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막힌 신세계, 스타필드 유동화 ‘시험 무대’로 고양점 먼저 띄운다
입력
수정
재무 유연성 확보 나선 신세계그룹 하남 스타필드 대신 고양점으로 선회 리츠 전환을 통해 유동성 확보 시도

신세계그룹이 스타필드 하남점 유동화를 미루고, 후순위로 계획돼 있던 스타필드 고양점 유동화를 앞당겨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하남점 리캡(자본재구조화) 이후 일정이 늦춰지면서, 후순위로 분류됐던 고양점이 앞당겨진 것으로, 유동화 방식은 당초 검토하던 일반 기업공개(IPO)가 아닌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상장 방향으로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자금이 자산 앞지른 프라퍼티, 고양점 유동화 협의 진행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의 자산 개발 핵심인 신세계프라퍼티와 출자자 국민연금(약 50%, 우선주 형태)은 스타필드 고양의 자산 유동화 방안을 두고 초기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프라퍼티는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하며 디벨로퍼(부동산 시행사)로서의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수익과 현금창출력 이상으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2024년 기준 총차입금은 1조6,868억원으로, 이는 전년(1조3,296억원) 대비 26.9% 증가한 수치다. 같은 해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은 1조4,222억원으로 차입금이 이를 18.6%를 초과했다. 즉 벌어들이는 현금보다 나가는 자금이 더 많다는 의미다.
이에 신세계와 국민연금 측은 투자 초기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회수 전략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IPO와 SPC법인 지분 매각(셰어딜), 실물자산 매각(에셋딜) 등이 논의되는 등 여러 가능성이 검토됐으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계획은 없는 상태다. 초기 논의에서는 부동산 특화 구조인 리츠 상장이 일반 기업 IPO보다 현실적이라는 판단도 일부에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시장에서는 우선 순위였던 기업 IPO 가능성이 낮게 평가되고 있다. 일반 제조·소비재 기업과 달리, 부동산 자산을 보유·운영하는 법인의 경우 밸류에이션 산정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실제 부동산 개발·운영 법인이 일반 기업 형태로 상장한 사례는 드물다. 광주신세계가 성공사례로 거론되지만, 시장 상황과 자산 특성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한 IB 관계자는 "현재 리츠 시장은 제도적 인센티브가 커진 상태라, 기업 상장보다 리츠 구조가 오히려 실질 밸류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세계그룹이 리츠 전환을 현실적 대안으로 보는 배경에는 세제 감면과 배당 안정성이 있다. 리츠는 부동산 수익의 90% 이상을 배당하면 법인세가 면제된다. 펀드와 달리 감가상각분까지 배당에 반영할 수 있어, 세후 배당수익률이 일반 부동산펀드 대비 높게 나타난다.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리츠 전환은 재투자 명분을 세우기 용이하다. 기존 펀드 비히클에서 리츠 비히클로 자산을 옮기는 과정에서 투자 기간을 연장할 수 있고, 배당수익률이 높아지는 만큼 내부 수익률(IRR)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시장 상황 악화에 하남 스타필드 유동화 밀려
당초 시장에서는 신세계그룹 스타필드 자산 유동화 순서를 하남-고양-안성-수원 순으로 예상했었다. 하지만 신세계프라퍼티의 차입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유동성 마련과 자산 개발 계획이 지연되면서 1호 스타필드인 하남 스타필드를 담은 리츠 출범도 뒤로 미뤄졌다. 신세계프라퍼티는 대규모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리츠를 추진해 왔고, 이를 위해 2023년 12월 신세계프라퍼티투자운용을 설립, '신세계스타리츠' 상장 상장 계획을 세웠다. 올해 상반기 내 상장이 목표였지만, 그간 이어진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 영향 등으로 일정이 밀렸다.
다만 신세계 측은 핵심 자산으로 꼽히는 하남 스타필드 유동화와 리츠 상장 계획에는 변합이 없다는 입장이다. 단지 보다 유리한 조건과 시장 상황에서 유동화를 마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하남 유동화는 지난해 하반기 리캡과 배당으로 급한 불을 끈 상태로, 터브먼과의 협의는 시장 회복을 지켜보며 재개하기로 했다. IB업계에 따르면 현재 기관 투자자로부터 자금 모집 후 공모 전환 또는 직상장 등이 하남 유동화 방안으로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이번 스타필드 고양점 유동화는 신세계그룹 리츠 전략 전환 여부를 가늠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시장이 회복된다면, 하남을 포함한 전체 스타필드 포트폴리오가 단계적으로 리츠 구조로 편입될 공산이 크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주요 복합몰의 지분 구조를 유사한 형태로 설계해 왔다. 각 점포별로 국민연금, KT&G, 터브먼, 블랙스톤 등이 참여해 자본을 조달했다. 그만큼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묶여 순차 유동화가 전제된 구조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세계가 리츠 형태로 스타필드 자산을 돌리면 향후 수원, 안성 등 후속 프로젝트에도 동일한 구조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임대보증금 유동화 상품도 검토
비핵심 자산 매각 및 자산 유동화를 진행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지난 6월 부동산 자산이 없는 스타벅스코리아도 임대보증금을 토대로 한 유동화 상품 개발을 검토한 바 있다. 임대인에게 맡겨둔 임대보증금을 담보로 한 유동화 상품으로, 전세보증금 담보대출과 유사한 개념이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임대보증금은 10년 전인 2015년 1,961억원 수준이었지만 추가 출점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지난해 기준 5,000억원에 육박한 상태다.
부동산업계에서는 이 같은 검토안이 나올 수 있는 배경엔 스타벅스커피코리아가 ‘모두가 모시고 싶어 한’ 우량 임차인이었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으로 봤다. 실제 건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임차인으로 스타벅스 모시기 경쟁이 심해지면서 건물을 아예 스타벅스 요구에 맞게 신축해서 임차를 맞추는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져 왔다. 한 부동산 시행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우량 임차인이기 때문에 유동화 방안을 사전에 요구했다면 동의해 줬을 임대인도 여럿 있었을 것”이라면서 “다른 임차인이라면 어려웠겠지만 스타벅스에 대한 브랜드 파워에 따라 가능도 했을 방안”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대보증금을 토대로 한 유동화 방안은 임대인 협조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 스타벅스 출점 속도가 둔화하면서 임대보증금 증가 추이도 둔화하고 있다는 점 등의 현실적인 문제가 산적해 현실 가능성은 적다는 게 시장 평가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국내 매장 증가율은 초창기에 30%를 기록한 이래로 두 자릿수대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해 왔지만 2019년(9%대)부터 성장세가 둔화했다. 지난해 스타벅스커피코리아의 전년 대비 점포 증가율은 6.1%에 그쳤다.
여기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선제적으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을 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매장 임대인으로부터 받은 임대보증금을 유동화했는데도 문제가 생겼다. 돌려받을 보증금을 근간으로 하는 유동화는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비슷한 금융상품인 전세보증금 담보대출을 생각해 보면 이에 동의해 주는 임대인(집주인)은 많지 않을 텐데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