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이스라엘을 AI 혁신 기지로, 북·남부 센터 신설·확장 이전
입력
수정
남부 베르셰바 R&D 센터 기존 대비 3배 확대 북부 지역에는 대규모 테크 캠퍼스 신설 계획 런에이아이 등 현지 유망 스타트업 적극 인수

엔비디아가 연구개발(R&D)의 핵심 기지인 이스라엘을 차세대 인공지능(AI)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연이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초대형 테크 캠퍼스 신설을 공식화한 데 이어, 최근에는 남부 베르셰바의 R&D 센터를 기존의 세 배 규모로 확장하고 수백 명의 인력을 새로 채용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지 AI 스타트업과 데이터센터 솔루션 기업 인수를 통해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 "남부 기술 생태계 성장 견인할 것"
27일(현지시각)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전날 이스라엘 남부 도시 베르셰바에 위치한 R&D 센터를 대규모로 확장 이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AI 모델 훈련에 필수적인 차세대 프로세서와 네트워킹 칩 개발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엔비디아는 베르셰바를 AI 혁신 거점으로 재편해 남부 네게브 지역의 기술 생태계 성장을 견인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이를 위해 엔비디아는 현재 1,000㎡ 규모로 운영 중인 베르셰바 R&D 센터를 인근 신축 부지로 이전하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AI 네트워킹 기술 등을 담당한 인력 수백 명을 추가로 채용할 계획이다. 신축 센터는 베르셰바 가브얌 하이테크 파크 내에 들어서며, 면적은 약 3,000㎡로 기존 시설의 세 배 규모다. 엔비디아는 2026년 상반기 말까지 신규 센터를 완전 가동 상태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새 둥지가 될 가브얌 하이테크는 최근 이스라엘 남부의 혁신 거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지역은 이스라엘 최대 R&D 인프라를 갖춘 벤구리온대학교 인근에 위치해 있어, 우수한 인력 확보와 산학 협력이 가능하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MS), 델, 윅스(Wix) 등 글로벌 빅테크를 비롯해 라파엘 어드밴스드 디펜스 시스템즈, 엘빗 시스템즈 등 이스라엘 주요 방위산업체의 R&D 시설이 이곳에 밀집해 있다.

북부 캠퍼스 신설로 5,000명 이상 고용 효과
엔비디아의 이스라엘 투자는 비단 남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번 발표에 앞서 엔비디아는 지난 7월 이스라엘 북부 지역에 대규모 테크 캠퍼스 신설 계획을 공개하며,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초대형 프로젝트를 예고했다. 이 같은 행보는 이스라엘 북부와 남부를 양축으로 삼아 R&D 역량을 균형 있게 확장하려는 엔비디아의 전략적 구상으로 풀이된다. 현재 엔비디아는 지크론 야코브, 하이파, 이즈르엘 밸리 지역을 중심으로 최대 18만㎡ 규모의 캠퍼스를 지을 수 있는 30에이커 규모의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대규모 투자 이전에도 엔비디아에 있어 이스라엘은 이미 미국 본사를 제외한 최대 규모의 R&D 기지였다. 엔비디아는 북부 요크네암에서부터 텔아비브·예루살렘·라아나나 등 중부 지역을 거쳐 남부 베르셰바에 이르기까지 이스라엘 전역에 총 7개의 R&D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스라엘 내 고용 인원만 5,000명이 넘는다. 엔비디아의 기술 네트워크에서 이스라엘 R&D 센터가 차지하는 위상도 독보적이다. 현재 대규모 AI 모델 훈련에 필수적인 최첨단 하이엔드 프로세서와 네트워킹 칩 상당수가 바로 이곳에서 개발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R&D뿐 아니라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서도 이스라엘 기술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흡수해 왔다. 지난해 12월에는 AI 워크로드 관리 스타트업 런에이아이(Run:ai)를 약 7억 달러(약 1조원)에 인수해 AI 학습과 클러스터 자원의 효율을 최적화하기 위한 포석을 마련했다. 앞서 2020년에는 전 세계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고속 네트워킹 솔루션 기업 멜라녹스 테크놀로지스를 70억 달러(약 10조원)라는 거액에 인수하며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기술을 통합했다. 이는 이스라엘 M&A 역사상 최대 규모의 빅딜로 기록됐다.
이스라엘 AI 생태계, 세계 최상위 경쟁력 갖춰
이스라엘의 AI 생태계는 학계와 산업계 간 긴밀한 협력 구조와 높은 인재 집적도를 기반으로 세계 최상위권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이스라엘 전체 노동력의 1% 이상이 AI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군 복무 중 고급 기술을 습득한 인재들이 대학 연구소와 학계와 스타트업, 다국적 기업 R&D 센터 등으로 진출해 혁신의 선순환을 이끌고 있다. 정부의 강력한 국가 AI 전략과 투자는 500개가 넘는 글로벌 R&D 센터와 수천 개의 AI 스타트업에 집적돼 산업 간 융합과 R&D 혁신을 이끌고 있다.
이 같은 생태계를 바탕으로 최근에는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스라엘 스타트업까지 등장했다. 그 주인공은 최근 새로운 데이터센터 프로세스를 공개한 코그니파이버(CogniFiber)다. 이 회사가 개발한 딥라이트(DeepLight)는 멀티코어 광섬유를 활용해 빛의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신개념 프로세서로, 기존 칩 대비 에너지 사용량을 약 1% 수준으로 줄이면서 AI 추론 처리 속도를 최대 1,000배까지 높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의 효율성에서 착안해 개발된 딥라이트 프로세서는 빛의 속도를 활용하는 혁신적인 광섬유 컴퓨팅 시스템으로, 초기 시연(POC)을 통해 최첨단 프로세서를 능가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그니파이버의 공동 창업자이자 뇌 연구자인 에얄 코헨박사는 “1세대 프로세서가 완성돼 초기 제품이 세계 시장에 진출함에 따른 마케팅 및 판매 노력에 집중할 것"이라며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프로세서가 확장 가능한 포토닉 컴퓨팅의 약속을 실현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