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소비자도, MZ세대도 떠났다" 실적 꺾인 명품 기업들, 활로 모색에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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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VMH, 케링 등 주요 명품 기업 실적 줄줄이 악화 성장 견인하던 中 소비자 대거 이탈, MZ세대 명품 소비도 줄어 가격·타깃층 조절부터 디자인 차별화까지, 업계의 생존 전략

고가 명품 시장이 눈에 띄게 둔화하는 추세다. 핵심 고객층이었던 중국 소비자들이 경기 침체와 애국 소비 트렌드의 영향으로 대거 이탈한 가운데, 글로벌 소비자들의 성향 변화까지 본격화하며 성장세가 꺾인 것이다. 이에 명품 브랜드들은 △대체 시장 모색 △제품 가격 인하 △제품 희소성 강화 등 추가 성장 동력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명품 외면하는 中 소비자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프랑스의 명품 기업 LVMH는 올 3분기 유기적(자체 사업) 매출 증가율이 1%에 그쳤다고 밝혔다. LVMH의 핵심 사업인 패션·가죽 제품 부문 매출이 2% 줄며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간 결과다. 구찌, 생로랑 등을 보유한 프랑스 명품 그룹 케링의 올 상반기 순이익 역시 4억7,400만유로(약 7,600억원)로 전년 동기(8억7,800만 유로) 대비 46%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매출도 16% 줄어든 76억 유로(약 12조1,000억원)에 그쳤다.
주요 명품 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악화하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중국 소비자가 견인해 오던 글로벌 명품 시장의 두 자릿수 성장 시대가 사실상 끝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국 경제의 구조적 둔화와 '궈차오(国潮·자국 브랜드 선호 및 국가적 자부심)'라는 강력한 문화적 변화가 맞물리면서 시장의 지형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중국 산업계에서는 토종 브랜드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중국판 자라'로 불리는 어번리비보는 해외 진출을 확대 중이며, '황금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라우푸골드는 올해 주가가 214% 급등했다. 라우푸골드의 고객 77%는 루이뷔통, 에르메스, 까르띠에 등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핵심 구매층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장품 시장 역시 판도가 바뀌는 추세다. 시장 조사 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2025년 중국 내 현지 화장품 브랜드의 점유율이 처음으로 외국 브랜드를 넘어 50.4%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MZ세대發 소비 트렌드 변화
시장 일각에서는 단순 중국을 넘어 전 세계의 명품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에 대한 가치관이 변화하며 명품 브랜드들의 입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실제 최근 젊은 소비자들은 브랜드 네임보다 경험, 의미, 지속 가능성 등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을 보인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을 접하며 획일적인 명품 소비 패턴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들은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중시하며, 남들과 똑같은 브랜드를 소유하는 것을 오히려 개성의 부족으로 여기기도 한다. 같은 돈을 쓰더라도 명품보다 자기계발, 여행, 빈티지와 중고 시장 등에 투자하는 쪽이 더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도 많다. 이들에게 명품은 더 이상 '꼭 가져야 할 것'이 아닌 수많은 선택지 중 하나일 뿐이다.
이에 더해 경기 침체, 무역 전쟁, 지정학적 긴장, 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도 명품 브랜드에는 치명적 악재였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가 지난해 12월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개인 명품 시장 규모는 3,630억 유로(약 538조원)로, 2023년(3,690억 유로)에 비해 2% 감소했다. 의류와 가방, 보석, 화장품 등 개인 명품에 대한 수요가 둔화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봉쇄 기간을 제외하면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각국을 덮친 경제 불황으로 인해 장기간 이어지던 성장 흐름이 꺾인 것이다.
업계의 시장 침체 대응책은?
위기를 맞닥뜨린 명품 브랜드들은 생존 전략 모색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동,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라틴 아메리카 및 인도,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지역을 공략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국가는 중산층의 성장으로 인해 명품 수요가 눈에 띄게 불어난 상태다. 다만 아직 이들 국가에서 발생하는 매출로 미국과 중국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명품 브랜드가 체험적 소비자가 아닌 최상위 소비자를 잡아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익성이 높은 VIP 계층 중심으로 서비스와 제품을 재편하고, 고객층 확장 정책에서 벗어나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과 희소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독점 이벤트, 전담 어드바이저, 감성적 관계 구축 등을 통한 VIP 고객 공략 전략도 해법으로 제시된다. 체험적 소비자는 연평균 명품 소비액이 2,000유로(약 320만원) 수준인 소비자를, 최상위 소비자는 연평균 명품 소비 5만 유로(약 8,000만원) 이상인 0.1% 미만의 소비자를 각각 일컫는다.
가격 정책을 재조정하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프랑스 명품 브랜드 멀버리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고객을 잃었다”고 가격 인상 정책의 실패를 인정했다. 멀버리 최고경영자(CEO) 안드레아 발도는 “가격 현실화를 통해 고객을 되찾아야 한다”며 일부 제품 가격 인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가격이 아닌 '희소성'에 초점을 맞추는 움직임도 돋보인다. 샤넬, 구찌, 디올 등 12곳이 넘는 주요 명품 브랜드는 새로운 총괄 디자이너(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앞세워 올 하반기 대대적인 신상품 발표를 예고했다. 2015년 소비자들이 로고 중심 디자인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할 당시 절제된 디자인을 선보여 성공적으로 위기를 넘겼듯, 색다르고 희소한 디자인을 앞세워 소비자 수요를 흡수하겠다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