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향한 리플의 행보, 기관형 브로커로 확장하며 블록체인 M&A 2차 사이클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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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로드 인수→리플프라임 출범 가상자산업계, 기업 중심 대형화 추세 메타의 리플 인수설 재확산, 시너지는?

암호화폐 XRP(리플) 개발사 리플이 기관 중심 금융시장으로 진입하면서 가상자산 산업 전반의 재편을 가속하고 나섰다. 시장 내 주요 기업들이 거래소와 커스터디 중심으로 인수합병(M&A)을 확대하며 전통 금융과의 경계가 희미해진 가운데, 업계의 기준 또한 새롭게 쓰여지는 양상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메타의 리플 인수설이 다시금 부상하면서 블록체인 산업이 기존 금융 생태계와 본격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린다.
고객망 확보 및 커스터디 기능 강화
29일(현지시간) 암호화폐 전문매체 타임스 타블로이드에 따르면 최근 리플은 기관 투자자 대상 프라임브로커 ‘리플프라임(Ripple Prime)’을 공식 출범했다. 프라임브로커는 헤지펀드나 전문 투자자 등 기관 고객을 상대로 거래 중개, 담보 관리, 자산 대여, 청산 등 종합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투자회사를 뜻한다. 이번 신사업으로 리플은 가상자산업계 최초로 글로벌 프라임브로커를 직접 소유 및 운영하는 기업이 됐다.
리플프라임은 리플이 지난 4월 글로벌 프라임브로커 ‘히든 로드(Hidden Road)’를 12억5,000만 달러(약 1조7,930억원)에 인수한 뒤 6개월 만에 사업 재편을 완료하며 출범했다. 히든 로드는 외환·파생상품·채권 등 다양한 자산군에 대한 거래 중개와 청산,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며 연간 3조 달러(약 4,300조원) 규모의 거래를 처리하는 기관 기반 브로커로, 300곳 이상의 기관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리플은 히든 로드의 기존 인프라와 고객 네트워크를 통합함으로써 기관 대상 금융 시장에 직접 접근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했다.
인수 당시 리플 최고경영자(CEO) 브래드 갈링하우스(Brad Garlinghouse)는 “히든 로드 인수를 통해 월가 주요 기관들이 이해하는 구조로 디지털 자산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안전한 프라임브로커를 통해 대규모 거래 청산과 자산 유동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리플프라임은 블랙록 등 글로벌 대형 금융기관의 거래 패턴에 맞춘 청산 구조를 구축하고, 기관들이 요구하는 위험 관리와 규제 준수 체계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전통 금융권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단 구상이다.
아울러 이번 행보로 리플은 기존 금융과 디지털 자산 시장을 연결하는 ‘브릿지(bridge)’ 역할을 강화하게 됐다. 리플프라임은 리플의 자체 스테이블코인 RLUSD와 결합해 거래 청산 및 자산 토큰화 과정의 효율성을 높인 게 특징이며, 이를 통해 XRP 레저(XRP Ledger)가 대규모 금융 거래의 결제 및 유동성 도구로 활용될 가능성도 커졌다. 시장에서 리플이 이번 프라임브로커 출범을 통해 암호화폐 산업의 변방 이미지를 벗고, 전통 금융시장의 핵심 인프라에 발을 들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통 금융-디지털자산 시장 경계 흐려져
시장에서는 리플의 히든 로드 인수와 리플프라임 출범을 기점으로 글로벌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서 대형 M&A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업체 아키텍트파트너스(Architect Partners)에 의하면 올해 가상자산 관련 M&A 거래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0배 증가한 100억 달러(약 14조원)를 기록했다. 2022년 루나 사태와 FTX 파산 이후 얼어붙었던 시장이 불과 2년 만에 ‘2차 M&A 사이클’로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이클의 특징은 프로젝트가 아닌 사업자 중심의 통합 움직임을 보인다는 데 있다. 과거 가상자산 관련 M&A가 토큰 발행사나 기술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인수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거래소·결제망·커스터디 기업 등 대형 인프라 사업자들이 직접 M&A를 주도하는 흐름으로 전환됐다. 규제 강화와 기관 자금 유입이 맞물리면서 서비스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사업자에게 시장 가치가 집중된 것이다. 미국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지난 5월 유럽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스탬프를 2억 달러(약 2,800억원)에 품은 바 있으며, 또 다른 거래소 크라켄은 트레이드스테이션 크립토를 사들이며 송금업 라이선스를 포함한 규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전통 금융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영국의 IG그룹은 호주 거래소 인디펜던트리저브 지분 70%를 1억 호주달러(약 6,500만 달러·900억원)에 매입해 아시아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고, 미국 코인베이스는 온체인 자본조달 플랫폼 에코(Echo)를 3억7,500만 달러(약 5,100억원)에 인수해 디지털 금융 종합 인프라로 외연을 키웠다. 이 밖에도 JP모건, 노무라, 스탠다드차타드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토큰화 자산 플랫폼과 블록체인 커스터디 기업에 잇따라 지분을 투자하며 디지털 자산과 전통 금융의 결합을 가속하는 추세다.
업계는 이러한 흐름을 ‘풀스택(Full-stack) 금융 구조로의 진입’으로 정의한다. 단순 거래소를 넘어 결제와 커스터디 등 기능을 한데 묶은 기업들이 새로운 주류로 부상하면서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형 사업자는 매각을, 대형사는 인수를 통해 네트워크 확대를 서두르고 있단 진단이다. 아키텍트파트너스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이뤄진 전체 거래의 3분의 1가량이 전통 금융사와 가상자산 기업 간 합병 형태로 이뤄졌다”면서 “이는 시장이 단순한 회복 단계를 넘어 거대한 재편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메타와의 연결 고리로 금융주류 편입 기대감 증폭
글로벌 빅테크 메타의 리플 인수설이 재조명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지난 5월 미 온라인 매체 크립토타임즈는 XRP 라스베이거스 이벤트 디렉터 브래들리 카임스(Bradley Kimes)가 유튜브 채널 테크패스(TechPath) 인터뷰에서 관련 추측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테크패스 진행자는 인터뷰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스테이블코인과 국경 간 결제 사업에 매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언급하며 이에 대한 논평을 요청했다. 이에 카임스는 “현재 구체적인 논의 단계까진 아니다”라면서도 “리플이든 메타든 지금은 특별한 일들이 발생할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카임스는 이어 “메타가 리플을 인수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메타로선 중장기 미래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그 안에 리플이 포함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해당 발언을 리플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업계의 관심을 방증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이는 리플이 오랫동안 주력해 온 사업 영역과도 정확히 맞닿은 부분으로, 메타의 리플 인수가 현실화할 리플의 XRP와 스테이블코인 RLUSD는 메타의 결제 네트워크에 결합되며 국경 간 결제 시장에서 압도적인 입지를 다질 전망이다.
메타 임원진 변화 역시 인수설에 무게를 더한다. 올 상반기 메타의 제품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된 진저 베이커(Ginger Baker)는 스텔라 재단, 플라이드, 퍼스트 호라이즌 등 결제 및 블록체인 관련 기업과 협력한 경력을 다수 보유한 인물이다. 여기에 저커버그 CEO가 외부 행사에서 “누군가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야 하며, 표준이 되려면 상당한 규모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사실까지 전해지며 시장의 추측에 날개를 달았다. 카임스는 “리플이 이미 65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 기반을 확보한 만큼, 메타가 추구하는 규모의 경제 기준에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