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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여파에 무너지는 車 생태계” 3분기에만 2.4조원 날린 현대차, 부품사도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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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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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며 공정하고 균형 있는 시각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꾸준한 추적과 철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사실만을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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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판매 신기록에도 순익 급감
25% 고율관세에 많이 팔수록 손해
100대 車 부품 상장사 실적도 '뚝'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및 공장 전경/사진=현대자동차

미국발 고율관세의 역풍이 현대차·기아의 3분기 실적을 짓눌렀다. 미국 시장에서 판매 신기록을 세우고도 순이익은 오히려 급감하면서다. 매출이 늘수록 손실이 커지는 역수익 구조 속에서 완성차뿐 아니라 100대 부품 상장사 실적까지 동반 추락했다. 고율관세가 한국 자동차 산업 기반 전체를 흔드는 요인으로 작동하는 양상이다.

현대자동차·기아 영업익, 30.6%·23.5% 감소

2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 3분기 매출 45조3,484억원, 영업익 2조5,742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대비 매출은 5.64%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28.11% 감소한 수치다. 당기순이익도 20.83% 감소한 2조538억원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매출 27조8,7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11% 증가하지만, 영업이익은 2조2,200억원으로 22.95%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당기순이익은 1조9,414억원으로 14.40%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대차·기아 3분기 합산 매출액은 72조4,479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영업이익은 5조81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4%나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타2 GDI 엔진 리콜 품질 비용 1조3,602억원을 반영했던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적다. 양사 합산 예상 매출은 작년 3분기 대비 약 3조원 증가, 그러나 예상 영업이익은 약 1조4,000억원 감소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기아의 3분기 관세 손실이 최대 2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2분기(약 1조6,000억원)보다 약 1.7배 많은 수치다.

현대차·기아의 실적 악화는 미국의 관세 영향이다. 지금까지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에 차량을 판매할 때 관세를 지급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가격은 저렴하게, 수익성은 높게 거둬올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4월부터 대미 수출 차량에 25% 관세를 부담하기 시작하면서 많이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됐다.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에서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15%로 완화하기로 합의했지만 후속 조치가 지연되면서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하는 자동차는 여전히 25% 관세를 물고 있다. 이는 15% 관세율을 적용받는 일본 토요타, 독일 폭스바겐 등 주요 글로벌 경쟁사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은 이미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매듭지으면서 자국 자동차에 대한 대미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췄다.

갈길 먼 관세 타결, 4분기도 25% 온전히 영향 전망

4분기 전망도 흐리다. 3,500억 달러(약 500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둘러싼 관세 협상에서 미국과 여전히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어서다. 당초 지난주까지만 해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협상 타결 기대감이 컸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달 16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러트닉 장관과 약 2시간 회담을 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집중하기 위해 APEC 이전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목표로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상무 장관은 "향후 10일 내 가시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인 입장을 내비친 바 있다. 김 실장 역시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며 "APEC 계기로 협상 타결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고 밝혔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도 24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에게 "타결에 매우 가깝다"며 "그들이 (타결할) 준비가 된다면, 나는 준비됐다"고 발언하며 한국 측의 정치적 결단을 압박했다.

그러나 며칠 만에 양국이 협상 상황에 대해 견해차를 드러내면서 다시 장기전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최근 각료급 협상에서 미국은 8년간 매년 250억 달러씩, 총 2,000억 달러(약 287조원)를 현금으로 투자하라는 입장인 반면, 한국은 연간 150억~200억 달러 수준, 10년 이상 장기 투자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국가안보실에서는 단기간 내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이란 입장이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은 27일 서울 프레스센터 외신 간담회에서 "현재 진행 상황을 볼 때 이번에 바로 (협상이) 타결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이번 회담을 목표로 관세 협상을 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율이 현행 25%로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이 부담해야 할 연간 비용이 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토요타(6조2,000억원)·GM(7조원)·폭스바겐(4조6,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이 경우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9.7%에서 올해 6.3%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한정된 현지 재고 물량으로 대응하는 전략은 한계가 있다. 3분기를 기점으로 매년 쌓이는 ‘조 단위’ 관세 비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지 생산을 확대하는 것도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만큼 한미 양측이 조속히 합의점을 찾아 무역협상을 매듭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협상 난관에 부품업계도 '패닉'

고율 관세 영향은 완성차 기업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를 수렁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이 현대모비스를 제외한 100대 상장 자동차 부품사를 전수조사한 결과, 올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1조494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1,687억원) 대비 10.2% 감소했다. 특히 1차 협력사(9.2%)보다 2차 협력사(23.7%)의 감소폭이 두 배 이상 컸다. 3분기부터는 관세 영향이 온전히 실적에 반영되는 데다 관세 인상 전 선(先)수출 효과도 없는 만큼 실적 하락폭은 훨씬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작년 미국 자동차 부품 수출액은 82억2,200만 달러(약 11조7,000억원)로, 여기에 관세 25%를 적용하면 부품업계가 내야 할 연간 관세 비용만 20억5,550만 달러(약 2조9,000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대부분 부품사들은 적자 가능성이 높아졌다. 경기 안산에서 엔진 점화 부품을 제작하는 A사는 매출의 25%에 이르는 600억원어치 부품을 미국에 수출한하는데, 여기에 붙는 관세 150억원은 지난해 영업이익(140억원)보다 많다. 도어트림을 만드는 B부품사 대표는 “관세 여파로 미국 수출을 줄이면 매출이 감소해 수익성은 더 나빠진다”며 “해외 완성차 업체는 원자잿값 상승분을 납품가에 반영해 주는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 대상이 아닌 만큼 원자잿값이 뛰면 휘청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미국 관세로 앞으로도 수익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해 법정관리를 선택한 기업도 늘고 있다. 전북 김제에 있는 자동차 알루미늄 휠 제조사 알룩스는 지난 5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1차 협력사인 알룩스는 지난해 매출(630억원)이 10년 전(292억원)보다 두 배로 늘었을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지만, 작년에만 제조원가가 전년보다 15.5%(65억원) 높아지면서 영업이익이 51억원에서 3억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연 5~7% 금리로 끌어온 단기차입금 235억원의 이자를 대느라 지난해 53억원 순손실을 냈다.

마찬가지로 25% 관세가 부과 중인 타이어업계도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감소율을 면치 못했다. 한국타이어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059억원으로 전년보다 13.7%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광주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생산이 급감한 금호타이어는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30% 넘게 줄어든 952억원에 그친 것으로 전망됐다. 미국에 공장이 없는 넥센타이어도 관세 부담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22.8% 감소한 404억원에 불과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관세에 더해 통상임금 확대 적용 등 인건비 부담도 수익성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며 “완성차 기업들 상황이 향후 더욱 어려워지면 한국 자동차 산업 전체가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협회 회장은 “31일 개막하는 경주 APEC 정상회의 전 타결될 것으로 기대한 관세협상이 늦어지면서 자동차업계에 고난의 시기가 더 길어지고 있다”며 “자동차 생태계가 무너지면 철강, 기계, 석유화학 등으로 불똥이 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세제 혜택 등 각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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