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CXMT부터 화웨이·YMTC까지" 정부 등에 업고 HBM 굴기 나선 中 기업들, 韓과 격차 좁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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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메모리 기업 CXMT, 화웨이에 HBM3 샘플 공급 본격화 화웨이·YMTC 등도 자체 HBM 개발에 박차 SK하이닉스·삼성전자, 중장기적 패권 위협 직면

중국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내 존재감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 메모리업계의 대표 주자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는 물론, 중국 IT 산업의 중추인 화웨이와 최대 낸드플래시 제조 기업 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등이 줄줄이 HBM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면서다. 이들 기업이 중국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기술 약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기존 시장 강자인 한국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CXMT 'HBM3 양산' 목전
27일(현지시간) 대만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 등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CXMT는 최근 화웨이에 4세대 HBM인 HBM3 샘플 공급에 착수했다. 그간 저사양·범용 반도체에 집중하던 후발 주자 CXMT로서는 괄목할 만한 기술적 진일보를 이뤄낸 셈이다. 해당 제품은 16나노미터(㎚·1㎚=10억분의 1m) 기반 공정으로 제작됐으며, 대량 양산은 이르면 올해 말에서 내년 초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CXMT의 HBM3 공급은 HBM 재고 부족에 시달리던 중국 기술 업계에 단비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 정부는 중국이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요한 SK하이닉스나 삼성전자, 마이크론의 HBM 제품을 수입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HBM은 기술 진입 장벽 및 해외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품인 만큼,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장기간 AI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겪어 왔다. 만약 CXMT가 HBM3 대량 양산에 성공하며 중국 내에서 자체 HBM 공급망이 마련될 경우, 미국의 수출 규제로 인한 압박이 눈에 띄게 줄어들게 된다.
CXMT는 향후 2027년까지 5세대 규격인 HBM3E를 상용화해 중국 고객사에 제공하는 계획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현재 엔비디아 최신 AI 반도체에 탑재되는 부품이다. 이와 관련해 IT 전문지 WCCF테크는 “CXMT는 이를 위해 충분한 D램 생산 능력을 갖춰냈다”며 “(CXMT의 HBM3E 생산은) 중국이 자체적으로 HBM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中 기업들, 줄줄이 HBM 시장 뛰어들어
자체 HBM 제조에 힘을 쏟는 중국 기업은 비단 CXMT뿐만이 아니다. 일례로 지난달 화웨이는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인 AI 반도체 '어센드 950PR'에 자체 개발한 HBM ‘HiBL 1.0'을 탑재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화웨이의 발표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128기가바이트(GB) 용량을 갖췄으며, 최대 1.6초당 테라바이트(TB/s)의 대역폭을 제공한다. 이는 스펙상 삼성과 SK하이닉스가 내놓은 5세대 HBM3E 12단(1.2TB/s)을 웃도는 수치다.
그러나 업계는 HiBL 1.0의 실제 성능이 HBM3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까지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보다 한두 세대 뒤처진 수준의 기술을 구현해 왔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이 AI 반도체를 넘어 이를 뒷받침할 HBM 제품까지 독자적으로 출시했다는 점 자체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이 '칩은 있는데 메모리가 없는' 병목 구조를 스스로 해소하며 자국 AI 생태계 자립 속도를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제조기업 YMTC 역시 HBM까지 사업을 확장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HBM 생산을 위해 D램을 쌓아 올리는 첨단 패키징 기술 '실리콘 관통 전극(TSV, 칩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상·하단 칩을 전극으로 연결하고 적층해 고용량·고대역폭을 구현하는 기술)' 확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YMTC가 앞서 HBM 개발을 시작한 CXMT와 협력해 기술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장 패권 쥔 韓, 中 추격 영향은
중국 메모리 기업들이 급속도로 기술을 발전시키고, 최전선인 HBM 시장까지 뛰어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의 공격적 지원이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3기 국가집적회로산업투자펀드(ICF·빅펀드)를 조성해 반도체 산업에 3,440억 위안(약 69조4,900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2014년 1기(1,387억 위안), 2022년 2기(2,041억 위안) 대비 눈에 띄게 불어난 규모다. 해당 자금은 대부분이 메모리, AI 반도체 분야에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약진은 현재 HBM 시장 패권을 쥔 한국에 잠재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전 세계 HBM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 SK하이닉스 62%, 마이크론 21%, 삼성전자 17% 순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합산 점유율은 79%에 육박한다. 사실상 HBM 10개 중 8개를 국내 기업이 생산 중인 셈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말 HBM4가 출시되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시장 지배력이 한층 공고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경쟁국들에 비해 부실한 정부 지원을 받고 있으며, 내수 수요보다는 아닌 수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미국, 중국 등과 격차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속되는 무역 갈등에 따라 미·중 정부는 자국 HBM 경쟁력 강화에 집중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한국도 민간의 노력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