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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 패가망신’ 현실화, 적발 체계 고도화가 개혁 성패 가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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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8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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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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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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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다면적입니다. 내공이 쌓인다는 것은 다면성을 두루 볼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하고, 하루하루 내공을 쌓고 있습니다. 쌓아놓은 내공을 여러분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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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감시 체계, '계좌기반'서 '개인기반'으로
과징금 부과기준 상향·허위공시 제재 강화
불공정거래 부당이득 적발 시 최소 전액 토해내야

이재명 정부가 불공정거래와 허위 공시 등에 대해 엄단을 예고한 가운데, 보다 강화된 자본시장법과 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이 이뤄졌다.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 실천방안’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관건은 실효성이다. 진화하는 주가조작 수법을 따라잡을 수 있느냐가 정부의 시장개혁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개정안 즉시 시행, 최소환수 기준안 상향

22일 금융위원회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자본시장조사 업무규정 개정안을 국무회의와 금융위 의결을 거쳐 확정했다고 밝혔다. 우선 현행 계좌 기반의 감시체계가 개인 기반으로 전환된다. 그동안은 개인정보 활용 문제 때문에 계좌 중심으로 시장 감시가 이뤄져 통정매매 등 동일인 연계 파악이 어려웠다. 하지만 이달 28일부터는 거래소가 증권사로부터 가명 처리된 정보를 받아 개인의 여러 계좌를 활용한 거래 파악이 가능해진다. 이번 개편으로 감시대상이 39% 감소하고 감시효율성은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금융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불공정거래 과징금 부과 기준은 당장 22일부터 대폭 상향됐다. 먼저 3대 불공정행위(미공개중요정보이용·시세조종·부정거래) 과징금은 현행 부당이득 0.5~2배에서 1~2배로, 시장질서 교란행위는 0.5~1.5배에서 1~1.5배로 하한이 상향됐다. 최소 '부당이익' 액수 이상의 과징금을 부과해 주가조작범이 불법으로 거둔 수익은 철저히 환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불법공매도도 불공정거래와 연관이 있거나 위반 행위를 은폐한 경우 주문금액 전액을 기본과징금으로 산정할 수 있게 됐으며, 공시 위반 기본과징금도 법정최고액의 20~100%에서 40~100%로 상향된다. 불공정거래 적발 시 금융투자상품 거래·임원선임 제한 명령도 과징금 등 금전 제재와 병과할 수 있도록 개선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불공정거래를 더욱 신속하게 탐지하고 엄단할 수 있어 공정한 시장 질서 확립과 투자자 보호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인 선행매매·대형 작전세력 등 활개

이번 개정안은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시대를 열겠다”며 밝힌 대선 공약이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주가 조작을 패가망신으로 경고하며 불공정 행위에 대한 엄단 의지를 거듭 피력해 왔다. 이 대통령은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을 주제로 한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도 "주가조작을 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며 "주가조작해서 이익 본 것만이 아니라 투입 원금까지 싹 몰수하라고 했다. 이미 그 제도가 있는데 잔인해서 안 한다고 하길래 제가 다 하라고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패가망신 1호 사건'도 발표됐다. 주가 근절 합동대응단이 장기간 시세조종을 통해 4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겨온 대형 작전세력을 적발한 것이다. 작전세력에는 슈퍼리치와 자산운용사 임원, 금융회사 지점장 등 금융 전문가들이 조직적으로 시세를 조종하며 부당이득을 챙긴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일 거래량이 적은 종목을 타킷으로 법인 자금과 대출금을 통해 1,000억원이 넘는 자금으로 시세조종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에는 전현직 기자들이 취재 중 알게 된 기업 내부 정보로 이득을 챙긴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르거나 특정 종목에 대한 호재성 기사를 써주고 수백만원씩 받은 혐의로 언론사가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해당 혐의는 '기자 선행매매' 수사 과정에서 포착됐다. 금감원은 문제의 상장사들과 기자를 연결한 홍보대행사가 금품 수수 과정에 개입했는지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적발 건수 매해 감소, 솜방망이 처벌에 재범률도 높아

주가조작이 국내 증시를 좀먹는 행위로 잘 알려져 있었음에도 근절이 되지 않은 것은 작전 세력의 수법이 진화하면서 적발이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당국의 주가 조작 적발건수는 매해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가 불공정거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금융위에 통보한 건수는 △2019년 120건 △2020년 112건 △2021년 109건 △2022년 105건 △2023년 99건 △2024년 98건으로 줄었다. 올해 8월까지 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이상거래 심리를 통해 금융위에 통보한 불공정거래 혐의통보 건수 역시 총 56건이었다. 지난 8개월 동안 불공정거래 혐의 통보 실적이 지난해 연간(98건) 대비 57%에 불과하다. 올해 연간 통보 건수도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이런 추세에 대해 예전에 비해 불공정거래 수법이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불공정거래의 경우, 시세조종만 하거나 미공개정보이용만 하는 등 형태가 단순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형태의 불공정거래가 한 번에 이뤄지는 등 규모가 커지고 복잡해진 측면이 있다”며 “그래서 심리에서 혐의통보까지 이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담당 인력은 한정적인데, 수법이 복잡해지다 보니 빠른 시간 안에 여러 건을 적출해 내긴 어려운 환경이다. 현재 거래소 시장감시본부 직원은 120여 명으로, 지난 7월 말 신속심리부가 신설됐지만 본부 내에서 인원 조정만 있었고 많은 인원의 확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솜방망이 처벌도 주가조작 근절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실제로 그간 수백억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거둬도 형사처벌만 있고 과징금 등 경제적 제재가 없었다. 이 때문에 '크게 한탕하고 감옥을 다녀오는 것이 남는 장사'라는 말까지 나도는 실정이다. 이런 인식으로 인해 재범률도 높다. 금융위에 따르면 증권시장 3대 불공정거래도 처벌받은 이들의 23%가 재범 이상의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시세조종과 미공개정보 이용, 부정거래 등 3대 불공정거래에 과징금 제도가 도입됐지만 첫 부과는 1년 9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졌다”며 “투명하고 공정한 자본시장을 기반으로 ‘코스피 5000’ 목표를 이루려면 금융당국이 점점 교묘해지는 불공정거래 행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관건은 데이터 기반 적발 시스템을 얼마나 정교하게 갖추느냐다. 이상 징후를 데이터로 감지하고 즉시 분석할 수 있어야 지속 가능한 정책 집행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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