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국민연금 동시 압박 직면한 LG화학, 단기 부양보다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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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물적분할 강행 이후 주가 내리막 석유화학 부진 속 신성장동력 상실 주주가치 제고 '이중 과제' 해결 촉각

LG그룹을 지탱하는 한 축인 LG화학이 국내외 투자자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국민연금은 LG화학을 비공개 중점관리대상기업에 등재했고,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운용사인 팰리서캐피탈(Palliser Capital)은 '심각한 저평가'를 거론하며 공세에 나섰다. 기업 가치가 수년째 하락하고 있지만 전략적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투자자들이 문제를 삼고 나선 것이다.
국민연금, LG화학 '비공개 중점관리'
2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민연금공단은 LG화학을 비공개 중점관리대상기업에 등재했다. 국민연금은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제3편)에 따라 중점관리사안에 대한 수탁자 책임활동(비공개대화, 비공개·공개중점관리기업 선정, 공개서한, 주주제안 등)을 실시한다. 국민연금은 '중점관리기업'에 등재하기에 앞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고 비공개대화 대상기업을 선정하는데, 비공개 대화로도 회사의 중점관리사안이 해결되지 않으면 약 1년 후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한다. 이후 선정연도 말까지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공개'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해 주주제안 등 적극적 활동에 나선다.
국민연금이 LG화학을 중점관리기업으로 등재한 배경으론 LG에너지솔루션 분할 이후에도 기업가치가 계속 떨어지면서 마땅한 제고 방안을 내놓지 못했단 점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LG화학과 LG엔솔은 코리안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쪼개기 상장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LG화학은 2022년 1월 27일 코스피 시장에 LG엔솔을 분할 상장했다. 이 과정에서 LG화학 주주에게 별도의 분할된 주식이 배분되지 않아 LG화학 주가 하락과 소액주주 피해 논란이 있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때 100만원을 돌파했고 분할 상장 이전에도 60~70만원대에 거래되던 LG화학 주식은 급격히 떨어졌고, 2022년 3월에는 47만2,00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이 같은 하락세는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는 추세다.
여기엔 화학 산업 부진이 이어진 요인도 있지만, 지분 약 80%를 보유한 LG엔솔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돼 왔다. 더욱이 국내 시장에서 ‘지주사 할인’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분위기가 짙다고 해도, LG화학의 시가총액(약 28조원)은 LG엔솔(약 110조원)의 지분 가치(약 90조원)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주요 지주사들이 평균적으로 50% 수준의 할인율을 감내하고 있는 반면, LG화학은 70%를 웃도는 평가절하를 받고 있는 셈이다. 중복 상장에 대한 디스카운트 요인도 분명 작용하지만 과도한 저평가 구간에 머물고 있단 분석도 충분히 가능하다.
"저평가 심각" 英 행동주의 펀드도 경고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자 가장 발빠르게 나선 주체는 역시 행동주의펀드였다. 과거 삼성물산과 SK스퀘어 등 대기업군을 중심으로 공세에 나선 바 있는 영국계 행동주의펀드 운용사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의 약 1% 지분을 보유했다고 밝히며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내놓을 것을 제안했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기업가치가 심각한 저평가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팰리서캐피털은 “LG화학 주식이 순자산가치(NAV) 대비 74% 할인된 주가에 거래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69조원 규모의 가치 격차가 존재한다”며 “이는 한국 대기업 가운데 가장 저조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주식 저평가의 이유로는 업황 부진에 시달리는 석유화학 업종을 기준으로 주가가 형성돼 있는 점을 들었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물적분할돼 상장한 LG엔솔에 대한 지분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지적했다.
이에 팰리서캐피털은 자사주 매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심각한 수준인 주가 할인율을 기반으로 자사주 매입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가치 증진 효과와 더불어 최고 수준의 수익률을 달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기적으로는 LG엔솔 지분을 팔아 현금화하고 이 재원으로 자사주 매입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적절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 신뢰를 회복할 수 있고, 매도 물량을 하루 거래량의 5~10% 이내로 관리하면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핵심 사업 중심의 효율화 필요
팰리서캐피탈의 자사주 매입 주장은 일견 타당한 측면이 있다는 평가다. LG화학은 과거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동종 화학사들과 차별화된 평가를 받았다. 범용 나프타분해제품(NCC) 중심의 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과 달리, LG화학은 ABS·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이 높았고, 이차전지 소재 사업이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LG엔솔이 물적분할돼 상장되면서 이 같은 구조가 흔들렸다. 배터리 부문의 성장성과 시장 프리미엄이 빠져나간 반면, 원재료 가격 변동에 취약한 석유화학 부문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 회계상 LG엔솔의 실적은 연결로 반영되지만, LG화학은 사실상 ‘배터리 기업의 모회사’가 아니라 ‘전통 화학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LG화학이 행동주의펀드의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LG화학의 현재 재무적 처지와 업황을 감안하더라도 주주환원에 나설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 최근 LG화학이 택한 행보만 봐도 현재의 최우선 과제가 유동성 확보임을 알 수 있다. LG화학은 최근 LG엔솔 지분 일부를 담보로 2조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 거래를 추진했다. 핵심 자산인 LG엔솔 지분을 담보로 써야 할 만큼 유동성이 빠듯한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이 지분을 주주환원에 활용할 여력이 없다고 보는 게 현실적이란 분석이다.
공격적인 자본 재편에 대한 경영진의 방어적 태도도 변수다. 당장 LG화학의 경영진은 팰리서의 제안에 대해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경청하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팰리서가 제안한 이사회 개편, 자사주 매입 등은 경영권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라는 인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현물 자사주 매입은 LG엔솔에 대한 모회사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경영진이 적극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이런 가운데 시장 일각에서는 LG화학이 비주력 사업을 매각하고, 핵심 역량이 집중된 알짜 사업군을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단기적 주가 부양을 위한 자사주 매입은 일시적 유동성 방어 수단일 뿐, 근본적인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석유화학 업황의 침체와 원재료 가격 변동성이 장기화되는 국면에서 LG화학이 선택해야 할 전략은 공격적 자본정책이 아니라 영업 효율화와 현금 흐름의 구조적 개선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즉각적인 주가 부양보다 사업 체질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는 장기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