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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으로 조선 시장 싹쓸이한 중국, 한국은 벌크선 버리고 ‘전략선’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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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year 7 mont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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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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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꼭 알아야 할 소식을 전합니다. 빠르게 전하되, 그 전에 천천히 읽겠습니다. 핵심만을 파고들되, 그 전에 넓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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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인건비·금융지원이 만든 격차
LNG 운반선 등 수주량 일부 회복세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구조 전환 시급

중국 조선업이 역대급 호황을 맞았다. 요구되는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벌크선(화물선) 부문에서 독주 체제를 구축하면서다. 그간 글로벌 조선 산업은 한국과 일본, 중국의 3강 체제가 오랜 시간 이어져 왔지만, 중국이 인건비 경쟁에서 앞선 데다 정부 차원의 막대한 금융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한국과 일본이 상대하기 어려운 구도가 만들어졌다. 일본이 일찌감치 기술력 중심의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방향을 튼 가운데, 한국 역시 단기 물량 경쟁보다 기술 중심 산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벌크선 위주 단기 물량 경쟁 구도

28일 영국 해운 전문 조사기관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이달 기준 글로벌 컨테이너선 수주 잔량은 1,000만 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중국 조선사가 74.0%(749만TEU)를 차지했고, 한국 조선사는 20.2%(204만TEU)에 그쳤다. 전 세계 컨테이너선 발주량의 4분의 3을 중국이 가져간 셈이다. 과거 운항 중인 선박 기준에서는 한국의 비중이 50%를 넘었지만, 최근 수주 흐름이 완전히 뒤집히며 조선산업 주도권이 중국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중국 조선업의 분전에는 자국 정부의 금융·보조금 지원이 주효했다. 중국은 국영 해운사인 COSCO를 중심으로 노후 선박 교체와 친환경 신조 발주를 장려하며 저금리 대출과 세제 혜택을 병행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또 선박 전용 금융을 마련해 해운사와 조선소 간 물량을 내부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높였다. 이는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지원 여력이 제한적인 탓에 대형 프로젝트를 장기 저리로 수주하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과 대비되면서 양국의 격차를 키웠다.

일본은 이미 2000년대 초반 벌크선 경쟁을 포기하고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으로 전환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범용선 시장에 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중국은 정부 차원의 산업 육성 모델을 통해 이미 규모의 경제를 완성했다”며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단기 물량보다 기술력 중심의 체질 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처럼 범용선 시장에서 과감히 손을 떼고, 액화천연가스(LNG)·방산·친환경 추진선 등 고부가가치 분야로 이동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중 갈등 ‘일시적’ 반사이익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 조선업의 시장 장악이 미국의 견제 속에서 이뤄졌단 점이다. 중국은 2010년대 이후 세계 컨테이너선 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독주하고 있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상황이 복잡해졌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2월 중국산 선박 또는 중국 선사를 이용하는 해운사에 대해 입항 시 최대 150만 달러(약 21억5,700만원)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규제를 예고했고, 4월에는 이를 공식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달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되는 해당 조치는 중국 조선·해운업계를 직접 겨냥한 제재로, 글로벌 해운사들이 위험 회피 차원에서 발주처를 다변화하도록 만들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한국 조선업계에 예상치 못한 반사이익을 가져왔다. 특히 3,000TEU급 이하 중소형 피더선 분야에서는 발주가 중국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HD현대미포조선은 오세아니아 선사로부터 1억5,000만 달러(약 2,200억원) 규모의 컨테이너선 3척을 수주했으며, 앞서 4월에도 2,800TEU급 10척과 1,800TEU급 6척을 확보했다. 피더선은 대형 항만에 기항하지 못하는 지역을 연결하는 선박으로, 선령 20년 이상 노후선 교체 수요가 겹치면서 시장이 확대되는 중이다. 

