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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파이낸셜] 통화정책의 숨은 균열, 반응하지 않는 예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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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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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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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실에 근거한 분석으로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 전달에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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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변동 효과를 가로막는 통화정책의 약한 고리, 예금금리 탄력성
금리 차이에도 움직이지 않는 다수의 가계, 시장을 좌우하는 소수의 부유층
명확한 금리 정보와 쉬운 자금 이동 구조가 통화정책 실효성의 관건

본 기사는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의 SIAI Business Review 시리즈 기고문을 한국 시장 상황에 맞춰 재구성한 글입니다. 본 시리즈는 최신 기술·경제·정책 이슈에 대해 연구자의 시각을 담아,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기사에 담긴 견해는 집필자의 개인적 의견이며, SIAI 또는 그 소속 기관의 공식 입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통화정책의 효과는 기준금리 인상이 예금금리와 자금 흐름에 얼마나 반영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고리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최근 아이슬란드의 연구 결과가 이를 확인시킨다. 예금계좌 간 금리 차이가 1%포인트 벌어져도 가계는 저금리 예금을 거의 그대로 유지했다. 상위 10% 부유층만이 다소 반응했지만, 이들조차 연간 소비의 2.5%에 해당하는 이자소득을 놓쳤다. 이 예금들은 위험이 낮고 예금보험으로 보호되며, 스마트폰으로 몇 초 만에 이체할 수 있는 완전한 유동자산이다. 그럼에도 자금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금리가 오르면 예금자가 더 높은 수익을 찾아 이동한다는 통화정책의 기본 전제는 현실에서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빠른 모기지, 느린 예금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시장금리를 즉각 반영한다. 대출기관은 10년물 국채금리를 기준으로 매일 금리를 조정하며, 이런 변동은 프레디맥(Freddie Mac)의 주간 통계에 바로 나타난다. 시장금리가 변하면 대출기관의 자금조달비용이 즉시 바뀌고, 그 변화가 대출금리에 곧바로 반영된다. 금리가 움직이면 시장이 따라 움직이는 구조, 이것이 모기지 시장의 특징이다.

예금은 다르다. 은행은 금리 인상을 가능한 한 늦춘다. 고객이 잘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1%포인트 오르더라도 예금금리는 같은 폭으로 오르지 않는다. 대신 대출금리만 빠르게 조정돼 예대금리차가 확대된다. 일부 자금이 빠져나가더라도 전체 예금은 크게 줄지 않는다. 통화정책이 예금으로 전달되는 경로, 즉 예금 경로(deposit channel)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이유다.

연방기금금리와 평균 예금금리의 격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금리 인상분이 단기간에 반영되지 않고 시차를 두고 천천히 조정되기 때문이다. 2023년 금융 불안기에도 일시적인 예금 이탈 후 곧 안정세가 찾아왔다. 금리 차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도 예금이 다시 늘어난 것은 가계가 금리 변화에 거의 반응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포트폴리오 구성 vs 자산 분포(왼쪽 그래프), 포트폴리오 구성 변화 vs 금리 수준(오른쪽 그래프)
주: 자산 분포 백분위(왼쪽 X축), 평균 비중(왼쪽 Y축), 기간(오른쪽 X축), 평균 비중 및 펀드 금리(오른쪽 Y축)/당좌예금(파랑), 저축예금(빨강), 단기펀드(초록), 펀드 금리(검정)

예금금리 탄력성의 양극화

아이슬란드의 데이터는 예금금리 탄력성의 구조적 불균형을 드러낸다. 대부분의 가계는 금리 차가 생겨도 움직이지 않는다. 예금보험이 적용되는 안전한 계좌 간에도 금리 차이에 반응하지 않는다. 반면 상위 10% 부유층은 상대적으로 민감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이들조차 상당한 금액을 저금리 예금에 남겨둔다. 예금이 부유층에 집중된 만큼, 실제 자금 흐름은 소수의 결정에 따라 좌우된다.

기존 경제모형은 금리 변화가 생기면 예금이 빠르게 이동한다고 가정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금리 변화에 대한 반응 폭이 모형의 예상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부분의 가계는 낮은 탄력성을, 부유층은 높은 탄력성을 보인다. 통화정책의 효과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격차부터 분석해야 한다.

자산 수준별 평균 수익률(왼쪽 그래프)과 잠재적 이자 손실 (오른쪽 그래프)
주: 자산 분포 백분위(X축), 평균 수익률(왼쪽 Y축), 이자 손실 비율(오른쪽 Y축)/단기 안전자산의의 평균 수익률(검정), 연간 소비 대비 손실 이자 비율(파랑), 연간 소득 대비 손실 이자 비율(빨강)

기술 변화와 자산 구조의 시간차

뉴욕 연준은 최근 보고서에서 예금의 자금 이동성(flightiness), 즉 예금이 얼마나 빠르게 빠져나갈 수 있는지를 지적했다. 풍부한 유동성과 SNS 확산으로 예금 이동 속도는 과거보다 훨씬 빨라졌다. 자금이 쉽게 움직일수록 은행은 정책 변화에 더 민감해진다.

