤서니 사글림베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 수석 시장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설비투자 지출에 대한 일부 발표에 회의적일 것"이라며 "설비투자에 쓰이는 돈과 그 투자에 대한 회수에 대해 점점 더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특히 AI 산업은 막대한 투자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가 실제 수익 창출 능력을 넘어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AI 기업들이 컴퓨팅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연간 총 2조 달러(약 3,840조원)의 매출이 필요하지만, 실제 매출은 8,000억 달러(1,140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된다. 저명한 헤지펀드 매니저인 데이비드 아인혼 그린라이트 캐피털 창립자는 "지금 AI 투자에서 거론되는 수치들은 너무나 극단적이어서 이해하기 정말 어렵다"며 "0%는 아니지만, 이번 사이클을 통해 엄청난 자본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경고했다.
오픈AI, 투자 대비 수익률 10%도 안 돼
이러한 논란의 중심에 있는 건 오픈AI다. 지난 19일 크리스 데넬리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보고서에서 “오픈AI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과 체결한 파트너십에 따라 총 26기가와트(GW) 상당의 연산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오는 2030년까지 최소 1조3,000억 달러(약 1,850조원)의 자본지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이보다 더 과감한 계획을 내놨다. 디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올트먼 CEO는 내부적으로 오는 2033년까지 250GW 규모의 컴퓨팅 파워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경우 자본지출은 최대 12조5,000억 달러(1경7,750조원)로 불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막대한 투자에 비해 오픈AI의 수익이 턱없이 적다는 점이다. 씨티그룹은 오픈AI의 매출이 2030년까지 1,630억 달러(약 233조원)에 그칠 것으로 예측했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셈이다. AI의 수익성을 확보할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 같은 논쟁의 불을 붙인 건 MIT대학이 발간한 '생성형 AI의 격차: 2025년 기업 AI 현황'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다. 26쪽 분량의 이 보고서는 “기업들이 최대 300억~400억 달러(약 42조~56조원)를 생성형 AI에 투자했지만, 이들 중 95%는 전혀 수익을 얻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분석 대상 산업 9개 유형 중 의미 있는 혁신이 나타난 건 기술과 미디어 분야뿐이었다.
보고서는 AI가 기업의 생산성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한 핵심 원인으로 학습 부진을 꼽았다. 한 중견 제조업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연구진과의 인터뷰에서 “AI 도입으로 일부 계약을 더 빠르게 처리하게 된 것이 전부”라고 혹평했다. 기업이 처한 업무 환경의 특수성을 반영해 맞춤형으로 학습하고 적응·진화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대다수 AI가 사람의 언어 정보를 학습하는데, 설계도 작업이 필요한 제조업체가 AI를 업무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매번 정보 재가공 및 학습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에 대해 보고서는 “사용자들은 간단한 작업의 경우 챗GPT를 선호하지만, AI의 기억력이 부족한 탓에 핵심 업무에서는 이를 포기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