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에도 中 부동산 가격 낙폭 확대, ‘소득기대’ 둔화 속 침체 지속
입력
수정
9월 전월 대비 0.4% 하락 70개 도시 중 63곳 가격 '뚝' 소비 위축·경제 성장 발목

중국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심화하고 있다. 9월 신규 주택 가격이 11개월 만에 최대폭으로 하락하는 등 정부의 연이은 부양책에도 시장 회복의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에 대한 ‘소득기대’가 급격히 둔화된 가운데, 인구 감소와 공급 과잉이 겹치며 수요 기반이 붕괴하는 양상이다.
9월 中 주택가격 낙폭 확대
22일 중국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70개 주요 도시의 신규 주택 가격은 전월 대비 0.41% 하락해 11개월 만에 최대폭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8월 기록한 0.3% 하락보다 큰 낙폭이다. 구체적으로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의 신축 주택 판매가격이 전월 대비 0.3% 하락해, 하락 폭이 지난달보다 0.2%포인트 확대됐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각각 0.2%, 0.3% 상승했으나 광저우와 선전은 각각 0.6%, 1.0%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기존주택(재판매) 가격도 0.64% 하락했는데 이 역시 최근 1년 중 가장 큰 낙폭이다. 1선 도시의 기존주택 판매 가격은 1.0% 하락했고, 2선·3선 도시는 각각 0.7%, 0.6% 떨어졌다. 일반 주택 가격만 하락한 게 아니다. 같은 기간 부동산 개발투자도 전년 동기 대비 13.9% 급감했다. 신축주택 판매면적과 판매액도 같은 기간 각각 5.5%, 7.9% 줄었다.

"아무리 돈 벌어도 집 못 산다"
이를 두고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지난해 9월 중국이 내놓은 대대적 금융완화 패키지정책(9·24 정책) 이후 핵심 가계자산 중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간 반면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면치 못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9·24 정책은 지급준비율(RRR)을 인하하고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10%포인트 끌어올리는 등 통화·부동산·자본시장 전반을 아우르는 부양책이었다.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성분지수는 이 같은 정책에 호응해 지난해 9월 저점 대비 각각 43.66%, 62.02% 급등하며 부동산 시장과 대조를 이뤘다.
부동산 시장의 경우 9·24 정책 발표 뒤 한때 상승세를 보였으나 올해 4월부터 다시 하락세에 진입했다. 이에 당국은 부동산 시장을 겨냥한 별도 조치를 지속적으로 내놨다. 베이징과 상하이는 소득세를 일정 기준 이상 기간 낸 가구의 경우 도시 외곽지역 주택 구매 제한 수량을 풀었고, 텐진시는 기존 주택 구매 시 주택공적금 인출을 통해 계약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중앙정부 역시 팔을 걷어붙였다. 국무원은 도시 재개발과 연계한 노후 주택 재건축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는 계속되고 있다.
각종 부양책에도 부동산 시장만 침체를 면치 못하는 것은 소득기대 둔화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미 소득 증가 속도가 떨어져 미래의 집값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국민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다. 기대소득이 낮더라도 한국처럼 토지 부족, 인허가 지연, 재건축 규제 등 원인이 있다면 '소득은 오르지 않더라도 집은 더 귀해진다'는 심리가 형성돼 '사자'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아 부동산 시장이 실제 구매력에 민감히 반응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증시로는 뭉칫돈이 쏠리고 있다. 증시는 '딥시크' 등장을 계기로 인공지능(AI) 혁신이 새로운 주가상승 동력이 되며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어서다.
인구 감소·과잉 공급에 시장 회복 먹구름
중국 부동산 시장이 직면한 또 다른 위기 요인은 급속한 인구 감소다. 골드만삭스는 인구 감소에 따라 중국 도시 지역의 신규 주택 수요가 향후 수년간 연간 500만 호 미만으로 억제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7년 정점이었던 2,000만 호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골드만삭스는 인구 감소가 2020년대에는 매년 50만 호의 주택수요 감소를 초래하고, 2030년대에는 연간 140만 호라는 더 큰 수요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관측했다.
분석가들은 중국 부동산 산업이 향후 10년간 건설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이동하는 산업 구조 전환을 맞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NZ리서치의 싱자오펑(Zhaopeng Xing) 수석 전략가는 중국의 주택 건설량이 2035년까지 추가로 30% 감소해 총 5억8,000만㎡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대신 신규 수요의 50% 이상이 기존 주택의 리모델링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 부문이 중국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비중도 지속적으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4년째 이어지는 부동산 침체는 이미 중국 경제 전반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중국 3분기 GDP 성장률은 부동산 시장 침체와 내수 부진 등의 영향으로 4.8%에 그쳤다. 이는 1분기(5.4%)와 2분기(5.2%)보다 낮은 수치로, 연간 목표치(5%)에도 미달한다. 켈빈 램 팬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재고가 합리적인 수준으로 줄어드는 2027년 전까지는 주택가격 회복은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