그러나 이동성이 높다고 해서 금리 변화에도 민감하다는 뜻은 아니다. 소문에는 즉각 반응하지만, 공시된 금리가 서서히 오를 때는 대부분 무심하게 넘어간다. 예금금리는 기준금리 변동이 있어도 단기간에 모두 반영되지 않고, 시차를 두고 점진적으로 조정된다. 이 때문에 긴축기에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은행의 예금 비용 조정 속도는 시장금리보다 훨씬 느리다.

아이슬란드의 교훈과 한계

아이슬란드는 예금 행동을 관찰하기에 이상적인 환경이다. 디지털 뱅킹이 일상화돼 있고, 즉시결제가 20년 넘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동일한 위험 수준의 계좌 간 이체도 몇 초 만에 가능하다. 그럼에도 예금이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면, 원인은 기술이 아니라 관심 부족과 사회적 관성, 그리고 금리 차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심리에 있다.

아이슬란드는 구매력 기준 1인당 GDP가 높고, 지니계수 0.25로 불평등 수준이 낮은 편이다. 완충 자산이 두터운 고소득층이 많아 금리차 1%포인트의 이익이 체감되지 않는다. 이러한 특성은 다른 복지국가에서도 비슷하게 작용한다. 결국 예금금리 탄력성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금리차를 얼마나 필요로 느끼는가?’의 문제다.

다만 이러한 결과를 단순히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사회보장제도, 예금보험 범위, 금융시장 구조는 국가마다 다르다. 유럽연합(EU)과 유럽경제지역(EEA)에서는 1인당 10만유로(약 1억4,700만원)까지 예금이 보호된다. 이 제도로 인해 다수의 예금자는 자금을 여러 계좌로 분산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2023년의 금융 불안 사태는 예금보험 한도를 초과한 잔액이나 평가손실이 발생할 경우, 여전히 대규모 자금 이탈이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에서는 은행 기간대출 프로그램(BTFP, Bank Term Funding Program)이 가동되면서 예금 유출이 진정됐고, 이후 자금 흐름은 안정세를 되찾았다. 이러한 사례는 제도적 차이가 존재하더라도 공통된 행동 패턴이 유지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시장 규모나 경쟁 정도에 따라 탄력성의 수준은 다르지만, 대부분의 가계는 움직이지 않고, 소수의 부유층과 금융 이해도가 높은 집단이 전체 자금 흐름을 결정한다.

반론과 대응

예금금리 탄력성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는 반론이 있다. 금리 차는 작고 계좌 이동에는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이슬란드의 사례는 이런 제약이 모두 사라진 환경에서도 가계의 무반응이 지속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비용이 아니라 관심의 부족이다.

탄력성을 높이면 예금 유출이 커져 금융 불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2023년에는 단기 자금이 빠르게 이동했지만, 은행 기간대출 프로그램(BTFP) 등 정책 대응으로 시장은 안정됐다. 특히 같은 은행 내 자동이체나 예금보험 한도 안에서의 자금 이동은 불안정을 초래하지 않는다.

예금시장이 이미 충분히 경쟁적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예금자는 금리를 직접 비교하지 않고, 은행은 그에 맞춰 낮은 금리를 유지한다. 명세서에 금리 차로 인한 손실액을 함께 표기하면, 소비자가 스스로 손해를 인식하고 행동이 달라질 수 있다.

아이슬란드가 특수한 사례라는 지적도 설득력이 약하다. 금융 신뢰도가 높고 기술적 장벽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도 예금 이동이 적다는 사실은, 이 현상이 예외가 아닌 보편적 행동 패턴임을 보여준다. 소득 수준과 복지제도, 시장 구조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대부분의 가계는 움직이지 않고 소수가 시장을 결정한다.

따라서 정책은 이상적인 경제 주체가 아니라, 주의가 분산되고 위험을 회피하려는 현실의 사람을 기준으로 설계돼야 한다. 금융상품이 자동으로 알림을 제공하도록 하고, 기본 설정을 효율적으로 바꾸며, 예금금리 탄력성을 고정된 성향이 아닌 정책이 개선할 수 있는 결과로 인식해야 한다.

가장 약한 고리

금리가 올라도 가계의 예금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이 무반응이 통화정책의 전달력을 약화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모기지와 시장금리가 즉각 조정되는 동안, 예금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문다.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필요한 것은 복잡한 개혁이 아니다. 금리 변화를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고, 자금을 손쉽게 옮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사람의 행동과 습관에 맞춘 제도 설계를 통해, 통화정책의 가장 약한 고리였던 예금이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한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Deposit Rate Elasticity Is the Weakest Link in Monetary Transmission을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본 기사의 저작권은 스위스 인공지능연구소(SIA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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