LNG 운반선 부문에서는 한국의 기술 우위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올해 8월까지 발주된 세계 LNG 운반선 16척 가운데 14척(88%)은 한국이 수주했고, 중국은 단 한 척도 확보하지 못했다. 나머지 2척은 미국이 수주했으나, 실질적으로는 한화오션 자회사인 한화쉬핑이 미국 현지 법인을 통해 발주한 물량이어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사실상 100%에 달한다. LNG 운반선은 척당 단가가 평균 2억5,000만 달러(약 3,600억원)에 달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중국은 여전히 생산 경험과 기술 완성도 면에서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 

원유 운반선과 탱커 시장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대한조선은 지난 9월에만 15만7,000DWT(재화중량톤수) 수에즈막스급 원유 운반선 8척을 수주했고, 삼성중공업도 같은 규모의 선박 2척을 오세아니아 선주로부터 따냈다. 한 달간 발주된 10척을 전부 한국이 확보한 셈이다. 이러한 실적은 단기적으로 한국 조선업의 경쟁력 회복을 기대하게 했지만, 전문가들은 “미국의 정책 변수에 따른 일시적 반사이익일 뿐”이란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중국의 물량 공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체질 개선이 필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목소리다. 

기술·방산 중심 중장기 전략 필요

업계에서도 LNG 운반선과 방산 함정이 한국 조선의 생존 카드가 될 것이라는 데 관측이 일치했다. 이 같은 전략의 핵심은 이 두 영역이 중국과의 가격 경쟁을 피하면서 한국이 기술력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분야라는 점이다. LNG 운반선은 영하 163도 극저온 상태의 액화가스를 장거리로 안전하게 실어 나르기 위해 화물창 단열·기밀 구조, 및 고압 배관과 재액화 시스템, 환경 규제 대응형 추진계통까지 패키지로 설계돼야 한다. 여기에 대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선 조선소의 품질 신뢰도까지 증명해야 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수주를 가져갈 수 없는 시장으로 꼽힌다. 

LNG 운반선 쏠림은 미국발 프로젝트와도 직결된다. 최근 미국 내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오는 2028년까지 LNG 수출 능력을 두 배 가까이 확대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루이지애나와 걸프만 인근 액화 설비 증설에 맞춰 운반선 발주 수요를 늘리고 있다. 한동안 끊겼던 북미 선주의 발주가 한화오션 계열의 계약 성사로 물꼬를 튼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국 안보·에너지 공급망 이슈를 이유로 해상 물류 인프라를 점점 동맹 중심으로 재편하는 미국의 움직임과 ‘동맹 인프라 파트너’ 역할을 자처한 한국의 이해관계가 적절히 맞아떨어진 셈이다. 

방산 함정은 조선업 재편의 군사 영역 확장판이다. 한국 조선소들은 이미 우리 해군에 다층 미사일 방어, 대잠전(ASW), 장거리 타격 능력을 결합한 차세대 호위함·구축함을 양산·개량해 온 경험을 갖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달 ‘장영실함’으로 명명된 KSS-III 배치-II 첫 함정을 진수했는데, 해당 함정은 공기불요추진(AIP)과 장거리 순항타격 능력 같은 고난도 요소가 집약된 ‘한국 독자 설계형 전략 잠수함’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캐나다 해군 등 해외 해군을 겨냥한 마케팅까지 가시화된 상황이다.

한국 조선이 중장기 지속가능성을 위해선 대량생산 중심의 저가 선종에서 벗어나 전략·에너지·안보 인프라 선종을 장악하는 게 필수라는 진단 또한 이러한 현실에 근거를 둔다. 원유 운반선이나 컨테이너선처럼 중국과 가격으로 맞부딪히는 시장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반면, LNG 운반선이나 방산 함정은 설계 단계부터 한국의 독자적 기술력을 반영할 수 있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에너지 안보·국방력·공급망 안정성을 동시에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로도 기능한다. 일각에서 “앞으로 조선업은 제조업이 아니라 전략산업으로 분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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